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원] 비가 온다.

닌타마 2015. 12. 12. 01:13

*twitter @Nin_perry 페리님 리퀘




[ 시오에 몬지로 X 케마 토메사부로 ] [견원] [몬케마몬]





-비가 온다.





드물게도 장마다. 인술학원의 화기들은 모두 빗물이 들어오지 않는 실내로 옮겨져 쿰쿰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고, 평소 바깥에서 공놀이를 하던 하급생 아이들도 실내에서 뒹굴거리고 있다. 세찬 비바람 속에서도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은 상급생 중 몇 명 뿐이였다. 그 중에서도 가장 나이가 많은, 6학년의 둘 말이다.


" 예산을 넘겨라, 몬지로! "

" 더 이상 너한테 줄 건 없다, 토메사부로! "


견원지간이라는 소문답게 오늘도 둘은 싸움이 끊이질 않는다. 챙챙대는 금속음이 빗소리 사이에서 울려퍼졌다. 가까운 방에 앉아 있던 센조는 따뜻한 차를 감싸 잡고 향을 맡다가, 바깥의 소리를 듣고는 한숨쉬었다.


" …싸우고 있는데 비가 오는 건 별일이네. "


후루룩, 차를 목구멍으로 넘긴다. 센조는, 그리고 인술학원의 모두는 비에 대해 딱히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비가 온다 해도 몸이 조금 무거워질 뿐, 조금 더 빨리 발을 움직이면 해결될 문제라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 원인에 대해서도 좀처럼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들려오는 금속음은 점차 간격이 좁혀지고 있었다.


" 시오에 몬지로. "


돌연 케마가 몬지로의 이름을 불렀다. 서로의 날을 마주대고 얼굴을 정면으로 쳐다보면서 말이다. 시끄럽게 울리던 금속음도 그쳤다. 철과 철이 비벼지며 생기는 신경 거슬리는 소리를 뺀다면.


" 뭐냐, 토메사부로. "

" 이제 와서야 묻는 것이다만, 그 때 했던 말은 도대체 뭐였냐? "


그 때 했던 말? 몬지로는 뒤로 몇 발자국 물러서서 대창을 휘두르며 위협했다. 물에 젖은 대창이 평소보다도 더 묵직했지만, 10kg 주판보다야 휘두르기 좋다. 힘있게 대창을 바닥에 꼽아넣을 정도로 박아세우고, 허리에 손을 얹은 뒤 고민하는 몬지로.


" 무슨 말? "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 것 같아 보여서인지 케마는 쌍절곤을 한 손으로 거둬 잡고 인상을 찌푸린다. 뭐라 설명할지를 고민하다 곧바로 말을 꺼냈다.


" 후배들을 찾으러 나갔었을 때 말이다. 네가, 그… 나를…. "

" 걱정했다고 말했던 거? "


몬지로는 아무렇지도 않게 소매의 물기를 쭉 짜내며 말했다. 움찔한 것은 케마 뿐이다. 그래, 아마 일주일도 안 되었을 때의 일. 이 긴 장마가 아직 시작되지 않았을 적의 일이다. 사몬이 뒷산에서 사라져버렸고, 사쿠베가 그를 찾으러 나간 뒤 평소 돌아오던 시간에 맞춰 돌아오지 않았었지. 교장선생님께서는 없어진 아이들이 속한 위원장에게 직접 찾으러 가라 명했었다. 결국 회계위원장인 몬지로와 용구위원장인 케마는 함께 뒷산으로 달렸다.


" …토메사부로! "


순식간의 일이였다. 케마가 발을 디뎠던 곳에 잘 가려진 함정이 놓여 있었고, 몬지로는 재빨리 그에게 손을 뻗어 손목을 잡아당겼다. 몬지로 또한 아슬아슬하게 나무에 발끝으로 매달린 상황. 자칫하면 깊이도 모르는 함정 속으로 빠져 팔과 다리의 뼈 몇 개가 부러질 수도 있었다.


" 제대로 잡아, 토메사부로! "


놀라서 말문이 막힌 케마에게 몬지로는 소리쳤다. 잘못 굴러떨어지다가는 아래에 있는 바위에 부딫혀 기절할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에 판단하기론 얼른 끌어올려야 할 급한 상황이였다. 케마는 가까스로 남은 손을 올려 몬지로의 손을 거세게 잡아당겼다. 몸을 반동으로 올려 가볍게 나무 위로 착지하는 케마. 안정적으로 자세를 잡고 안도의 한숨을 쉬며, 어느 새 흐르고 있던 식은땀을 소매로 닦는다.


