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마 슈이치로 X 타무라 미키에몬 ] + [견원]




자존심





인술학원은 아침부터 소란스러웠다. 타무라 미키에몬이 석화시를 끌고 장전중인 지금, 하마 슈이치로 또한 수업중에 쓰던 화승총을 들고 그를 위협중이다. 분명 아침에는 화기애애했던 두 동실의 분위기가 심상찮다.


" 심지에 불이나 제대로 붙일 수 있나, 슈이치로? "


미키에몬이 먼저 그를 도발한다. 슈이치로는 이를 바득 갈면서도 대답하지 못했다. 낡은 교과서로 배운 그의 지식은 아직 미키에몬의 수준까지는 도달하지 못한다. 그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대답을 하면 할수록 슈이치로는 바닥을 드러낼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입을 다물었다. 미키에몬이 더욱 비아냥거리기 시작한다. 이죽거리는 그 얼굴에 슈이치로는 목소리를 짜내어 본다.


" 하지만…, 그래도, 전쟁 경험은 내가 더 많다고! "


살짝 떨고 있었다. 물론 경험은 중요한 것이지만 지식의 부족은 아주 큰 결점이다. 식은땀이 티나도록 흐르고 손이 땀에 젖었다. 화승총을 들고 있는 팔이 부들거린다.


" 용구위원회 주제에, 회계위원회의 뇌와는 다르지. "


미키에몬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슈이치로를 곁눈으로 흘겨본다. 입가를 씰룩이는 게 무어라 더 할 말이 있지만 참고 있다는 것이 보인다. 깔보는 걸까. 슈이치로는 화승총을 고쳐들었다.


" 아무리 옛 지식이라지만, 화승총 정도는 쏠 수 있는 거 몰라? "

" 제대로 관리할 수도 없는 거 아는데 뭘. "

" …. "

" 부정 못하지? 슈이치로? 위원회 예산으로 몰래 네 화승총 구하고 있는 거 알고 있으니까. "

" 뭐? "


슈이치로는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당황이 전부 티가 나지만 나름대로 침착을 되찾고 숨을 가다듬었다. 미키에몬의 말은 틀린 게 아니였다. 몰래 케마 선배에게 부탁해 예산을 개인적으로 조금 받았을 뿐이였지만 말이다. 물론 '개인적'에서부터 그는 잘못을 저지른 것이였지만 케마는 그를 이해해주었다. 그래서 자신에게 예산을 준 것이다. 들키지 말았어야 했는데.


" 그걸 어떻게…. "

" 당연히 일지를 뒤졌지. 뭔가 빠진 게 있는데, 우리 방에 새로운 물건이 들어오면 당연히 너잖아? "


움찔한다. 여태까지 들키지 않았던 게 기적이였다. 같은 방을 쓰고 있으니 이렇게 될 거란 건 알고 있었지만 예산을 빼돌린 것까지 들킬 줄이야. 부끄러워진다. 몰래 주신 케마 선배에게는 뭐라고 말해드리면 좋을까.


" 시오에 선배께는 말 안했으니까, 일단은 알아서 처리하라고. "


확실하게 그는 슈이치로의 우위에 섰다. 말문이 막혔고 변명은 할 수 없다. 모두 맞는 말이니까. 미키에몬은 마무리를 지을 생각으로 한 마디 툭 던진다.


" 어차피 다루지도 못 할 화승총으로, 예산이 삭감된대도 좋은 거지? "

" 타무라, 너…무슨…! "


슈이치로가 달려들었다. 멱살을 잡고 거세게 미키에몬을 끌어당겼지만, 미키에몬도 만만찮게 버틴다. 둘 다 눈을 날카롭게 뜨고 서로를 열심히 응시하고 있다. 곧 있으면 주먹다짐이라도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에, 주위를 지나가던 하급생들도 자리를 슬슬 피한다. 이를 빠드득 가는 소리 외에는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 헹, 이것 봐, 때리시려고? "

" 이 자식…. "


슈이치로는 미키에몬의 멱살을 집어던지듯 놓고 주먹을 높이 쳐들었다. 미키에몬은 반사적으로 눈을 꽉 감고 석화시인 유리코와 연결된 밧줄을 꽉 잡았다. 손 안에 식은땀이 잔뜩이다. 슈이치로에게 맞는다! 하는 순간적인 생각이 머리카락을 채어 가듯 지나쳤다.


