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야나기 유미히코 X 미츠루기 레이지]
아무도 없는 곳에 혼자 서 있었다. 몇 분, 몇 시간. 그냥 머리를 비우고 서 있었다. 그리고는 여기가 어디인가, 그 사실을 곰곰이 생각하고 있을 참에 발소리가 들려서 뒤를 돌아보았다. 다른 생각은 없었다. 그냥 돌아보았을 때, 딱 그 순간이였다.
" 미츠루기 레이지. "
목이 졸려서 숨이 막힌다. 발을 버둥거릴 힘도 금세 사라진다. 목을 조르고 있는 손의 손목을 잡아 떼어내려고 했지만 더 우악스럽게 목을 졸라온다. 말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입만 벙긋거려질 뿐 공기가 새는 소리밖에 나지 않는다.
" 죽어. 미츠루기 검사. "
시리도록 그 말이 찔러들어왔다. 무슨 일이지? 왜 그러는 건가? 그만두게. 가까스로 제 목을 잡고 있는 손 위로 자신의 손을 겹쳐 두고 잡았다. 그의 흰 장갑의 촉감이 손가락 끝으로 느껴졌다. 목소리를 쥐어짜낸다.
" 이치, 야, 나기…, "
겨우 그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그의 손은 미동도 없다. 이대로 죽는 것인가. 의식이 희미해져가고, 몽롱해진다. 감각이 사라졌다. 시야가 흐려지고 있다. 이 이상,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렇게 생각하고 모든 것을 놓았다.
자네가 나를 죽이겠다면….
...
" 미츠루기 검사? "
" …! "
미츠루기는 퍼뜩 눈을 떴다. 의자 위. 그냥 편하게 앉아 있는 채로. 묘한 느낌이다. 최근 제대로 숙면을 취하지 못해서인지 잠깐동안 잠에 빠져들었던 것 같았다. 익숙한 풍경 속에서 그는 자신의 이름을 부른 누군가를 바라보았다.
" …자네인가. "
이치야나기 유미히코. 그가 언제 미츠루기의 집무실에 왔는지는 모르겠으나 미츠루기는 신경쓰지 않았다. 불과 몇 분 전에 꿨던 꿈이 오버랩되어서 그런지 그와 마주하는 것이 조금 꺼려진다. 나는 어째서 그런 꿈을 꾸었던 거지?
" 뭐야. 꿈 꿨어? 표정이 이상한데. "
그렇지. 그에 대한 꿈을 꿨으니. 당연히 그를 보는 표정이 조금은 이상할 수 밖에 없다. 미츠루기는 대답하지 않고 그저 쓰게 웃었다. 이치야나기가 돌연 미츠루기와 눈을 맞추며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시선을 피하지 않고 그를 보며 미츠루기는 조용히 되새겼다. 꿈 속에서 자신을 바라보던 그 증오섞인 차가운 눈이, 과연 이 눈과 같은 것일까.
어디까지나 꿈이니까, 그럴 리는 없겠지.
" 뭐지? "
" 그냥. 아무 것도. "
무슨 용무가 있어서 온 거지. 궁금증이 일었지만 미츠루기는 그를 가만히 두었다. 그가 자신의 꿈 속에서와 달리 그대로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만 하면 되었다.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걸까. 그가 자신에게 그렇게 말한다면 매우 슬퍼할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걸까.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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