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ission @CanUSmlie 산들님


The Binding of Isaac [모브자젤] 신은 어째서 그를 보냈는가





어둡고 축축하다. 저 쪽 방에서 본 바닥의 그림자가 드리워졌었다 싶으면 이 쪽 방으로 들어왔을 땐 티없이 밝고, 다른 쪽 방으로 들어오면 이상한 물체의 그림자가 바닥을 괴이하게 뒤덮고 있는 요상한 지하. 아이들은 헤메다 지쳐 울기도 했고, 퉁퉁 부은 다리를 문지르곤 바위에 앉아 포기하기도 했으며, 쉴 새 없이 걸어다니면서 욕을 곱씹기 바빴다.

그런 아이들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한 명은 벽과 기어가는 구더기, 작은 날파리들을 찬찬히 살펴보고 있다. 멀리서 본다면 그 아이를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분명 형태는 다른 아이들과 비슷했다. 단, 그에게 작고 검은 날개와 뿔 두 개가 있었던 것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저 애는 뭐야?"

누군가가 방 안이 다 울려퍼질 정도로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아이들은 일제히 목소리를 낸 아이에게로 눈이 돌아간 뒤, 아이가 가리키는 손가락 끝을 향해 눈길을 이어갔다. 한 쪽 뿔이 이상하게 부러져 있는 검은 아이는 웅성거림 속에서의 갑작스런 침묵에 주위를 둘러보다, 자신에게 삿대질을 하는 아이에게로 몸을 돌렸다.

"…. 내가 뭐?"

평범한 소년의 목소리다. 다른 아이들과 다를 것 없었다. 여지껏 지나쳐온 이상한 파리들과 괴물들에 비교하면 '그 검은 아이'는 분명 사람이였다. 의심스러운 구석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 사실이 가장 중요했다.

"그 날개랑 뿔은 뭐야?"

"난 태어날 때부터 이랬어."

천연덕스럽게 대답한 그를 두고 수근대는 아이들. 태어날 때부터? 그냥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고 넘어가는 아이들이 있는 반면, 대놓고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따지려는 아이들이 더러 보인다. 검은 아이는 그들에게서 뒤로 물러서며 침착하게 말한다.

"우리가 싸울 이유는 없어. 나는 지금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고, 우리는 여기서 빠져나가야 하니까."

막연한 긴장감이 갑작스럽게 서로를 옭아맨다. 숨을 삼키며 검은 아이에게 소리지르려던 아이조차 걸음을 멈추고 참을 정도의 무거운 긴장감이였다. 방금 전 검은 아이의 발언이 자신들의 처지를 다시금 상기시켰던 것인지. 모두들 추궁을 관두고 발걸음을 옮겨 다음 방으로 향한다. 또 어떤 어처구니없는 괴물이 나와 우리 중 누군가를 상처입히고 죽일까. 자신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적인 생각이 허공에서 부딪힌다.

"그러고 보니, 그럼 너는 뭐라고 불러야 해? 네 이름만 말하지 않았어."

나름 활동감이 있는 리더격인 아이가 검은 아이에게 묻는다. 그저 물었을 뿐이였다. 그리고 어떤 위화감을 느꼈다. 한동안 그의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 것이다. 아이들의 어떤 말에도 꼬박꼬박 대답하며 '꽤 똑똑하네'라 평가하게 해 주었던 검은 아이는 돌연 식은땀을 흘리며 입을 닫았다.

"너, 이름이 뭐야?"

리더가 재차 묻자 몇 명의 아이들이 몰래 듣고 있었던지 천천히 몰려들었다. 왜 대답하지 않는 거야? 웅성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지고, 그 웅성거림의 중심에 서 있는 검은 아이에게로 눈빛의 압박이 가해진다. 검은 아이는 주먹을 꽉 쥐며 고개를 양 옆으로 저었다. 와중에 누군가의 작은 외침이 공기를 갈랐다.

"얘들아, 뭔가를 찾았어!"

"리더한테로 가지고 와!"

검은 아이에게 이름을 물었던 활동감이 강한 아이는 이미 아이들 사이에서부터 리더로 불리고 있었다. 그런 아이가 계속해서 물어오니, 검은 아이는 점점 더 초조해지기 시작한 것 같다. 눈에 띄게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고, 이마에서 흐르는 식은땀이 턱까지 흘러내려온다. 누가 보아도 의심할 만한 아이. 그의 정면에 서 있던 리더는 조그마한 아이가 손에 쥐고 가져온 찢어진 메모지 하나를 받아 눈으로 읽는다. 그리고는 직접 소리내어 읽지는 않은 채 옆의 아이에게 슬쩍 보여준다. 그리고 검은 아이에게 말한다.