" 슈이치로! "

" …! "


한참 눈을 감고 주먹을 기다리고 있는데, 어째서인지 몇 초가 지나도 오지 않아 슬며시 눈을 반쯤 떠 본다. 그러고 보니 목소리가 들렸다. 슈이치로를 말리는 목소리가.


" 슈이치로. 너희, 동실이잖아? 사이 좋게 지내야지. 안 그래? "

" 케마 선배…. "


케마 토메사부로가 슈이치로의 팔을 꽉 잡고 있다. 미키에몬이 조금 뒷걸음질을 치는데, 무언가에 막혀 뒤를 돌아보니 시오에 몬지로가.


" …! 시오에 선배! "

" 무슨 일로 싸웠는지, 자초지종을 들어보도록 하지. "

" 시오에 선배, 슈이치로가 예산을…. "


몬지로가 미키에몬의 입을 손으로 턱하니 막는다. 그리고 잘 알고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케마를 바라본다.


" 토메사부로, 네가 직접 예산을 빼 준 거냐? "

" …. 그는 아직 적응이 필요한 걸 알잖아, 몬지로. "

" 그래…. "


미키에몬과 슈이치로는 둘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무언가 대화의 주제가 많이 어긋난 건 아닐까 걱정도 했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 슈이치로의 예산 문제를 시오에 선배가 이미 알고 있었던 건가?


" 저, 시오에 선배. 어째서 슈이치로에 대한 걸 알고 있으신 겁니까? "

" 듣고 있었거든, 기왓장 위에 앉아 있었는데. "


몰랐어?라고 묻는 듯 의아하게 미키에몬을 바라보는 몬지로의 표정은 진심이였다. 그렇다면 케마 선배와 같이 있었던 건가? 하고 케마를 바라보는 미키에몬. 서서히 그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을 보니 예상은 틀린 것 같다.


" 몬지로, 너… 보고만 있었다고? 지금 싸움이 일어날 뻔 했는데? "

" 가끔은 싸움도 성장에 필요한 법이지. "


몬지로는 유연하게 케마의 전투적인 물음으로부터 빠져나왔다. 그렇지만 그는 이미 케마가 주무기인 철쌍절곤을 만지작대고 있는 것에 눈길을 고정하고 있다. 미키에몬과 슈이치로의 눈 앞에서 싸울 생각인지 몬지로도 그에 맞서 들고 있던 대창의 대를 고쳐잡았다.


" 귀여운 후배들이 보는 앞에서 싸울 셈이냐, 토메사부로? "

" 네 놈의 행동 때문에 둘 다 다칠 뻔했다는 걸 자각하고는 있는 거냐, 몬지로? "


주거니받거니하며 케마는 쌍절곤을, 몬지로는 대를 꽉 쥔다. 쎄한 바람이 불었다. 둘의 말싸움이 시작된다.


" 애초에, 둘 다 화기를 가지고 있었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싸움이 될 뻔…. "

" 나는 동실인 센조의 보록화시를 거의 매일마다 맞을 뻔 했다고? "

" 네 경우와는 다르지, 이건! "

" 오호라, 이사쿠와의 관계처럼 후배와 후배의 동실을 우호적으로 만들겠다 이건가? "

" 뭐, "

" 하지만 네놈은 하반, 나는 이반이야. 로반인 둘에게 참견할 영역은 전혀 없을 건데. "


말문이 막힌다. 생각하고 있었던 것을 모두 간파당한 것 같아 케마는 얼굴을 붉히며 몬지로를 째려본다. 네가 뭘 안다고?


" 야, 슈이치로. "

" 응? "


미키에몬이 유리코를 드르륵 끌어 오며 슈이치로에게 다가와, 케마와 몬지로에게 들키지 않도록 넌지시 이야기한다.


" 말려야 할 것 같은데. "

" 말릴 수 있는 거야? "


물론 아니지. 미키에몬은 고개를 저었다. 슈이치로는 고개를 기우뚱하고 팔짱을 껴 고민하다가 이제 됐다는 듯 미키에몬의 어깨에 팔을 툭 얹어놓았다.


" 그냥 구경해. "

" 뭐라고? "


생각이 있는 거야? 미키에몬은 질린 표정으로 슈이치로를 바라본다. 그리고 어깨에 얹혀진 슈이치로의 팔을 신경질적으로 쳐냈다. 슈이치로가 미간을 찌푸리며 쳐내어진 자신의 손을 무안하게 비볐다.


