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대구 코믹월드 불발본입니다.

* 이후 새로 써도 완전히 다른 이야기로 만들거나 더 이상 책으로는 낼 기력이 없을 것 같아 공개합니다. 약 1년전 글이라 그런지 조금 보기 힘들고 묘사의 부족함이 많습니다.



 

 

 

닌타마 역전재판 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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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ndkvn_nin

닌타마 역전재판 AU

목차

 

 

1. 형사들은 기대했다⦁⦁⦁⦁⦁⦁⦁⦁⦁⦁⦁⦁⦁⦁⦁⦁⦁⦁⦁⦁⦁4

1.5. 형사의 단면⦁⦁⦁⦁⦁⦁⦁⦁⦁⦁⦁⦁⦁⦁⦁⦁⦁⦁⦁⦁⦁⦁⦁7

2. 변호사들은 결심했다⦁⦁⦁⦁⦁⦁⦁⦁⦁⦁⦁⦁⦁⦁⦁⦁⦁⦁⦁ 13

2.5 변호사의 단면⦁⦁⦁⦁⦁⦁⦁⦁⦁⦁⦁⦁⦁⦁⦁⦁⦁⦁⦁⦁⦁⦁16

3. 검사들은 이를 갈았다⦁⦁⦁⦁⦁⦁⦁⦁⦁⦁⦁⦁⦁⦁⦁⦁⦁⦁⦁23

3.5 검사의 단면⦁⦁⦁⦁⦁⦁⦁⦁⦁⦁⦁⦁⦁⦁⦁⦁⦁⦁⦁⦁⦁⦁⦁26

4. 그래서 이런 역전재판 AU를 사랑합니다.⦁⦁⦁⦁⦁⦁⦁⦁⦁⦁32

5. 법정의 시작⦁⦁⦁⦁⦁⦁⦁⦁⦁⦁⦁⦁⦁⦁⦁⦁⦁⦁⦁⦁⦁⦁⦁ 36

6. 사건정리⦁⦁⦁⦁⦁⦁⦁⦁⦁⦁⦁⦁⦁⦁⦁⦁⦁⦁⦁⦁⦁⦁⦁⦁⦁37

7. 첫 번째 증인⦁⦁⦁⦁⦁⦁⦁⦁⦁⦁⦁⦁⦁⦁⦁⦁⦁⦁⦁⦁⦁⦁⦁38

8. 이의 있소!⦁⦁⦁⦁⦁⦁⦁⦁⦁⦁⦁⦁⦁⦁⦁⦁⦁⦁⦁⦁⦁⦁⦁⦁39

9. 두 번째 증인⦁⦁⦁⦁⦁⦁⦁⦁⦁⦁⦁⦁⦁⦁⦁⦁⦁⦁⦁⦁⦁⦁⦁40

10. 잠깐!⦁⦁⦁⦁⦁⦁⦁⦁⦁⦁⦁⦁⦁⦁⦁⦁⦁⦁⦁⦁⦁⦁⦁⦁⦁⦁41

11. 끝났습니까?⦁⦁⦁⦁⦁⦁⦁⦁⦁⦁⦁⦁⦁⦁⦁⦁⦁⦁⦁⦁⦁⦁⦁42

12. 기력이 딸리기 시작했다⦁⦁⦁⦁⦁⦁⦁⦁⦁⦁⦁⦁⦁⦁⦁⦁⦁ 43

13. 사건 전말⦁⦁⦁⦁⦁⦁⦁⦁⦁⦁⦁⦁⦁⦁⦁⦁⦁⦁⦁⦁⦁⦁⦁⦁45

14. 필자 사담 에필로그⦁⦁⦁⦁⦁⦁⦁⦁⦁⦁⦁⦁⦁⦁⦁⦁⦁⦁⦁ 47

 

날카로운 사이렌 소리가 밤공기를 가르고 지나갔다. 아직까지도 집에 돌아가지 않고 바깥에서 걷고 있던 사람들은 웅성거리며 경찰차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지? 어떤 집에 강도라도 들었나? 누가 교통법 위반이라도 한 걸까?

그래서, 이미 죽어 있다고?”

경찰차의 안에서 미키에몬이 재차 전화기 너머로 물었다. 스피커에서 당황스러워하는 목소리와 함께 다른 웅성거리는 소리가 넘어왔다. 운전대를 잡고 있던 슈이치로가 목소리만 크게 내며 전화기 너머를 향해 윽박질렀다.