"네 이름을 알기 전까지는 우리의 일원이 아니야. 이름을 말한다면 방금 옆의 아이에게 건네준 이 메모를 보여줄게."

"…."

"그 전에는 안 돼. 얼른 말해."

검은 아이는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영 결심이 서지 않는 듯 하다. 그를 둘러싼 아이들이 답답하다 못해 지겨웠던지 발을 쿵쿵 구르며 악썼다. 네 이름을 말해. 네 이름을 말해!

"나는… 내 이름은…."

입술을 달싹이며 검은 아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운을 띄웠다. 소리치던 아이들의 목소리가 음소거 버튼을 누른 듯 휑하니 사라지고 구더기가 기어가는 소리조차 들릴 정도로 조용한 침묵이 감싸돈다. 그래. 네 이름은? 모두의 고개가 앞으로 숙여지고 귀가 쫑긋해진다.

"…아…ㄹ."

소근거리는 목소리. 잘 들리지 않는다. 리더는 단호하게 그에게 다시 한 번 더 묻는다.

"제대로 한 번 더 말해줘."

"윽…."

검은 아이는 자신의 이름을 말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여기까지 왔다면, 그저 창피해서만은 아니겠지. 모두 그렇게 느끼고 있음이 분명했다. 모종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검은 아이가 자신의 이름을 말하지 않을수록 아이에 대한 불신은 커져나가고 그에 따른 내분이 일어날 것이라고 리더는 판단했다. 그래서 재차 물었다.

"제대로. 한 번 더 말 해."

리더의 말은 힘이 있었다. 그곳에 있는, 검은 아이를 제외한 다른 아이들의 마음을 전부 대변한 것이여서인지 한마음으로 그의 이름을 원하고 있었다. 검은 아이는 뒷걸음질을 치다 못해 벽에 바짝 달라붙었다. 등 뒤의 작은 날개가 파르르 떨려오는 것이 보인다.

"아…아자젤."

숨을 깊숙히 쉬고 기침하듯이 내뱉은 단어. 아자젤. 그것이 검은 아이의 이름이였다. 아자젤을 둘러싼 무리들이 긴장하며 참고 있던 숨을 훅 내뱉고는 실망의 탄성을 질렀다.

"에이, 뭐야. 그냥 이상한 이름이라서 말하기 싫었던 거냐?"

아자젤은 그저 쓰게 웃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부서진 뿔의 끝을 만지작댔다. 분명 저 뿔이나 날개도 이상한 병 같은 것에 걸려 그런 거겠지. 하고 아이들은 생각한다. 그곳의 아이들은 대부분 나이가 적었기 때문에 당연히 할 수 있는 상상이였다. 물론 그들의 리더 또한 그랬으리라 생각했지만. 리더에게는 또다른 의문이 생긴다.

'어째서 아자젤은 자신의 이름을 크게 말하지 않았던 걸까?'

이름이 부끄럽다면 크게 한 번 지르고 끝내면 될 일이다. 아이가 소심했다면 작은 목소리로 말한 것이 이해될지는 모르겠으나, 아자젤은 소심한 아이가 아니였다. 그의 이름을 물어보기 전까지는 꼬박꼬박 자신의 생각에 대해 스스럼없이 이야기했고, 확실한 판단력 또한 보여주었으며 아이들의 목적을 상기시키는 데에 아주 큰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아이와 지낸 것은 몇 시간도 되지 않았지만, 그 답지 않았다. 리더는 다시 자신이 들고 있는 메모를 살펴본다. 혹시 다른 장치가 있지는 않은가 해서.

[Black Angel knows all of us]

'검은 천사는 우리들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

리더는 메모의 글자 하나하나를 눈으로 도장찍듯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의미없는 문장을 만들어보고, 알파벳을 재배열해보기도 하고, 단어의 앞 글자만 따서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보기도 했지만 제대로 된 단어가 나오지도 않는다. 쓸데없는 낙서인 걸까? 바위에 앉아 머리를 싸매고 있을 때였다. 아이들의 잡담소리가 바늘로 찌르듯 귀를 파고들어왔다.

"아자젤, 어디서 많이 들어봤다 했더니. 엄마한테 들은 적 있어."

눈이 절로 뜨이는 것처럼 귀가 쫑긋 반응한다.

"추락천사 이름이잖아? 아자젤(Azazel)."

추락천사. 천사. 검은 아이. 아자젤. 검은 아자젤. 추락한 검은 아이. 추락한 검은 아자젤. 추락한 검은 천사. 검은…. 천사. 리더는 머리를 굴렸다. 사실 딱히 굴리지 않아도 곧바로 나오는 답이였다. 내분을 꾀하는, 한 악질이 준비한 함정일 가능성도 있지만 메모를 가져다준 아이는 바위 틈에서 찾았다고 했다. 그 증거로 메모의 일부에 흙이 묻어 있었고. 게다가 아직 아자젤에게는 메모의 내용을 보여주지 않았다. 시험해볼 만 하다.

