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n  Pencil 엠디메모장

이별을 위한 기록

꽁이가 보고싶다

2월 15일 오전 9시

마지막 인사

엄마는 누워 있는 네 몸에서 좋은 향기가 난다고 했다.

우느라 코가 막혀서 나는 맡지 못했다. 그게 정말 아쉽다.

꽁이 이름, 아니면 ‘강아지’를 검색해서 내가 썼던 트윗들을 읽었다

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적었었다

정말로 많이 적었다 일상적인 것들이 많았다

아주 옛날 습관 이제는 하지 않았던 습관 다리가 아파져서 할 수 없어진 습관

움직이기 어려워져서 힘줘서 짖기만 우렁차게 하던 마지막 날

우리를 부르고 있었는데 그저 잠 자기 어렵다며 칭얼대는 걸로만 알고

우리가 너무 늦게 보고 말았다면서 엄마는 울었다

마지막 가는 모습을 봐줬지만 그 때는 이미 숨이 가쁘고 점차 옅어지고 있었다

우리를 봤지만 정말로 봤을지는 알 수 없다

그래도 계속 계속 괜찮다고 푹 자도 된다고 이야기해줬다

마지막 숨을 뱉고 나서는 조용해졌다

집이 너무 조용했다

아침마다 네가 짖는 소리가 났는데

그 소리로 알람도 울리지 않은 휴대폰을 붙잡고

조금만 더 자자고 너한테 짜증냈을 때가 엊그제같은데

이제는 알람 소리를 들으면서 네가 왜 안 짖었는지 생각하게 된다

포켓몬 슬립에 네가 짖는 목소리가 항상 녹음되었는데

이제는 조용하다

조용하고 너무 조용하다

네가 짖어줬으면 좋겠다 다시 나에게 짖고 달려와서 털을 손에 비벼줬으면 좋겠다

널 보낼 준비를 정말 많이 했는데 보내고 나서도 여전히 슬프다

보고 싶다

문을 닫은 채로 자고 있는데 새벽에 거실에서 걷는 소리가 들려서

그래서 문을 열었다

네 집을 치워서 없었다 아무도 없었다

그냥 너를 위해서 놔뒀던 물그릇 그리고 밥그릇 그냥 그것밖에 없었다

그래서 문을 닫지 못하고 그냥 연 채로 잤다

그러고 나서야 기억이 났다 내가 문을 닫고 잔 이유는

네가 저녁마다 내 침대 위에 올라오려고 낑낑대서였다는 거

다음 날 내가 출근해야 한다고 네가 있으면 잠을 못 잔다고 분리했던거

그냥 닫지 말걸 계속 같이 잘걸

그런 후회가 든다 그래도 마지막 날에는 내 침대 위에 잠깐 두었다

나는 새벽까지 깨어 있었으니까 너를 안고 있었으니까

마지막에 따뜻했을까

누워 있었던 너는 점점 몸이 식어갔었다

엄마가 너를 쓰다듬으면서 계속 말했다 너무 차갑다고 식어간다고

눈을 감겨주고 나서는 자는 것 같다고 금방 다시 일어날 것 같다고

아빠가 돌아올 때까지 엄마는 계속 침대에서 울다가 거실에 나와서 꽁이 집 앞에서 누워 있는 꽁이를 쓰다듬다가

반복했다 계속계속 그러고도 아쉬워서 바닥에 둔 채로 차마 들어올리지도 못하고

그냥 그대로 꽁이 위에 엎어져서 울었다

옷을 입혔다

지난 설에 새로 산 겨울옷

털 목도리도 있어서 따뜻한 것

네가 너무 작아서 목도리 품이 널널했다

조금이라도 덜 추우라고

눈을 감기 며칠 전 엄마는 꽁이 털을 손수 깎아주었다

너무 많이 깎아서 맨들맨들해졌다. 그래서 괜히 일찍 깎았다고 추울 까봐 걱정이라고 계속 이야기했다.

깎고 나서 목욕은 내가 직접 해줬다. 그날따라 물이 싫다고 낑낑대고 움직이기 힘든 발을 움직여서 나를 발로 차고 긁었다

그래도 잘 달랬다 따뜻한 물로 반질반질하게 씻기고 예쁘게 말려 주고 쓰다듬어 주고

잘 씻었다고 간식도 잔뜩 챙겨 주고

간식을 좀 더 많이 줄 걸 그랬다

아침에는 거실로 길게 창을 따라 햇빛이 들어왔다

그 네모난 햇빛 위에 너는 맨날 앉아서 따뜻하게 쬐었다

매일매일

매일 그랬다 너는 햇빛을 정말 좋아했다

산책을 더 많이 시켜줄걸

더 많이 걷게 해줄걸 더 따뜻하게 해줄걸 올 겨울이 정말 추웠는데

네가 춥진 않을지 걱정이다

엄마가 거울을 넣던 주머니를 가져다가 거울을 빼내고 안에 사료랑 간식을 잔뜩 넣었다

가는 길에 꼭 챙겨 먹으라고

배고프지 말라고

엄마는 너와의 내일을 모레를 그리고 일주일 뒤를 한달 뒤를 생각하면서

네 다리를 재활할 수 있는 기구를 사려던 사이트가 아직 남아 있었다

이제는 잘 걸을 수 있겠지 아프지 않겠지

괜찮겠지

네 생각이 계속 나서 잠을 못 자고 울고 있으니까

갈비뼈 오른쪽이 꾹 하고 눌리는 것 같았다

내 침대 위에 올라오면 네가 맨날 들어오던 자리였다

왔던 걸까 잠깐 들렀다 갔을까

내일도 와줄까

네가 깰까봐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그대로 나도 잠든 것 같다

물은 잘 마시고 갔을까

오늘은 집에 돌아가서 물을 갈아줘야겠다

깨끗한 물로 네가 마실 수 있는 물로 갈아주고

밥그릇에는 간식도 더 섞어서 둬야지

네가 생각나면 또 올게

언니가 맨날 한글 알려줬으니까 읽을 수 있지

못 읽어도 맨날 말해줄게 매일매일

사랑해 많이 사랑해 지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