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카타다] 마모되다

자캐 2018. 4. 22. 23:58

  자는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매번 바깥으로 새어나가는 온갖 비명과 묘한 소리들에 꼬맹이들이 걱정하는 것도 이해는 갔다. 아무 것도 모르는 녀석들이 보기엔 평범한 사람이었을 테니까. 천천히 숨을 고르게 내쉬는 타다시의 몸을 눈을 굴려 훑어보았다.

  소라의 몸.

  타다시의 몸.

  이제는 섞였다. 유스케는 눈꺼풀을 끔뻑였다. 그가 섞어버렸다.

  설사 그 아이가 어떻게든 세상에 존재한다 해도…, 이 몸으로 되돌아오려고 할까? 내가 잔뜩 뒤틀어버린 이 몸에?

  "…."

  입술을 꽉 깨물었다. 서투른 짓을 해 버린 게 아닐까. 그저,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지 못했던 게 아쉬웠다. 이제는 그 아쉬움만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찾으려 했다.

  "여차하면…."

  새로운 몸을 구해다 줄 수도 있긴 하지만. 뒷말은 삼켰다. 곤하게 자는 타다시의 얼굴처럼 소라도 제 알아서 살아가고 있겠지. 성불했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감이 왔다. 뭔가 놓친 게 있었다. 아마도… 그 놓친 것에, 소라의 행방이 있겠지.

  유스케는 무심코 손을 내밀어 타다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괜히 그 때가 생각나서. 하지만 겹쳐보는 건 아니었다. 이제는… 확실히 알고 있었으니까. 그냥, 꼬맹이들에게 으레 하는 습관이었다.

  "…왜?"

  그 사이 눈을 뜬 타다시와 마주쳤다. 쓰다듬던 손길을 멈추고 가만히 너를 바라보다가 손을 떼어낸다. 묻는 네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잠이 달아났는지 눈을 깜빡이던 타다시는 상체를 일으켜 앉고는 재차 물었다.

  "무슨 일인데?"

  유스케는 눈을 피했다. 새벽엔 생각이 잘 돌아가질 않는다. 어떻게든 머리를 굴려 할 말을 찾다가 겨우 한 마디를 내뱉었다.

  "…잠 깼냐."

  "그래."

  타다시는 담백하게 답변했다. '뭐 하는 거야?'하는 특유의 어이없는 표정과 함께 유스케를 바라보는 것이 느껴진다.

  "그럼 다시 자."

  할 말이 없었다. 그래서, 네 이마를 눌러 눕히며 단호하게 끊어냈다. 침대에서 일어나 자리를 피하려고 했다. 오늘 숙소는 변경이다. 그럴 생각이었다.

  팔목이 잡혔다.

  휙, 고개를 돌려 제 팔목을 잡은 타다시를 보았다.

  "뭐냐니까."

  얼굴을 찌푸린 게 어렴풋이 보인다.

  손목을 털어 그의 손을 가볍게 뿌리쳤다.

  "몰라도 돼."



  .



  컨테이너에서 나오자마자 담배갑을 찾았다. 빈 통만 덩그러니. 그 새 다 폈나. 한숨을 쉰다.

  '몰라도 돼.'

  정말 몰라도 됐었다. 말했다면 또, 뭐-…. 경멸섞인 눈길을 받았겠지. 그건 그거대로 좋지만 나도 선을 지켜야 하지 않겠어.

  빈 담배갑을 손에 쥐어 구겼다.

  꽉 쥐어 구겼다.

  네 머리를 쓰다듬던 그 순간,

  네 존재를 이렇게.

  내 손 안에서,

  구겨버리고 싶었던 건.

  "…."

  몰라도 된다. 모르는 게 편하겠지.

  끔뻑끔뻑. 눈을 감았다.


  "…목숨은 붙여둬야지."

  그래야-….


  ….


  점점 그 날의 기억이

  닳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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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D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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