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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도로키] 그 때도 초침은 흘렀다
칼 끝에서 방울진 붉은 물은 도저히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오도로키는 그 방울에 눈을 고정하고 그것이 중력에 이기지 못할 때까지 관찰했다. 칼을 들고 있는 그의 손이 흔들릴 때마다 비슷한 각도로 일렁이는 방울.
"끈질기네."
기다리다 지쳐, 그냥 입으로 후 불었다. 톡, 경쾌한 소리가 옅게 한 번 울린다.
몇 번을 해도 이 일은 재미있기 마련이다. 오도로키는 발로 바닥에 흥건한 핏물을 질끈 밟아 보았다. 철퍽.
"그러게 왜 따라오고 그러시나."
검은 옷에 피가 튀면 검붉다. 오도로키는 방금 자신이 죽인 자를 내려다보았다. 정장은 잘 빼입었다. 찌른 뒤 잠시동안은 살아있었던지, 손에 힘을 주다 말고 기어가려던 사내의 손자국이 바닥에 남아 있다. 익숙한 광경이다. 매일 지겹게 보는 장면.
사내는 오도로키를 따라다니고 있었다. 스토킹이라 해야 좋을까. 아마도 자신이 코로시야와 관련된 사람이라는 걸 알아낸 찌라시 기자겠지. 누군가에게 관심을 받는다는 건 재미있는 일이지만, 귀찮고 신경쓰인다. 그래서 그 발길을 몸소 끊어주었다. 홀가분하지만 피 냄새는 찝찝하다.
"타마 고즈키…. 인가. 기자가 맞았군."
오도로키는 시체의 주머니를 뒤져 신분증을 찾아냈다. 신문이라…. 코로시야 씨에게 소란이 가는 일은 질색이다. 스승이자 자신을 키워 준 사람에게는 왠만큼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좋다는 걸 몸에 새기고 있으니까.
그나저나 이 자를 어떻게 처리한다. 여기에서 조금만 더 나가면 공용 쓰레기장이 있긴 하지만… 곧 쓰레기장의 문이 닫힐 시간이다. 회수작업을 하러 온 사람들과 마주칠 위험이 있어.
"쓰레기가."
오도로키는 화풀이를 하듯 시체를 발로 걷어찼다. 그러나 표정은 평온하다. 아니, 무심하다고도 표현할 수 있을 만큼 차가운 시선을 시체에게 날리고 있었다. 시체가 아직 살아있었다면 그의 눈에 띄지 않는 구석으로 기어가 햄스터마냥 쪼그려앉은 채 덜덜 떨고 있었겠지.
오도로키는 그 모습을 보고 나서 죽이는 것도 좋지 않았을까 상상했다.
속으로 웃었다.
결심했다. 어차피 인적도 드문 골목인데다가, 기우뚱한 벽에 먼지가 쌓여 조잡한 그래피티도 없는 수수한 곳이다. 발견될 거라면 시체의 냄새가 퍼지기 시작할 하루 정도는 여유가 있겠지. 내버려 두기로 한다. 장갑 덕에 지문도 남지 않을 거고, 쓴 칼은 편의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칼의 날을 간 것이라 대조하지도 못한다. 피를 밟은 신발자국은 어쩔 수 없지만 나루호도 변호사의 집에 가서 바꿔 신은 뒤 쓰레기통에 집어넣으면 될 일 아닌가.
문득 손을 보았다. 칼을 빼낼 때 피가 튀어 소매부터 바지의 수많은 방울까지 엉망이다.
"…. 죽느니 어쩌니 해도, 흔적을 남기는 건 매한가지로군."
자신이 집에 가면 그 변호사는 또 어떤 표정을 지어 보일까.
….
오도로키는 주머니에서 잘 접힌 손수건을 꺼내 식칼을 닦아내었다.
그리고, 손수건을 시체의 얼굴 위에 얌전히 덮어 둔다.
"좋은 밤 보내길. 타마 고즈키 씨."
곧 나루호도 변호사의 법정이 끝날 시간인가.
골목 바깥으로 보이는 기둥시계를 보며 오도로키는 초침이 각잡혀 돌아가는 것을 즐겼다.
즐거운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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