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재판
[가류 쿄우야 X 유가미 진]
< 앞에서 >
"이봐. 유가미 씨."
상큼한 목소리는 유가미의 어깨를 넘어왔다. 짤랑거리는 소리와 함께.
"…."
유가미는 고개를 돌려 뒤를 보았다. 대답해주지 않는 건가. 뭐, 그렇지. 가류는 어깨를 으쓱하곤 몇 발자국 걸어와 유가미의 옆에 자리잡았다. 짤랑. 거슬리는 소리.
"친근하게 부르지 마라. 용건이라도 있나."
"없어. 그냥 보였으니까."
유가미는 심기가 불편해보였다. 언제부터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가류는 그를 몰래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법정과 감옥을 오갔던 자신에게 흥미가 있었던지, 아니라면 자신의 심리조작에 이의를 제기하고 싶었던 건지. 어느 방향이든 그의 존재 자체는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평소처럼 여자나 끌고 다니시지."
"벌써 끌고 다니다가 지쳐서 떨쳐내고 온 건데."
가류는 의기양양했다. 언제나 건성건성으로 답하는 것 같이 보이면서도 멋들어지게 고개를 까딱이는 사내는 도무지 정이 들래야 들 수 없어 고개를 돌렸다.
"따라다니는 건 관뒀으면 좋겠군."
"싫어?"
"거슬린다."
유가미는 손가락으로 그의 체인을 가리켰다. 아, 이거 말이지. 하지만 이건 내 아이덴티티라서. 어쩔 수 없는걸. 그의 주절거림을 들으며 유가미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어쩌다가 이런 사내에게 걸리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근거 없는 당당함과 자신의 무늬로 도배한 장신구.
"거슬려."
"한 번 더 말할 필요는 없잖아…."
조금 질렸다는 듯이 가류는 허탈하게 웃었다. 여전히 그의 장신구는 짤랑거린다.
"그래서, 빼고 오면? 제대로 봐 줄 건가? 유가미 검사."
"…."
유가미는 말없이 그를 보다가, 코로 숨을 내쉬며 양 옆으로 고개를 저었다. 뭐야, 그건. 무슨 뜻이야. 가류가 삐졌다는 듯 짜증을 내 보였지만 그건 그의 팬에게나 통하지. 유가미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물론 그건 그 자신도 잘 알고 있다.
"알겠어. 뭐, 시간도 늦었으니까. 다음에 또 보자고. 유가미 검사님."
가류는 손을 흔들며 천천히 뒤로 걸었다. 상대방은 별다른 반응이 없다. 얼마나 많이 대화했는데. 무심한 그가 조금 섭섭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항상 그랬으니까. 그는 언제나 자신에게 무미건조했고, 감정을 쉬이 보이지 않았다.
"굿 나잇-"
장난스럽게, 손으로 키스를 날린다.
유가미가 다시 한숨을 내쉬더니, 건성으로 손을 흔들어 보인다.
"가는 길이나 조심해라. 가류 검사."
"어?"
뒷걸음질치던 발을 헛딛어 몇 번 짧게 통통 튀며 중심을 잡는다. 잘못 들은 건 아니지. 그렇지? 바닥을 보며 넘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한 그는 자세를 바로잡고 다시 유가미 검사에게로 시선을 향했다. 자신을 보고 있다가, 눈이 마주치자 그대로 뒤돌아 자신의 검사실을 향하는 유가미.
"뭐야."
웃을 줄도 아네.
내 앞에서.
"…. 잘 자라고. 유가미 씨."
조금 더 진지하게, 손가락 끝을 입술에 대고 그를 향해 쏜다.
…들키진 않겠지. 이거. 진짜 화낼 걸.
장난스럽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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