"…아자젤."

"…응."

"하나, 물어도 괜찮을까."

"뭘 물어보려고?"

"네가… 검은 천사(Black Angel)인지를."

동작이 멈췄다. 아자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리더를 바라본다. 미세하게 그의 시선이 달달 떨린다. 그리고 그는 이를 악물었다.

"메모."

"?"

"메모, 이리 줘. 당장!"

손을 뻗으며 아자젤이 리더에게 달려들었다. 메모는 리더의 손에 꼬깃꼬깃 접혀 들어가 있었고, 아자젤은 그 손을 붙잡고 손톱으로 뜯어내려 했지만 저지당했다. '이곳에서 탈출하려면 다퉈서는 안 된다'라는 암묵적인 규칙에 의해 아자젤에게 달려든 또다른 아이들. 아자젤은 사지를 붙잡혀 바닥에 뒹굴었다. 잠시 밀쳐져 쓰러졌던 리더는 입에 흙이 들어갔던지 침을 툭 뱉으며 소매로 입가를 닦아낸다.

"…아자젤. 무슨 짓이야?"

"…."

아자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위를 보며 리더를 째려봤다. 리더는 확신했다. 이 놈은, 분명 관계가 있다고.

"[검은 천사는 우리들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아니야."

아자젤은 곧바로 리더의 말을 부정했다. 한층 더 의심이 깊어진다. 진즉에 그를 의심하고 계속해서 염두에 두고 있었어야 했는데. 조금 늦었던 걸까. 리더는 이야기를 계속한다.

"[우리들]이란 건… 우리를 지하로 보내게 한 장본인들이란 거지?"

"그 메모, 믿지 마."

아자젤은 고개를 흔들었다. 절대 아니라고, 자신은 결백하며, 네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지 전혀 모르겠다는 투로 말이다. 내가 네 함정에 걸릴 것 같아? 아자젤. 리더는 손에 쥐고 있는 메모를 구겨질 정도로 꽉 쥐었다.

"그렇다면 네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게 될 테고."

"닥쳐!…우욱,"

괴로운 듯 아자젤은 귀를 막으며 닥치라고 소리질렀다. 동시에 아자젤은 다시 바닥으로 쳐박혔다. 딱딱한 돌에 부딪혀버린 어깨가 찌르르하게 아파오기 시작한다. 리더가 그의 앞에서 주먹을 쥔 채 팔을 걷어붙이고 서 있다. 주먹을 그에게 내리꽂았던 자세다. 모든 아이가 또다시 아자젤을 둘러싼다. 이번에는 무섭도록 차가운 눈빛으로.

"거짓말이야! 그 메모… 나는 절대로 모른다고!"

"그렇다면 방금 전엔 왜 이름을 숨겼어?"

"윽…."

리더는 접혀 있는 메모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며 쭈그려앉았다. 흙 범벅이 되어서 가까스로 상체만을 일으킨 채 앉아 있는 아자젤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 한참을 그렇게 마주보고 있다가 손을 뻗어 아자젤의 날개를 잡아당긴다. 지문 하나하나로 눌러대며 만지작대다가, 손톱을 세워 꽉 찌른다.

"아, 아파…!"

리더를 밀어낼 힘도 없이 몸을 움찔대며 팔을 올려 얼굴을 가리는 아자젤. 리더와 다른 아이들은 흥미롭게 그의 날개를 만지는 손가락을 일제히 바라본다.

"감각이 있어? 진짜 네 몸이구나."

왠지 비웃는 듯한 그의 말투가 목울대를 뜨겁게 달군다. 아자젤은 대답없이 거칠게 숨만 내쉬었다.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던 것일까, 아니라면 말을 하면 할수록 불리해진다는 것을 깨달은 것일까. 그 중 어느 하나가 아니더라도 관중들은 이 일을 즉시 속행했을 것이다. 리더는 손가락으로 그의 뿔 하나를 세게 튕기며 아자젤을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쫄았냐? 괜찮아. 괴물 밥으로 던지진 않을 거니까."

아자젤의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마치 어느 책에 묘사된, 검은 뿔과 검은 날개. 악마와 비슷한 모습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자젤은 악마 같진 않았다. 리더는 그에 대해 모종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메모를 떠올리며 아마도 그가 우리를 이곳에 보낸 무리들에게서 조종당하고 있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아자젤'. 버리는 카드…. 그 꼴이지 않은가.

"살려 줘, 난, 진짜 아무것도…."

"모른다고?"

