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깍,

  아무도 없는 실험실에서 문을 잠근 쿠죠는 곧바로 눈동자를 옮겨 히로를 바라보았다. 아무렇지도 않게 서 있는 제 눈에 사랑스러운 후배.

  그럴 리가 없었다.

  "…히로. 설명해 봐."

  여러가지 감정으로 점철된 히로의 얼굴이 쿠죠의 눈동자 속으로 빨려들어왔다. 뻔뻔하기도 하지. 입을 굳게 다문 채. '제가 뭘요?'하고. 여느 때처럼 어깨를 으쓱이기라도 해 줘야지. 모든 증거가 히로를 가리키고 있었다. 곳곳에 남은 중요 서류를 뒤진 흔적들. 훼손된 서류의 내용이 여과없이 발간된 그날 자 신문. 유언비어라고 변명하며 버티기엔 너무나도 정확한 사실들이었다. 물밑에서 병원에 대한 의심이 사그라들질 않았다. 누가 감히 이 아래에 연구소가 있다는 사실을 조사하려 하겠는가. 하는 안일한 생각이 화를 불러일으켰다.

  "기자. 네가 맞지?"

  정론을 찔러 보았지만, 여전히 답이 없다. 그런 녀석이 아니었잖아. 그렇지? 얼른 대답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저는 그 날도 쿠죠 씨랑 같이 실험 중이었잖아요? 멋대로 앞일을 상상하면서도 쿠죠의 표정은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속에서만 폭풍이 일었다. 눈을 깜빡이는 동안에도 히로는 여전히 미동도 하지 않고 쿠죠를 응시한다.

  "히로."

  다가가서, 네 팔을 잡았다. 잡아 침대로 밀어붙였다. 그대로 눕혀서는, 답지 않게 눈썹을 살짝 찌푸린다. 그 답지 않게 급했고, 강경한 모습이었다.

  "좋았잖아."

  전부 거짓말이었나.

  "좋아했잖아."

  전부 연기였나.

  "내가…."

  쿠죠의 손이 부드럽게 히로의 뺨을 쓸어내린다.

  "……."

  속은 건가.

  쓸어내린 손이 히로의 쇄골에 얹혀져 주욱 선을 따라 어깨를 만졌다. 익숙한 몸. 무정한 눈동자에 작은 슬픔이 비추었다가 사라졌다. 쿠죠는 감정을 내비치는 것이 항상 서툴었다. 지금도 그랬다. 함께 감정을 나누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그 날, 밤의 일이 생생했는데.

  "하필이면… 네가."

  놓을 수가 없었다. 내 없는 감정을 그러모아 일부를 떼어내 주었던 너인데. 그렇게 저를 따르던 귀여운 후배였는데. 위장이었다니. 연기였다니. 전부 거짓이었다니. 눈물을 흘려도 되었지만, 나질 않는다. 결여된 감정 속에서도 휘몰아치는 서글픔은 그저 손 끝으로 올라가 어깨를 거세게 쥐어잡았다.

  "히로."

  이름을 불렀다.

  "히로, 히로."

  믿을만한 사람을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쾅,

  히로의 머리 옆 시트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쿠죠의 얼굴에는 차가운 눈동자가 서서히 자리잡고 있었다. 슬픔은 여전히 자리하고 있었지만, 스멀스멀 올라오는 갑갑함. 분출해내지 못하면 매우 싫은 느낌일 것 같은 턱 막히는 무언가.

  이게 화가 난다는 감정인가?

  "배신자."

  너를 향한 애정은 증오와 섞여,

  이제는 애증이 되었다.

  사라지지 않은 애정.

  휘몰아치는 증오.

  그 무엇 하나 발을 빼지 않고 속에서 태풍을 일어서.

  히로.

  거칠게, 너를….


  ….


  실험실 문은.

  여전히

  잠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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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D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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