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센] 교집합

닌타마 2015. 12. 3. 17:17

[ 시오에 몬지로 X  타치바나 센조 ]





교집합







분홍색과 노란색이 간간히 섞인 호텔 앞. 사람이 별로 없는 한산한 거리. 차만이 신물나게 지나가서 이제는 하품이 나올 지경인 지루함. 그 지루함에 둘둘 휘감겨 있는 한 남성은 주말임에도 정장을 깔끔하게 차려 입은 채 소매를 살짝 걷어 가죽끈으로 이어진 손목시계를 흘겨보았다. 초침은 소리를 내지 않고 부드럽게 흘러간다. 정각이 되기 3초 전. 2초. 1초. 정각.


" …. 연락 준 아저씨? "


손목시계를 보고 있던 시선을 옮겨 목소리가 들린 바로 앞을 본다. 이제 막 변성기가 지나간 듯한 낮으면서도 깊은 목소리. 아직 앳된 얼굴. 큰 키에다 적당히 마른 체형에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 한 명이 눈을 치켜뜨며 남자의 눈앞에 대고 휴대폰을 흔들었다.


" 맞지? "


남자가 그를 보느라 무심코 말을 하지 않았던지 소년은 재차 묻는다.


" …. 얼마냐? "


남자는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소년은 그 한마디로 다 되었다는 듯 흡족하게 웃으며 손바닥을 편다. 손가락 다섯 개를 다른 손으로 직접 하나 하나 세어 가며 가리키고는,


" 추가비용은 일 도중에 갱신되고, 후일 만남 예약은 반값. "


이라며 똑 부러지게 말한다. 남자는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천천히 소년의 어깨를 감싸 안았지만, 소년은 반항하지 않고 밀착해온다.


" 피할 줄 알았는데. "

" 서비스. 아저씨는 꽤 마음에 드네. 냄새나지도 않고. 향수? "

" …. "


당돌하다. 남자는 말없이 카운터에 돈을 내고 짤랑이는 열쇠를 받아 주머니에 찔러넣었다. 소년이 그의 팔을 감싸 팔짱을 낀다.


" 아저씨. 이름은? "

" …몬지로. "

" 센조라고 불러요. 몬지로 씨. "


몬지로는 으음, 하고 앓는 소리를 냈다. 가만 보니 식은땀이 조금 흐르고 있다. 그는 머리를 긁적이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는 소리가 나자마자 들어가 층의 버튼을 연타했다. 센조가 그의 팔을 좀 더 휘감으며 옆볼을 살짝 붙인다.


" 익숙한가 봐. 많이. "

" 당연하죠. 벌이가 꽤 좋으니까. "

" 그런가. 너무 붙지는 말고. 조금 불편해. "


센조는 눈썹을 들었다 놓는다. 변태는 아니네. 하고 입모양으로만 중얼거리고 적당히 거리를 두어 팔짱을 꼈다. 팔을 놓을 생각은 하지 않는 것 같아 몬지로는 소매 안쪽으로 식은땀을 닦았다. 상승하다가 들어올리듯이 멈춘 엘리베이터가 '8층입니다.'하는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그들을 안내했다. 방은 내리자마자 보이는 복도의 끝에서 4번째 방이였다.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열쇠를 꺼내 꼽아 돌린다.


" 먼저 씻을래요? "

" 바로 앞이 집이야. 씻고 왔어. "

" 왠지 냄새가 안 나더라. 나도 씻고 왔는데. "


센조는 손깍지를 끼고 팔을 들어 목걸이처럼 몬지로의 목에 건 뒤 당겼다. 아직 채 신발도 벗지 못했는데. 몬지로는 반항하지 않고 순순히 소년에게 끌려갔다. 얼굴이 맞닿을 듯 말 듯 할때, 센조는 몬지로의 넥타이를 잡아 능숙하게 풀어내린다.


" 바로 할까요? "


센조는 그의 넥타이 끈을 입에 물고는 몬지로가 입은 와이셔츠의 가장 윗단추가 있는 부분을 손톱 끝으로 잘그락거리는 소리가 나도록 매만졌다. 몬지로는 넥타이를 풀어내릴 때 조금 놀란 이후로 미적지근하게 반응하고 있다. 그가 무심하게 열쇠에 붙은 카드를 스위치에 꼽고 불을 켜려는데, 그의 팔을 잡는 센조의 손.


" 이대로 해요. 조용히. 어둡게. "


그 목소리가 너무도 감미로워서. 몸의 전체를 타고 흘러내려서 몬지로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센조의 손가락이 뱀처럼 그의 목울대를 쓸고 지나갔다.


그는 센조를 안아들었다.

침대는 가까웠다.



.





.





-





" 몬지로 씨. "

" 왜. 센조. "

" 우리 내일도 볼 수 있어? "

" 보고 싶어? "


센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덧붙인다.


" 그냥 걷기만 해도 될 것 같은데. "


몬지로는 방금 전의 센조처럼 똑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 …. 그 정도라도 고마워. 먼저 씻고 나올게. "


센조는 머쓱하게 웃으며 샤워실로 들어갔다. 불투명한 창문 너머로, 센조의 실루엣이 아른거리는 것을 몬지로는 멍하게 구경하고 있었다. 바닥에 내팽겨쳤던 바지를 끌고 와 주머니를 뒤져선 담뱃갑 하나를 반쯤 꺼내다가 도로 집어넣었다.


" …입냄새 나면 안 되겠지. "


그는 피식 웃어버린다.




Fin.

Posted by MD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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