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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도로키] 사선

역전재판


붕돌오돌



[ 미래의 붕대를 찬 오도로키 X 현재의 평범한 오도로키 ]




  오도로키 씨. 그러니까 미래의 오도로키 씨가 온 건, 꽤 오래 되었다고 생각한다. 어떤 이유로 이렇게 한 공간에 존재하게 되었는지는 몇 달을 생각해보았지만, 딱히 몸에 이상도 없고, 접촉하면 둘 중 한 명이 사라진다느니 하는 이야기들도 맞질 않으니 평소대로 살아가기로 결정했다. 미래에서 온 나는, 그러니까, 오도로키 씨는 지금의 나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교복을 어깨에 걸쳐 입고 있었고, 눈 한쪽을 가리도록 붕대를 감고 있었다. 왜 이렇게 다쳤냐고 물어보니, 그걸 말해도 되는 건지 판단할 수가 없어서 입을 다물었다. 솔직히, 같은 생각이여서 묻는 것도 그만두었다. 지금은 그저 오도로키 씨가 언제쯤 제 자리를 찾아 돌아갈지만을 기다리고 있을 뿐.

  "아침 만들어?"

  "아, 네. 일어나셨네요. 오도로키 씨."

  "이상하게 여기 온 뒤로 잠이 많아져서 말이야."

  오도로키 씨는 늘어지게 기지개를 피며 하품을 했다. 여기 오니 내가 잡일할 필요는 없어서 좋네. 뭐, 잡일 담당이 오도로키인건 여전히 바뀌지 않았지만 말이야. 그가 농담을 던지자 같은 얼굴의 그가 피식 웃었다. 그게 뭐예요.

  같은 자기 자신이긴 하지만, 미래의 오도로키 씨는 자신보다 몇 년을 더 살았던 존재였다. 그런만큼 지금의 자신은 그에게 존댓말을 쓰기로 했고, 미래의 오도로키 씨는 자연스럽게 과거의 자신에게 반말을 쓰게 되었다. 별다른 위화감은 없다. 여전히 앳된 얼굴이지만, 어딘가 조금 더 일을 치루었던, 조금의 우울함이 담긴 미래의 오도로키 씨.

  "일단 앉아 있어요. 금방 가져다드릴 테니까."

  "옆에서 보고 있어도 돼?"

  오도로키가 이상하다는 얼굴로 오도로키를 바라본다. 기묘한 광경.

  "…? 요리하는 건 재미없어요."

  "재미로 보는 거 아냐."

  조금 더 여유만만한 표정의 오도로키가 웃으며 대답했다. 오도로키는 그의 대답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듯 아리송한 얼굴로 요리를 시작했다. 구경꾼이 있든 없든 딱히 상관없으니.

  오도로키는 의자 등받이를 감싸안듯이 거꾸로 앉은 채, 자신의 눈 앞에서 도마를 꺼내는 자신을 보았다.

  생각해보면 의외로 이 집에서 부려먹혔었지. 요리도 거의 내가, 쓰레기 청소도 내가, 조수 역할을 하느라 일은 일대로 늘었고, 와중에 다른 변호사 일까지 맡고. 힘들었었지. 그래도, 키즈키 씨가 와 줘서 다행이지만 말이야. 막내 신세는 면했다고 해야 할까, 선배 노릇도 어느 정도 하게 되었고. 여러 모로 성장했던 것이 제 눈에 보이는 건 신기한 일이다.


.


  "엇,"

  "…베였어?"

  식칼을 잡고 있던 그의 몸이 섬짓 떨렸다. 앉아 있던 오도로키는, 천천히 일어나 그의 손목을 잡아 끌었다. 왼손의 넷째손가락, 첫 번째 마디,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긋는 사선 모양으로 난 상처. 미리 준비 해 두었던 반창고 하나를 꺼내 붙여 주었다. 한 번 닦아 주었는데도 다시 붉게 반창고의 솜을 적시는 피.

  "눈치챘지?"

  "……네?"

  "네가 다칠 걸 알고 있었다는 거."

  오도로키는 엄지손가락으로 반창고를 문질렀다. 그리고 나지막히 앓는 소리를 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입을 우물거리다 조용히 말한다.

  "아주 조금요."

  오도로키 씨는 오도로키의 손을 다시 한 번 더 끌어, 엄지손가락으로 반창고를 문질렀다. 방금 전 자신이 했던 행동처럼. 똑같이.

  "괜찮아요. 이렇게, 도와주셨으니까."

  "…응."

  같이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언젠가 더 크게 다치게 될 나를 위해, 작게나마 해 줄 수 있는 것은 손가락 뿐이다.

  "조심해."

  끌어안았다. 오도로키는 오도로키를 끌어안고,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경고했다. 하지만 오도로키는 그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방금 다친 손가락의 따끔함을 느끼며 자신의 등을 토닥이는 것이 그의 전부일 뿐이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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