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류 쿄야X미츠루기 레이지]
어째서 이렇게 되었는가, 여전히 모르겠다. 미츠루기 레이지의 손을 감싼 가류 쿄야는 그의 손에 가만히 총을 쥐여주었다. 아직 손잡이에 그의 온기가 남아있는 총신이 따뜻하면서도 묵직하게 손에 감겨왔다. 아, 차갑다. 너무나도 차가운 감촉이다. 총구는 쿄야를 향했다. 쿄야 그 자신의 손에 의해서.
"자. 빨리 죽여."
총을 잡고 있는 미츠루기의 손을 두 손으로 잡아 고정하고, 쿄야는 말했다. 미츠루기는 손을 빼내려 했지만 역부족이다. 혹시라도 손가락을 잘못 놀리면 그대로 쏘아져버려. 그는 죽게 될 것이다. 안 된다. 눈 앞에서 사람이 죽어버리는 것을 보고싶지 않다. 또다시 제 손으로 쏘는 짓을 하고 싶지 않다. 이 상황에서 어디론가 빠져나가고 싶었다. 그리고…
"못 해. 내가 어떻게 자네를…."
자신의 후배라고도 할 수 있는, 이 남자를. 죽일 수 없다. 손이 덜덜 떨렸다. 그 떨리는 손을 여전히 그가 잡고 있다. 움직일 수 없다. 달아날 수 없는 건가? 눈시울이 붉어졌다. 머리에 피가 쏠리는 것 같았고, 귀에 이명이 들린다.
"…."
쿄야는 미츠루기를 보고 살짝 웃었다. 동시에 탕, 하는 총성이 귀 한가득 울렸다. 반동으로 몸이 기울여짐과 동시에 심장이 철렁한다. 그의 손등을 감싸고 있던 쿄야의 손이 떨어져나간다. 쓰러진다. 무겁게 피를 흩날리며 땅으로 떨어진다.
"…아니야."
붉은 웅덩이가 쿄야의 가슴팍에서 울컥 솟아나오며 옷을 적셨다. 덜덜 떨리는 손에서 총을 툭 떨어뜨리고 급히 무릎을 꿇어 그의 상체를 안아들었다. 그의 몸에 힘이 없다. 차갑지 않은 피가 미츠루기의 옷에 함께 묻어난다.
"아니야, 아니야."
내가 한 게 아니야. 죽었을 리가, 제발, 안 돼. 일어나.
"아니야…."
흐르지 못했던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바닥을 점점 채우고 있는 그 피와 같이 슬프게 그의 옷과 피부를 채운다. 총을 쥐었었던 손으로 누워있는 그를 잡고 꼭 안았다.
"안 돼…."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고 흐른다. 다시 돌아오지 않는 그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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