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재판
[ 나루호도 류이치 X 아야사토 마요이 ] [나루마요]
< 걱정하는 것은 >
간혹 그녀를 보면, 멍하게 있을 때가 잦다. 다른 사람에게는 그저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나는 알고 있다. 둥글둥글한 눈동자에 색이 점점 지워져, 탁해지는 것을.
나루호도는 그날도 마요이를 지켜보았다. 호기심 반, 걱정 반. 그런 눈빛으로 그 탁한 눈동자를 가만히 옆에서 보았다. 볼록 튀어나온 안구는 미동 없이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때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그 얼굴을 찬찬히 살펴볼 수 있었다. 동그란 눈동자 위에 자리잡은 진한 눈썹. 적당히 솟은 코. 언제나 상기된 듯한 볼. 깔끔하게 어깨에 내려앉은 머리카락이 몇 가닥 붙어서는.
무슨 생각 해?
"마요이."
조심스럽게 속삭이자,
"아."
하고 외마디 소리를 낸다. 금세 돌아오는 눈동자의 생기. 왜 불렀어, 나루호도 군? 하고 물어오는 목소리는 평소와 별다른 낌새가 없다. 영매 의식의 부작용이라던가, 그런 건 아니겠지. 약간 안심하며 나루호도는 볼에 붙어 있는 마요이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떼어냈다.
"정전기인가 봐. 붙어 있네."
마요이는 제 볼에 나루호도의 손가락이 스친 자리를 어루만졌다. 으응, 그런 가 봐. 히죽 웃으며 머리카락을 정리한다. 고민이라도 있는 건 아니겠지. 괜한 걱정이면 좋겠는데. 그 웃는 얼굴이 너무도 해맑아서 머릿속이 뒤죽박죽이다. 마요이와 시선이 마주치자 눈을 약간 크게 떴다가, 무심코 입을 가렸다. 그리고 다시 입을 가린 손을 떼어냈다. 마요이의 앞에서 웃는 얼굴을 가리는 건 자신에게 있어서는 아직 가혹한 처사다. 이 습관을 얼른 떼어내야 하는데.
마요이.
나루호도는 마요이를 향해 팔을 벌렸다. 쪼르르 다가가 그의 품에 폭 안기는 마요이. 빙글 돌아 목도리라도 매는 듯 나루호도의 팔을 잡아 목에 두른다.
머리 위의 나루호도를 바라보았다.
아래의 마요이를 바라보았다.
그대로, 눈이 마주쳐.
"나루호도 군."
마요이의 손이 위를 향해, 나루호도의 양 볼을 감싼다.
"이리 와."
꼬옥, 안아주었다. 마요이의 팔에 힘이 들어간다. 빙글 돌아, 다시 그의 목을 꽉 감싸안고 매달린다. 나루호도는 그저 마요이의 등을 토닥였다. 마요이의 손도 조심스럽게 나루호도를 토닥인다. 눈을 감았다.
있지, 나루호도 군의 눈, 생기가 없어.
탁한 색이야.
"괜찮아. 나는 아무 일 없어."
조용히,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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