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타마
[잣토 콘나몽 X 케마 토메사부로] [잣케마]
그의 붕대는 차갑지 않았다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이명이 울린다. 날카로운 소리에 정신이 혼미해졌지만, 이 이상 더 시간을 끌면 위험하다. 조금만 더 달려야 해. 다리를 움직여야 한다.
토메사부로는 패닉에 빠져 있었다. 계속해서 쫒아오는 성의 닌자들. 그들은 분명 자신을 알고 있었다. 자신이 닌타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쫒아왔다. 죽일 기세로 쫒아와서, 날카로운 쿠나이를 목 깊숙한 곳에 들이밀었다. 서늘한 감촉에 소름이 돋아 그대로 도망쳐 온 것이 지금.
"윽…."
피가 흐른다. 몬지로와의 대결에서 대창을 피한 지 몇 년째인데, 그 정도도 못 피하겠는가. 그래도 조금은 달랐다. 몬지로는 나와 싸운 것이였지만, 그들은 나를 죽이려 했다. 그게 달라서, 토메사부로는 다쳤다. 핵심은 그것이다.
"도망치지 않으면…."
죽는다.
숨을 조절해가며 조심스럽게 심호흡을 했다. 나뭇잎이 많이 우거진 나무 위까지 올라와 몸을 숨겼으니, 몇 번 나뭇가지를 헤쳐 들어오지 않는 한은 들키지 않을 거다. 그들은 언제쯤이면 수색을 포기하고 성으로 돌아갈까. 이 위에서 밤을 지새워야 할지도 모른다. 약간 어지럽다. 목이 따끔거린다. 더불어, 다리에 힘이 풀려 있다. 정신적인 충격이였을까. 인술학원이라는 굴레 안에서 그는 안전했다. 닌타마를 죽이는 것은 그들에게 있어서 암묵적으로 전쟁의 선전포고일 터였다. 그런데, 어째서? 그들의 성주는 전쟁을 시작할 속셈인 건가?
헙. 손으로 입을 막았다. 보이지는 않지만, 목소리가 들린다. 시우음.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다급하지도 않고 느슨하다. 그들에게 있어서 자신을 죽이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닌 건가? 따로 그에 대한 임무가 주어지진 않은 것 같다. 아마도 그들의 독단적인 행동이였으리라 지레짐작해 본다. 조금 더 귀를 기울였다. 두 사람이서 시우음을 주고받는다. 높게. 낮게. 중간 음에서, 다시 높게. 그리고 낮은 음으로 쭉. 혹시나, 나중에라도 기억해둘 수 있도록 머리에 새겨 둔다. 필요해질 일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아, 한 명이 더 온 것 같다. 세 명이 된다.
네 명.
…다섯 명.
점점 모여들고 있다. 여섯 명.
일곱….
……여덟. 아홉.
이 정도면 닌자대 하나가 될 정도다. 전부 여기에 모이는 건가? 하필이면, 여기에?
비틀거렸다. 무릎이 약간 접혔다. 이대로 주저앉아버리면, 서 있는 나뭇가지 끝의 나뭇잎이 흔들려서 그들이 눈치챌 수도 있다. 젠장할. 토메사부로는 나무기둥을 잡고 있는 손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 힘줄이 당겨온다. 이대로 인술학원으로 돌아가 하루를 쉬면, 온 몸이 욱씬거릴 테지. 식은땀이 주룩 흐르는 게 볼을 타고 느껴졌다. 입을 꽉 다물고 코로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정신을 붙잡고 있어야 한다.
눈 앞이 흐리다.
목 아래로, 피가 흐르는 것이 느껴진다.
끔뻑. 끔뻑. 눈을 감았다가 뜬다.
시우음이 계속 들려.
이명이 짙어진다.
이명인가? 아니, 시우음인가?
제 머리에서 나는 것인지, 바깥에서 나는 것인지.
이제는 분간도 할 수 없다.
끝났다.
잠이 오는 것 같아.
…이대로, 잠에 빠져든다면. 조금 더 편할 텐데.
어떻게 되는 걸까.
아래에 주둔해 있는 녀석들이 나를 찾아 죽여버리는 걸까?
죽어버리는 걸까….
….
꾸벅. 고개를 떨구었다가, 퍼뜩 깨달았다. 아니야, 여기서 죽을 수는 없다. 어지럽지만 참아야 한다. 인술학원의 귀여운 후배들이, 동급생이, 선생님들이 있다. 여기서 죽으면 안 된다. 알려야 한다. 인술학원의 모두에게, 위협이 있었다고. 그 성을 주의하라고, 조심하라고 알려야 한다.
알려야 하는데.
….
다시 졸음이 닥쳐온다.
상처를 손으로 꽉 눌러댔다. 아픔을 주어서라도, 깨어나야 한다.
토기가 올라온다.
속이 울렁거려.
시우음? 이명? 다른 소리?
헷갈린다.
버텨.
버티자.
버텨라. 토메사부로.
….
조금만, 조금만 더….
"쉿."
"…! 누구…읍,"
소리 없이. 누군가가 다가와 뒤에서 목을 끌어안는다. 그들인가? 그들 중 한 명인가? 의문이 가슴께를 파고들어 심장이 크게 뛰었지만, 입을 막고 얼굴을 감싼 손길이 부드럽다. 오히려 저항할 몸부림도 칠 수 없을 정도로 힘이 빠져나가서, 은연중에 죽을 각오를 했을 지도 몰랐다. 무언가의 천이 목을 둘둘 감싸고 있다. 어깨를 움찔하며, 풀린 눈에 힘을 주고 위를 본다. 익숙한… 얼굴이다. 아니, 붕대였다.
"여분의 붕대이니, 걱정 말도록."
인술학원에서 한 임무 중에 어쩔 수 없이 급조했었던, 더 이상은 쓰이지 않는 시우음이 날카롭게 귀를 파고들었다. 이 자가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뭘 하러 온 거냐."
경계하며 물었지만, 잣토는 손을 올려 케마의 눈을 감겼다. 부드럽게. 약간은 굳은살이 붙어 있는 손이 그의 눈두덩이를 짓누르고 지나간다.
"이곳에 숨은 건 좋은 판단이였어. 저 자들은 우리의 적이기도 하니까."
도와주지. 낮은 시우음으로 잣토는 그를 안심시키려 했다. 케마는 잠자코 그의 손길을 받는다. 목을 감싼 붕대는 이미 체온을 받아 따뜻해져 있었다. 잣토 콘나몽의 체온. 그, 망할 놈의 체온이.
"자 둬. 그 쪽이 편할 거야."
눈은 계속 감고 있었다.
그래, 잠이 쏟아지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렇다고 그에 대한 반발심으로 잠이 오는 것을 참고 버텼다고도 말할 수 없다.
그저, 그 때만큼은.
편해서.
안심되어서.
심장박동이 사그라들어서.
조심스럽게, 잠에 빠져들었을 뿐이다.
"잘 자라. 꼬맹아."
그런 말이, 어렴풋 들렸던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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