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n  Pencil 엠디메모장

[고도나루] 대면

*역전재판 3 약스포








[ 고도 X 나루호도 류이치 ]







<대면對面>






  "그러게요, 꽤 오래 됐죠."

  나루호도가 입을 먼저 열었다. 고도는 잠자코 그의 말을 들으며 평소대로 커피를 홀짝이고 있다. 쓴 맛이 그의 입 속을 감돈다. 오래 되었다. 그 말 한마디가, 후벼파고 들어와서는.

  "최근 만난 적은?"

  "있지만…."

  고도는 손을 들어 나루호도의 이제 막 시작되려는 말을 끊었다. 괜한 걸 물었군. 그야 당연히 있겠지. 내가. 내 자신부터가 그녀를 봤는데.

  "역시 알고 계시네요."

  "나름 옛 파트너니까."

  커피를 원샷한다. 뭔가 뻥 뚫어줄 거리를 찾는 듯 마지막 한 방울까지 쭉 들이켰다. 그리고, 컵 안에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는 걸 깨닫고도 목이 부러져라 뒤로 젖혔다. 달칵, 하고 컵의 언저리가 눈 앞에 걸린 기계에 닿는다.

  잊을 수 없을 거다. 그야, 계속해서 눈 앞에 살아난 채로 보여지는데, 어찌 잊을 수 있겠나. 재판을 하다가도 눈을 한 번 감았다 뜨면 불쑥 튀어나오는 죽은 그녀. 영매라는 비현실적인 현상 덕에 다시 앞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된 사람. 그녀가 이상하리만치 생생하면서도 원망스러웠다. 내가 다시 일어났건만, 너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구나.

  그렇게 생각하면서 자신의 옆에 앉은 그녀의 제자를 욕했던 건 언제쯤 관두었던가. 다시금 고민했다. 흠, 하고 코로 소리를 냈다. 나루호도가 그 소리에 제가 마시려던 컵을 식탁에 놓고는 고도를 바라본다. 뭔가 할 말이 있으신 걸까. 하는 모양새. 문득 입을 열었다.

  "가끔 겹쳐 보인단 말이지."

  "…저번에도 그런 말씀을 하셨었죠."

  나루호도는 고도가 털썩 놓은 빈 컵을 슬쩍 보며 말을 이었다. 제가 치히로 씨와 겹쳐져 보인다고. 고도는 고개를 끄덕이며 인상을 찌푸렸다. 사실 그의 표정을 가늠하긴 힘들었지만, 흐름을 보건대 인상을 찌푸렸을 거라고 나루호도는 지레짐작했다. 아마도 쉽게 잊으실 수는 없겠지. 알고 있다. 어깨를 살짝 들었다 놓으며 이야기를 슬슬 끝맺을까. 하고 그는 생각했다.

  "이해합니다. 제가 배운 거니까, 비슷한 건 어쩔 수 없는…."

  "그래도 너를 그 대신으로 보는 건 아니거든."

  "……."

  말문이 막혔다. 아. 그렇군. 별개의 존재로 봐 주는 건가. 끊겨버린 말이 그리 기분나쁘지는 않았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자신의 커피잔을 잡고 만지작댔다. 아직 식지 않은 온기. 꽤 오래 방치해두었었는데.

  "식는 걸 기다리나?"

  고도가 물었다. 나루호도는 대답하지 않고 컵 손잡이의 위쪽만 엄지의 지문으로 쓸어댔다. 괜히 얼굴이 붉어진 것 같기도 하지만, 그는 붉은 것을 볼 수 없으니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들켰다가는 어떤 놀림을 받을까.

  "시간은 많으니까, 천천히 마시라고."

  고개를 끄덕인다. 다시 컵을 두 손으로 모아잡아본다. 따뜻하지만, 곧 식어가는 온도. 입을 대면 생각보다 미지근해졌겠지. 곧 차가워지겠지. 다독였다.

  "커피가, 마음에 안 드나?"

  "…글쎄요."

  그의 말에 큰 의미를 두지 않으려 했다.

  "마루호도."

  "뭡니까."

  당신이 나와 같은 생각일지는 모르겠으니까.

  "너도 내 파트너다."

  "…."

  같은 생각일지는, 모르겠으니까.

  누군가가 뒤에서 톡톡, 나루호도를 건드렸다. 뒤를 돌아보니 형무소장이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젓는다. 아, 봐 줄 수 있는 시간은, 이게 끝이구나. 형무소장을 보던 시선을 돌려 마주 앞을 바라보았다. 입술 아래를 깨물곤 유리벽을 손바닥으로 짚었다.

  "파트너… 새겨두겠습니다. 카미노기 씨."

  "…그래."

  고도는 잠자코 그 이름을 들었다. 좋아하는 걸까, 싫어하는 걸까. 어느 것 하나 예측할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함부로 그의 감정을 예측하는 것이 큰 실례는 아닐까. 하고 나루호도가 고민하는 틈에 그는 씩 웃어보였다. 그러곤 자리에서 일어나 유유히 방을 빠져나간다. 철컥이는 문고리. 더 이상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 문. 그 문을, 나루호도는 몇 초 동안 뚫어지게 쳐다보았던 것 같기도 하다.


  곧 소등이니까, 형무소 사람들도 다 잘 거고. 이만 가 보는게 좋아. 하는 형무소장의 조언에 변호사는 슬프게 웃었다. 선선히 대답한다.

  알고 있습니다.

  오늘도 끝까지 말을 꺼낼 수 없었다고 그는 후회한다.

  "꼭, 함께 일해주셔야 합니다. 파트너."

  형무소의 문을 나서며 말해 보아야, 허공으로 흩어지기만 할 뿐.

  그의 대답은 없었다.



Fin.

' > 역전시리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논다나루] 작은 회상  (0) 2017.02.08
[자비] 모브캐릭터 설정  (0) 2017.02.07
[쿄아카] 열병(熱病)  (1) 2016.10.03
[치시시노] 悪たれ (심한 장난)  (0) 2016.09.16
[키리메이] 무제  (0) 2016.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