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재판
*논다가 치나미를 만나기 전에 나루호도를 만났으면 어떨까 하는 논오피셜 뻘글...
[ 논다 키쿠조우 X 나루호도 류이치 ]
< 작은 회상 >
"키쿠조우 씨. 라고 불러도 괜찮아."
그 말에 불현듯 얼굴이 새빨갛게 변해서, 나루호도는 그의 시선을 피했다. 열이 오르는 게 느껴진다는 건 이런 걸까. 수없이 많은 밤을 보냈음에도 그는 여전히 처음 만난 사이처럼 깍듯하며 다정했다. 손등으로 입을 가리며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는 날엔 언제나 꼭 안아주었지. 그래, 지금 자신을 껴안아주는 따뜻한 사내처럼.
"…키쿠조우 씨."
"그래, 그렇게."
면전에 대고 그렇게 활짝 웃는 건 반칙이었다. 얼굴색보다 더 빨갛게 변했을 귓볼을 만지작대며 그는 장난치듯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춘다. 언젠가는 이름으로만 불러 줬으면 좋겠네. 그 붉은 귓가에 속삭이는 목소리가 심장을 끊임없이 짓누른다.
"이, 이름만은. 나중에요."
논다 씨는 눈꼬리를 휘며 끄덕여준다. 아직은 어설픈 자신을 이해해주었다. 그야, 아무리 성인이 됐다 해도 익숙하지 않은 걸. 누군가와 사귀는 것. 누군가에게 설레는 것. 누군가와… 함께 사랑을 속삭이는 것이.
"그럼 수업 듣고 올 테니까, 쉬고 있어. 류이치."
"……네."
침을 꿀꺽 삼켰다. 같은 대학인, 약학부의 선배. 첫 만남은 의외로 도서관이었다. 지금은 연극과에 재학중이긴 하지만, 모종의 개인적인 이유로 법률서적을 찾던 도중 상당히 드라마틱한 전개가 있었다. 찾던 책이 하나밖에 남지 않았는데 뻗은 손이 닿은, 그런 틀에 박힌 장면.
그는, 논다 키쿠조우 선배는 닿은 손을 따라 시선을 천천히 옮겨 제 얼굴을 보았었다. 당황스러워하는 얼굴이 눈동자에 비쳤음은 확실하겠지. 다급히 손을 떼고 고개를 꾸벅 숙이려 했는데,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집은 책을 저의 품에 툭 던져주었다.
"다 읽으면 연락해 줘."
하고 책 위에 종이쪽지를 던져준 건 덤이었다. 그 날은 책 내용이 하나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더랬지. 싱긋 웃으며 손을 흔들어 준 그 남자가 온통 뇌 속을 헤맸다. 닿았던 부분이 짜릿하다. 아주 잠깐 느꼈던 체온이 따뜻했다. 상냥하게 웃어주었다. 반칙이다. 반칙이었다. 책갈피 대신 종이 사이에 끼워 둔 쪽지를 음미하듯 다시 손에 쥐고 펴 보았다. 유려한 글씨체. '논다 키쿠조우'라고 적혀진 서체.
"논다 키쿠조우 씨 전화번호… 맞나요."
결국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알겠어요. 수업 끝나실 때 맞춰서 갈게요. 약학부…라고 하셨죠? 네. 간단한 대화를 하고 그를 만나러 갈 때쯤, 그는 문자를 보내 왔다. 건물 뒤쪽에 점검할 게 있어서 거기 있으니, 이 쪽으로 와 달라고. 두꺼운 책을 껴안고 표지를 손톱으로 갉작거리며 조심스럽게 건물의 벽을 따라 반 바퀴 돌았다. 위를 보며 전봇대를 살피고 있다가 자신을 보자마자 손을 흔들어주는 논다.
"나루호도 류이치. 맞지? 연극과에서 변호사 공부 한다던 학생."
그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심장이 떨렸다. 대사에 맞춰 움직이는 입술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알 수 없는 감정이었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책을 꽉 끌어안았다. 함께 도서관에 가서, 반납하자마자 그에게 책을 건네주고 돌아갈 예정이었다. 그렇게 그와의 이상한 인연을 끊으려고 했다.
"책은, 제가 반납할 테니까…."
그리고 그 계획을 입에 담는 순간, 논다 키쿠조우는 자세를 숙이며 눈을 마주보았다. 그가 어디론가 사라질 세라 뚫어지게 쳐다보았었다.
"책은 필요없어. 그냥 네가 가르쳐줬으면 좋겠는데. 내용 말이야."
싱긋, 웃어주었다.
"난 그게 좋아."
그러니까, 그런 건 반칙이었다.
…정말, 반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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