" 어차피 말릴 수도 없는 거, 싸움이 끝날 때까지 구경하면 되는 거 아냐? "

" 우리 때문에 일어난 일인데, 선배들끼리 싸우게 해서는 안 되지! "

" 그래서 우리가 말릴 수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자면 못 말리잖아! "


언성이 높아졌다. 케마와 몬지로처럼 슈이치로와 미키에몬의 말투 또한 점점 거칠어졌다. 케마가 몬지로에게 슬슬 달려들기로 결정할 무렵엔 이미 로반의 동실 둘 다 바닥에서 멱살을 잡고 뒹굴어대고 있던 참이였다.


" 이봐, 이봐, 잠깐! 슈이치로! 미키에몬! "

" 당장 멈추지 못해? "

" 둘 다 떨어져! "

" …. "

" …. "


모래와 흙으로 범벅이 된 옷이 무색하게도 그들은 털어낼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저 서로를 노려보며 입을 꾹 다물 뿐이였다. 케마는 슈이치로를 잡아당겨 어깨를 힘있게 잡았다. 진정하라는 의미다.


" 슈이치로. 동실과는 되도록이면, 싸우지 않는 거다. 항상 말했던 거잖아. "

" …. 네. "


케마의 올곧은 눈빛은 슈이치로를 압박하고 있었기에 대답을 미룰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는 마지못해 평소의 목소리보다 몇 배는 작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런 와중에 피부를 통해 작게 톡, 톡, 하는 물방울이 느껴진다. 몬지로도 저 멀리서 미키에몬을 끌고 가 손가락질 해 대며 설교를 하고 있는 듯 하다.


" 타무라, 알겠냐. 되도록이면 동실과는 싸우지 않는 편이 좋다. "

" 알겠…습니다. "


미키에몬은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며 고개를 푹 숙였다. 야단맞은 것 같다. 처음부터 그를 약올렸던 것이 잘못되었던 걸까. 이미 선배들은 다들 알고 있었고, 눈감아주고 있었던 문제였는데, 너무 깊게 생각해서 그를 몰아세웠던 것은 잘못된 선택이였을까. 애꿏은 모래알을 발로 살살 비볐다.


" …. 어라, 비가…? "


톡, 톡. 바닥에 진한 색의 모래가 사방으로 터지는 듯한 원 모양으로 퍼져나가는 것이 보인다. 점차 빨라진다. 케마와 몬지로는 아직 아무 것도 모른 채 서로의 후배에게 설교하고 있다.


" 그러니까, 하마 슈이치로! 너는 동실을 조금만 더 소중히 다뤄야 하는…! "

" 타무라 미키에몬, 그러니 일단 동실에게는 손을 대지 않는 것이 좋은…! "


둘이서 똑같이 언성을 높혔을 때, 비는 돌연 쏟아져내려온다. 어리둥절한 케마와 몬지로.


" 우왁, 내 화승총이! "

" 유리코, 유리코! "


슈이치로와 미키에몬이 재빨리 두건을 벗어 제 화기들을 덮는다. 열심히 화승총과 석화시에 내리는 비를 온몸으로 막다가….


" 당장 싸워요, 선배! "

" 타무라, 그게 무슨 소리냐! "

" 아니, 일단 싸우라니까! "

" 몬지로, 너 후배 교육을 도대체 어떻게 시킨 거냐! "

" 뭐라고? 네 녀석이야 말로, 눈감아줬더니 예산을 꼬박꼬박 저 신입에게 넘겨 줘? "


몇 마디 건네 주니 둘은 다시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댔다. 미키에몬이 그들 모르게 주먹을 꽉 쥐고 허공에다 어퍼컷을 날린다. 슈이치로는 옷의 비를 탈탈 털어내는데, 금세 비가 투둑투둑 멎는 것을 보고 어리둥절해하며 미키에몬을 본다. 눈이 마주치는 둘. 둘의 사이에는 신명나게 싸우고 있는 6학년의 선배 둘.


" …타무라. "

" 뭐냐. 슈이치로. "

" 말리려고 했던 거 아니였어? "

" …. "

" …. "

" 들어갈까? "

" 그래. "


인술학원은 여전히 시끄럽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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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D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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