둔탁한 소리가 한 번 울렸다. 아자젤이 배를 움켜잡고 숨을 거칠게 토해낸다. 눈가에 눈물이 살짝 맺혀서, 애처로워 보인다. 그가 하는 말이 진실이라 해도 아이들은 이곳에서 멈출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퍽, 퍽. 계속해서 리더는 발을 움직여 위아래로 밟았다. 죽어가는 듯이 자그맣게 변해가는 신음소리가 아자젤의 목 속에서 맴돌았다.

"우리 엄마가 말했었지."

"…."

"거짓말에는 매가 약이라고."

아자젤은 숨을 삼켰다. 세게 감고 있었던 눈을 뜨고 리더를 흘긋 바라보는데, 그의 얼굴은 굳어 있다. 아니야. 내가 아니야. 나는 모르는 일이야.

"나는, 진짜…"

"닥쳐. 사탄."

그에게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통하지 않았다. 숨기고 싶었는데. 말하고 싶지 않았는데. 분명 너희들에게는 내 이야기가 어떤 도움도 되지 않을 텐데. 아자젤은 밟힌 상처 부위를 손으로 가리며 더욱 더 움츠렸다.

"불어. 사탄 새끼야. 너는 여기로 어떻게 들어왔지?"

"자고… 자고 일어나서 그냥 눈을 떴을 뿐이야!…윽,"

그의 날개에 또다시 통증이 찾아온다. 누가 뒤에서 날카로운 돌을 던져 상처를 낸 것인지, 뭔가 흘러내리는 느낌이 그를 엄습했다.

"제대로 말 해. 아자젤. 네 뿔과 이 날개는 어떻게 설명할 건데?"

"이건 나도 몰라, 태어날 때부터 있었어. 정말이야."

"태어날 때부터라."

리더는 아자젤의 말을 다시 한 번 반복하며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멀쩡한 뿔 한쪽을 손잡이 잡듯 쥐어잡고 머리를 잡아당긴다. 힘없이 끌려오는 아자젤.

"여기. 다른 쪽 뿔이 부서진 건?"

"이, 이건…."

잡힌 뿔을 빼내려 애쓰고는 있지만 몸에 영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날개는 쓰라리고, 피 같은 것이 흐르고 있고, 말하기 싫었는데, 말해야 하는 상황까지 도달해서 미친듯이 괴롭다. 이대로 모두 밀어내고 아무도 없는 곳으로 달아나고 싶었으나, 괴물 또한 무서웠다. 아이들과 함께 있지 않다면 쥐도새도 모르게 죽어버려 시체로 발견될 것 같아서. 참고 참다가 말문을 가까스로 열었다.

"그만 때려, 그만… 말 할 테니까, 제발…."

"잘 생각했어."

리더는 뿔을 가볍게 놓았다. 물건이 떨어지듯 아자젤은 아래로 쓰러진다. 갈비뼈만 위아래로 움직이며 숨을 쉬고 있다. 부들거리는 팔을 짚고 일어나려니 아이들의 시선이 너무나도 두려워 망설여졌지만, 그들 사이가 아니라면 그는 이곳에서 살아나갈 수 없었다.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눈물이 나서 잠긴 목소리로 아자젤은 성대를 쥐어짜냈다.

"일단, 나는 정말 잠들었어. 그리고 깨어나 보니…여기였지."

"이게 또 맞으려고…."

"그리고 잠든 이유는, 엄마라고 믿고 있었던 사람이 내 뿔 한 쪽을 부쉈기 때문이야."

"…뭐?"

"기절. 아마도."

"…."

"…."

몇몇 아이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긴장감을 해소하려는 취지였겠지만 공기를 한 층 더 무겁게 만들어버렸다. 리더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혀를 찼다. '괜히 물었다'라고 생각하는 게 훤히 보여서 아자젤은 천천히 바위에 걸터앉았다.

"나도…너희도. 속은 거야."

"그럼 방금 전 메모는 왜?"

리더가 망치를 맞은 듯 멍하게 아자젤을 바라보았다. 모든 원흉은 아자젤이 메모에 대해 신경질적으로 반응했기 때문이였으니 일이 이렇게 된 데에 책임을 물으려 한 걸까.

"엄마가 나를 때리기 전에 했던 말이 있지."

"…?"

"누군가의 메모를 본 뒤에…[검은 천사를 죽여]라고, 뭔가에 홀린 듯이. 그렇게 몇 번을 말했었어."

"그러면…."

"'당신이 말하신다면 그러겠나이다'하고 나를 몽둥이로 팼거든."

모두들 침묵했다. 초점이 흐린 눈으로 멍하게 빛이 들어오는 천장을 바라보았다. 분명 지하인데도 빛이 들어오는 이상한 곳. 그곳에서 허탈하게 웃고 있었던 것은 흙투성이인 채 날개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던 검은 천사 뿐이였을지도 모른다.

신에게서 미움받는 아이들은 그렇게 모여들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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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D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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