추정 시각! 그걸 알아봐야지, 타키야샤마루!”

타키야샤마루는 이제 그 말은 질렸다는 듯 푹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슈이치로에게 똑같이 윽박지르려 했다. 그러다가 누군가에게 저지당한 듯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난다.

글세, 알고 있다니까! ? , 어어. 뭔가요?”

, 누군가가 저쪽 편의 전화기를 건네받은 듯 딸깍이는 소리가 몇 초 울렸다. 새로운 목소리가 들린다.

네에, 타카마루 바꿨습니다~ 키하치로 군이 부검 중이니까 걱정 말라고 전해달래. 그렇게 화내지 말라구.”

알았어요. 타카마루 씨.”

. 타키야샤마루 녀석. 급하긴.”

미키에몬은 짜증내며 전화를 끊었다. 분명 오늘은 비번이었는데,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하필 사건이라. 그것도 살인 사건이다. 어찌 이리 운이 나쁠 수가 있을까.

너무 기분 나빠하진 마. 오랜만에 총 잡을 일이 생길 수도 있잖아?”

그거야말로 형사들한텐 최악의 일인데.”

이죽거리는 말과는 다르게 미키에몬의 표정에 웃음이 살짝 피어났다. 슈이치로도 액셀을 더 깊게 밟으며 눈썹을 올렸다.

그래. 오늘은, 최악의 날이다.

1. 형사들은 기대했다

 

 

사이렌 소리가 합창했다. 다른 일반인들이 섣불리 들어오게 하지 않도록 경계심을 부추기고 길을 돌아서 가게 만들려는 심산이었겠지만, 호기심 많은 사람들은 결국 호기심에 못 이겨 기웃거리다가 경찰들에게 한 소리 듣고 황급히 제 갈 길로 돌아가기 바빴다. 미키에몬은 차 문을 박차고 뛰어내리듯 착지하면서부터 짜증내기 시작했다. 슈이치로가 시동을 끄며 식은땀을 흘렸다. , 약간 졸려서 사고 낼 뻔 했어. 이거 경찰찬데, 그럼 큰일 났겠지. 물론 무사히 여기에 도착한 걸로 감사의 기도를 하자. 딱히 할 종교적인 건 없지만.

슈이치로! 얼른 와!”

그 쪽이야?”

미키에몬은 벌써 현장으로 한달음에 달려갔다. 어제 밤샘작업을 했으면서 어찌 저렇게 힘이 날까. 역시 형사는 사건이고 총격전이지! 하는 그의 말버릇이 다시금 떠올라 이마를 손가락으로 톡톡 짚으며 한숨 쉬었다. 이번엔 되도록 다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데 말이야.

시신은 옮겨졌고, 사람이 기괴하게 틀어진 흰 라인의 그림이 바닥에 그려져 있다. 바닥에 쓰러진 새하얀 테두리의 머리 쪽과 배 쪽에 엄청난 피. 시체는 얼굴이 뭉개져 있었으며 회사 건물의 옥상에서 떨어져 즉사한 것으로 추정. 가지고 있는 지갑이나 신분증도 없어서 신원불명. 일단 회사에서 없어진 사람이 있는지를 현재 확인중이다.

너 말고 아야베는 아직이냐! , 슈이치로!”

이틀만이네, 타키야샤마루. 용의자가 벌써 검거됐다고 하던데.”

타키야샤마루가 미키에몬에게 불평하며 아야베를 기다리다가 슈이치로에게 뛰어왔다. 솔직히 잡소리가 다른 이들보다 굉장히 많은 것만 뺀다면 형사 1팀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사람이 아닐까, 하고 슈이치로는 그를 높이 평가했다. 허나 타키야샤마루는 미키에몬에게 구구절절 일러주는 걸 싫어하는 듯 했다. 그러니 항상 슈이치로에게 달려오거나 하지. 줄곧 그랬다.

그렇지. 일단 주위에 있던 사람을 전부 데려다가 알리바이가 있는 사람들을 추려내고 남은 게 두 사람. 의외로 둘 다 아는 얼굴이 나왔더라고. 너도 알지, 그 변호사 사무소의.”

, 알고 있지. 여섯 명이서 하는.”

잘 알고 있네. 그곳의 젠포우지 이사쿠와 케마 토메사부로야.”

