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itter @leedj1998 다범님
역전재판 ver. 얀데레 3차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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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 - 미츠루기
특별하지는 않았다. 오랜만에 전화가 걸려온 친구와 조금 오래 통화했었을 뿐.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적당히 기분을 타고 '다음엔 같이 저녁이나 먹을까.'같은 이야기를 하다가도 끝나지 않는 소재거리들이 불쑥 튀어나와서, 그 녀석은 요즘 어떻게 지내? 아, 내가 아는 사람은 말이야. 끝없이. 입이 움직였다. 즐겁다. 통화시간은 거의 20분 가량, 솔직히 그렇게 오랜 시간은 아니다. 아니였을 거다.
뚝.
끊겼다. 친구의 목소리가. 그리고 전화가 끊어졌다는 것을 다시금 증명하듯 대기음이 울린다. 뚜. 뚜. 뚜. 이야기는 진행중이였다. 내가 끊지 않았다. 상대방도 끊지 않았다. 전파 문제는 아니다.
"…방금, 누구와 통화했지?"
싸늘한 목소리가 온 몸을 휘감는다. 중저음의 목소리는 틀림없이, 그였다. 손이 떨린다. 시선을 움직여, 전화기를 잡고 있던 손을 보다가, 전화기의 본체를 본다. 버튼을 방금 눌렀다 뗀 듯한, 검지손가락 하나.
"나만 보라고 했지 않나?"
아마도, 나는 조금 질렸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나의 표정을 즐기고 있었겠지.
<스토커> - 마요이
공중에 발을 내딛은지 몇 분 정도. 눈을 감고 있었다. 끝까지 감고 있었다. 무서워서, 너무 무서워서 그만 저질러버렸다. 그래도 이제는 괜찮겠지. 그녀는 더 이상 나를 따라오지 않을 거야. 왜냐하면 나는 이제 이 세상에 없는 몸이니까.
"눈 떠요."
제발 그렇다고 말해줘. 제발.
"자, 얼른. 눈 떠봐요."
너무나도 익숙한 목소리에 섬짓 눈을 떴다. 그녀의 얼굴. 의도치않게 몇 번이고 보았었던 그 얼굴. 왜? 왜 내 앞에서? 나를 향해 그 때와 똑같이 웃음짓고 있는 거야?
"잊으셨어요? 나, 영매사잖아요."
….
"목숨을 끊어도 소용없다구요."
분명 죽었음에도, 정신이 아득해진다.
"이제는, 우리 둘만이네요. 그쵸?"
사라지고 싶어.
"죽어서도 함께니까."
밝은 웃음이 사무치게 서럽다.
<도촬, 도청> - 나루호도
집에서 위화감이 느껴졌던 건 언제? 한없이 편안해야만 하는 나의 집은 끝없이 의심과 의문으로 가득 찼다. 애완동물도 없고, 거울도 하나 없는 방 안에서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진다는 건 소름끼치는 일이다. 그러나 그 시선 말고는, 별 게 없다. 그래서 신경을 껐다. 그렇게 지내기를 며칠. 몇 달.
언제나처럼 청소를 했다. 하지만, 귀찮아서 그런지 두 달 정도는 대충 했던 것이, 먼지가 앉은 선반 위로 드러난다. 이번에는 대청소나 해 볼까. 가구를 옮기고, 닿지 않는 구석에 쌓인 먼지도 없애버리고. 내 방부터, 거실, 부엌, 그리고 마지막으로, 화장실.
끊임없이 느껴지는 시선은 역시 막연하게만 느껴지는 게 아니다. 나는 무언가를 발견하고, 조심스럽게 화장실의 커다란 유리를 살폈다. 위 쪽, 키가 닿지 않아 받침대를 놓고, 위로 올라가서. 손톱으로 테이프를 떼낸다. 이게 언제부터 붙어 있던 거지? 쭉, 테이프를 걷어냈다. 이어진다. 짧다고 생각했던 게, 끝없이 이어진다. 왜 이렇게, 길어?
"그만."
분명 아무도 없어야 할 집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만 하라고? 하지만 이미 알았다. 테이프는 전부 뜯겨나갔고, 그 부분에는 가려진 틈이 있었다. 아주 작은 기계. 렌즈가 붙어 있는…. 카메라.
나는 뒤로 돌아, 어떻게 내 집으로 들어온 지 모를 나루호도를 뚫어져라 보았다.
"…이런. 들켜버렸네?"
그 죄책감 없는 비릿한 웃음은… 어떤 의미?
<감금> - 메이
풀어 줘요.
"날 사랑한다고 말해…."
제발, 여기서 나가게 해 줘요.
"살려달라고 애원해 봐."
눈앞이 팽팽 돈다. 필요한 건 다 있는, 익숙해지지 않은 방. 창문도 없고, 그녀 이외에는 사람도 없는 적막한 방. 손목이 묶여져 있지 않았다면, 발에 죄수처럼 족쇄가 달려 있지 않았다면.