" 나 답지않게 신세를 졌구만. "

" 다칠 뻔 했잖아, 토메사부로. "


케마는 고개를 소리날 정도로 휙 돌려 몬지로를 바라보았다. 잘못 들은 건 아니겠지? 케마의 실수도 드물었지만, 몬지로의 그런 말 또한 드물었다. 케마는 장난치지 말라는 듯 파하하 웃으며 몬지로의 어깨를 주먹으로 약하게 툭 친다.


" 걱정하는거냐? "


몬지로는 함정을 흘긋 내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케마가 그를 보며 눈을 크게 뜨자, 좀 더 크게 고개를 끄덕이는 몬지로. 행동으로는 부족한지,


" 다칠까봐 걱정했다. "


하고 말한 뒤 머리를 긁적이는 몬지로. 그 뒤로 더 할 말을 찾을 수가 없었던 몬지로는 함정에서 눈을 떼고 인상을 찌푸리다가 뒷산의 안쪽을 가리켰다.


" …아이들 찾으러 가야지. "

" 아…. 그래. "


결국 사몬과 사쿠베는 무사히 인술학원으로 돌아왔었지만, 케마와 몬지로는 한동안 면대면으로 이야기하질 않았다. 싸움도 걸지 않고 침묵하며 지나갔다. 그 때였을까. 장마가 시작되었던 것이. 시원하게 건물에 퍼붓는 빗방울은 이상하게도 케마의 불안한 마음을 한층 더 깊게 만들었다. 그가 그 때 했던 말은 도대체 무슨 뜻이였을까?


" 말 그대로다. 토메사부로. 그 땐 그냥 너를 걱정했을 뿐이야. "

" 나를 쓰러뜨리려고 안달난 녀석이 왜 걱정을 하냔 말이지. "


케마의 말투에 날이 서렸다. 몬지로는 대답을 피하려는 듯 머리를 긁적이며 그의 시선을 피했다. 비에 젖어있는 그의 축 늘어진 두건과 묶인 머리카락이 무겁게 가라앉아 흔들렸다. 케마는 몬지로에게 몇 발자국 다가가며 언성을 높였다.


" 나를 걱정한 이유가 뭐야, 몬지로! "

" …비가 온다. "

" 뭐냐, 제대로 대답을…. "


케마는 몬지로가 자신을 걱정했다는 그 작은 사실에 이상하리만치 집착하고 화를 냈다. 사소한 일이였는데, 왜 자신이 화를 내고 있는지는 분명치 않았지만 그냥 넘어가기에는 너무 신경쓰였다. 꼭 그에게 따지고 들어야겠다는 느낌이 불현듯 들어서 물고 늘어졌다. 게다가 잠깐 스쳐지나가는 다른 생각을 떨쳐내고 싶었다.


" 토메사부로. "

" 제대로 대답하라니까! "

" …비가 온다고 했잖아. "


몬지로는 알 수 없는 말만을 반복했다. 비가 온다고? 그게 뭐 어때서? 장마철이라면 당연히 비가 오는 것이다. 자꾸 대화의 주제를 돌리려 하는 그에게 짜증이 치밀어올라 케마는 쌍절곤을 고쳐잡았다. 몬지로가 자세를 잡는 케마를 보곤 움찔하더니 푹 한숨을 쉰다.


" 지금은 싸울 기분이 아니야. "

" 몬지로, 당장 대창을 들어! "

" 갈 테니까, 내 말이나 잘 생각해 보라고. "


몬지로는 검지손가락을 세워 머리를 톡톡 가리킨다.


" 네 그 바보같은 머리로 말이야. "

" 무슨 소리를! "


케마는 몬지로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피하기 위해 작정한 몬지로는 쌍절곤에 전혀 맞아줄 생각이 없었다. 그는 어느 새 시야에서 사라져버리고, 덩그러니 케마만이 마루에 남아 비를 맞았다.

망할 놈의 비. 케마는 신경질적으로 쌍절곤을 품 속에 넣었다. 소매가 무거워 쭉 물기를 짜낸다. 몬지로가 도망쳤다. 그럴 녀석이 아닌데. 평소의 그라면 꼭 승부를 끝내야 한단 말이다.


" 사실, 그게 아니였으면 했는데. "


케마는 빗속에서 조용히 중얼거린다. 그러다가 하하, 하고 김 빠지게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 네 녀석도 같은 거냐. 젠장. "


비는 전혀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봐, 몬지로.

똑같은 거지?


우리 둘 다 말이야.

그렇잖아. 비가 오니까.


케마는 두건을 풀고, 묶은 머리를 풀었다. 빗물에 흠뻑 젖은 머리카락이 힘없이 늘어졌다. 픽 웃는다. 자기 자신이 한심하다는 듯이 웃었다.




좋아해.



좋아해. 시오에 몬지로.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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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D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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