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이사(TS)] 비밀

닌타마 2016. 2. 6. 21:56

*twitter @air0815 공기님 리퀘




[ 타치바나 센조(TS) X 젠포우지 이사쿠(TS) ] [센이사(TS)]




비밀






둔탁한 소리가 울린다. 피부에 맞부딪히는 그 주먹 소리가 학교의 구석진 틈 속에서 새어나왔다. 어떠한 신음소리도, 비명소리도 나지 않고 묵묵하게 타격음만이 장소를 채우는 그 곳에, 타치바나 센조는 주저앉았다. 아주 조금의 마찰 뿐이였다. 그런데 이 지경까지 왔다.


"앞으로 좀 조심하고 다녀."


조심? 센조는 그들이 모두 뒤돌자마자 픽 웃었다. 그래봤자 너희들은 내 발끝에도 못 미쳐. 얌전히 맞아 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 건지. 이대로 학교에 찌르기만 하면 그들 인생은 끝이다. 안약으로 적당히 눈물을 만든 뒤에, 선생님 앞에서 약간 짜대고 나면 교장선생님의 귀에 들어가겠지. 은폐하기 위해서 부모님과 대면을 요청할거야. 그렇게 된다면 저 쪽 부모님들은 이 쪽으로 고개를 숙이게 될 걸. 홀가분하네.


"…따가워."


중얼거렸다. 팔이 조금 욱씬거려서 보니 얕게 스친 생채기에서 스멀스멀 피가 새어나오고 있다. 센조는 작게 혀를 차며 손가락으로 지그시 그 부분을 찍어누른다. 따가운 압박감. 왠지 미끌거리는 느낌. 그리고 작은 고통.


"양호실은 어디였더라."


눈을 내리깔고 지문을 따라 묻은 피를 가만히 보았다. 바람을 맞으니 금새 말라붙어 손가락에 작게 난 길을 따라 검붉은 선을 만든 혈액은 비릿한 냄새를 풍기며 눈 앞에 다가오는 것 같았다. 그래서 센조는 그냥 그것을 손가락 사이로 비벼 떼어냈다. 더러운 것을 보듯이.


.


"우와, 여기저기 심하게…."


젠포우지 이사쿠는 센조를 이리저리 살펴보며 간간히 안타까움의 탄성을 질러댔다. 볼에서부터, 어깨 부근. 팔, 팔목, 다리 아래로도 쭉. 쉴 새 없이 많은 상처가 찔끔찔끔 그녀를 옥죄고 있었다. 이사쿠가 소독약을 묻힌 솜으로 톡톡 부근을 두드릴 때마다 센조는 움찔거렸다.


"…그래서, 네가 왜 여기 있는 건데?"

"네가 친구들한테 끌려갔다는 소리를 듣고 대기를…."

"신고할 생각은…?"

"이미 알고 있었으면서 그래."


센조는 입을 닫았다. 이사쿠의 말이 맞다. 자신의 생각이 있었기에, 자신을 그 아이들이 끌고 나가 때릴 것이라는 걸 확실하게 알고 있었기에 센조는 선생님께 신고하지 않았다. 이사쿠는 그것을 상황을 들은 뒤 한 번에 이해했다. 그렇기에 센조는 이사쿠를 믿었다. 이사쿠만을 믿고 있었다.


"이번에도 확실하게 사과 받아낼 거지?"

"당연하지."

"그럼 조금 큰 반창고로 붙여 둘까."


이사쿠가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런 이사쿠를 보다가, 센조도 픽 웃어버린다. 익숙한 생활이다.


"최대한 티나게, 붙여 둬. 조금 어설프게 해 둬도 괜찮고."


비록 이런 대화지만, 그 둘은 즐거웠다. 다른 반에서, 다른 선생님과 다른 시간표로 하루를 지내는 생활은 여지껏 둘을 제대로 만날 수 있게 해 주지 않았었다. 쉬는 시간에도, 점심 시간에도. 다른 친구들 덕에 볼 일은 없었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애틋했다. 이런 상황이였어도. 그 대화에 왠지 모를 상냥함이 내포되어 있었던 것은 그 때문이였을까.


"있지, 저번 시험. 잘 쳤어?"

"그게 언제적인데. 물론 잘 쳤지."

"또 저번처럼 한 칸 밀려쓰지나 않았을까 해서."

"아, 들켰네."


조용히 소리내어 웃었다.


"…자. 다 됐다."

"고마워. 이사쿠."

"이번에도 잘 하고."

"걱정 마. 확실하게 사과 받아낼 테니까."


시선이 끈끈하게 얽혔다. 이사쿠는 센조를 제 품에 꼭 안았다.


"그래도 다음에는 조심해."

"…응."

"상처가 나는 건 싫어."

"응."

"센조가 다치는 게, 싫으니까."

"……알았어."


센조는 이사쿠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푹신하고, 매끄러운 갈색 머리카락이 손가락 사이에서 흘러내린다.


"또 봐. 이사쿠."

"응. 또 봐."


센조의 입술이 이사쿠의 이마에 약하게 닿았다가 떨어졌다.


또 한동안 만나지 못할 것을 알지만.

먼발치에서 볼 수 있는 것을 알기에.


그녀들은 괜찮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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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D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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