"자꾸 나가려고 하니까 그렇잖아."
나가려고 하지 않을테니까, 풀어 주세요.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면."
….
어떻게, 당신을 사랑한다 말할 수 있을까.
그렇게 말한다면, 당신은, 사랑하니까 계속 함께 있자며 나를 끝까지 가둬 둘 텐데.
<망상> - 쿄야
"이봐, 같이 가자니까. 많이 기다렸어? 혹시 삐진 거야?"
제발 저리 가세요. 하고 말했다. 이 말도 몇 번째인가. 질릴 만큼 말해도 그는 끝까지 따라오며 나를 집까지 바래다주었다. 친절한 사람이긴 하지만 부담스러워. 게다가 더 이상 친하게 지낼 마음은 없다. 적당히 아는 사이로 지내려고 했던 것 뿐인데, 그는 왜 자꾸 나를 따라오며 말을 거는 거지?
"거 봐, 삐졌잖아. 뭐 해줄까? 집에 같이 있을래? 기분 풀어."
그가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어, 나름 상냥하게 어깨를 감싸 끌어안았다. 당황스럽다. 뭔가 이상하다. 상황이 잘못 된 것 같아, 그를 힘차게 팍 밀어버렸다. 그리고 단호하게, 단칼에 말했다. 그만 따라오세요. 이러는 거 불편하니까.
"…무슨 소리야?"
그의 표정이 왠지 이상하다.
"당신도 날 좋아하잖아?"
….
<자해> - 하루미
그만 해, 하루미. 그 손 멈춰. 당장.
"싫어요, 싫어요."
그녀의 손목을 잡아 억지로 멈추었다. 눈물이 쉴 새 없이 흐르고, 피도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기 시작한다. 지금이라도 지혈하면 금방 나을 거다. 가방에 넣어 둔 손수건을 찾아, 그녀의 상처에 묶어 주려 했는데. 손을 빼내었다. 나를 밀쳐버린다.
"당신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다시 커터칼을 손에 들고, 그녀는 조곤조곤 말하기 시작했다.
"사랑받지 못할 바에는,"
커터칼을 든 손을 제지했다. 덜덜 떨고 있었다. 무엇이 너를 그리 분노케 하는가. 내가 사랑해주지 않아서? 하지만, 나는 정말 너를 사랑할 수 없다. 미안하게도 사랑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 지.
"차라리, 죽는 게 낫습니다!"
무슨 말을 해 주어야 할 지.
<상해> - 고도
팔에 극심한 고통이 찾아온다. 새끼손가락에 걸쳐서, 쭉 팔뚝으로 밀어들어온 뜨거운 액체. 향긋했으나, 죽어버리고 싶을 만한 그런 아픔에 신음도 내지 못하고.
"어떤가?"
나는 소리 없이 울부짖었다. 기계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눈을 보며 공포에 질렸다. 도망치지 못하도록 손에 잡힌 다른 쪽 손을 감각이 사라질 정도로 비틀며 이를 악물었다.
"귀엽군. 좀 더 참아 봐. 소리내도 괜찮은데."
분명 평범하게 웃고 있을 사람인데도 기괴하다. 목소리가 차분한 것이, 더 소름끼치게 만든다. 살 안쪽을 파고들어오는 뜨거움이 절로 눈을 꾹 감게 한다. 살려줘.
"이게 전부,"
눈 끝에 눈물이 맺혔다. 울고 싶다. 살려달라 외쳐도 아무도 오지 않아.
"너를 사랑해서."
정신을, 잃을 것만 같다.
<동반자살> - 오도로키
아마도 새벽이였을까. 본래 깊게 잠을 자는 편이였지만, 이번에는 이상한 느낌에 잠에서 깨어났다. 하지만 눈은 아직 뜨지 않고, 다시 자려고 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난다. 바람인가? 아니다. 조금 더 인위적인 소리다. 냉장고의 문을 여닫는 소리. 쪼르륵. 컵에 물을 따르는 소리가 이어서 난다. 그리고 누군가가 걷는 소리. 무겁다. 발소리가 아닌, 조금 더 무거운 소리. 신발? 신발을 신고 있는 건가?
눈을 떴다.
"…아. 깼어요?"
손에 의미불명의 약통을 들고, 엉거주춤 서 있는 그.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우왕좌왕하더니, 머리를 긁적이다가 천천히 가까이 다가온다.
"죄송해요."
그리고, 물을 한 컵. 옆에 둔다.
이상하게도, 몸이 움직이지 않아.
"하지만, 당신은 나를 좋아하지 않으니까…."
의식이 멀어져간다. 저절로 감기는 눈을, 조금 더 힘주어 간신히 떴다.
…그가 물을 마시는 장면이,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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