타카마루가 은근슬쩍 타키야샤마루와 슈이치로의 대화에 끼어들며 용의자들의 풀 네임을 읊었다. 자연스럽게 슈이치로는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었다.

그 두 명이라. 그럼 변호사로는 당연스럽게 그 쪽 사무소가.”

맡겠지. 마침 이 쪽의 검사도 딱 맞아.”

타카마루는 슈이치로의 말을 물 흐르듯 이어 받았다. 검사. 변호사 사무소와 알게 모르게 대립하고 있는 다섯 명의 검사들. 역시 그들인가.

뉴스 1면이 또 소란스럽겠네.”

저 멀리에서 뛰어오는 미키에몬을 바라보며,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이 사건의 전개는 어떻게 되는 걸까.

1.5. 형사의 단면 샛노란 머리의 형사

 

 

사이토 타카마루

잠입 수사로 유명한 형사. 연기력이 출중하며 그로 인해 목숨이 위협에 놓이는 일도 있을 정도인 다사다난한 인생의 생존자. 형사 3팀을 통솔하다시피 하며 그만큼 실력 있는 베테랑. 2년 전 어느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잠시 형사 일을 쉬었다가 다시 오니, 이런 사태였다고. 허나 일단은 맡은 사건이니 열심히 하자는 주의이다.

밝은 금발이라 가장 눈에 띌 법도 하지만 경찰 제복을 벗으면 가장 쉽게 민간인 무리에 섞여 들어갈 수 있는 몇 되지 않는 존재. 그만큼 범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에게 평범한 사람으로서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은 그 밖에 없다. 경찰 내에서도 그 실력은 인정해줘야 한다며 그에 대한 뉴스의 노출 등을 꺼려한다. 범죄자들에게 경찰의 얼굴과 신상이 알려지면 가장 위험한 사람 또한 그이기 때문에.

모든 형사들과 두루두루 친하며, 경찰 내에 적이 없는 편이다. 실력 덕분도 있지만 그의 사람됨 자체가 친절하고, 미워할 수 없는 자이기 때문이 아닐까. 동료들을 끔찍이 아끼고 있으며 누군가가 자신 때문에 다치는 것을 심하게 두려워하는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눈매가 살짝 휘어져 언제나 웃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그래서인지 그가 화가 난 모습을 본 형사들은 드물다고. 그리고 그가 화가 난 모습을 봤던 형사들은,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며 슬픈 표정을 짓는다. 개인적으로 케마 토메사부로 변호사와 친분이 있어 가끔 연락을 주고받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데. 어째서일까?

1.5. 형사의 단면 건 러버

 

 

타무라 미키에몬

비번 날에 걸려버린 형사 2팀 소속의 비운의 형사. 곱상한 외모에 밝은 갈색의 머리카락, 특이한 붉은 색의 눈동자 때문에 혼혈 혹은 외국인이라는 무성한 소문이 있었으나 지금은 다르다. 그 소문을 생각하지도 못할 정도의 총기류 애호가였던 것. 추격전이 있을 때 가장 먼저 총을 빼들고 공포탄을 수없이 발사시키는 동네 민원의 주원인. 형사 2팀으로 하마 슈이치로와 함께 다니는 게 다반사이며 일부 미국 드라마나 영화의 총질하는 장면을 보고 반하여 형사과로 들어온 것. 사실 실제로 총을 쏠 기회는 별로 없어서 아쉬워하고 있다. 머리는 좋지만 의외로 단순무식한 면도 많다. 형사과 내에서 총기사고가 일어나면 가장 먼저 미키에몬을 찾는 편인데, 그에게 책임을 물으려는 게 아니라 사고의 원인과 일어난 경위를 알아내기 위해선 그의 도움이 매우 절실하기 때문이다. 떨어져 있는 총알 하나만 봐도 몇 구경 정도인지, 어떤 종류의 총에서 나올 만한 건지를 줄줄 읊을 수 있는 건 미키에몬 뿐. 높은 간부들도 그 덕에 미키에몬을 제 옆에 두고 싶어 하나, 가끔 흥분하면 나오는 공포탄 난사에는 치를 떨곤 한다. ‘약간 수틀리면 윗사람들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라는 소문이 간혹 형사들 사이에서 돌고 있어, 미키에몬의 앞에서라면 누구든지 비위를 맞춰보려고 하는데 정작 미키에몬은 부르기 전까진 얼굴을 보이지 않는다. 일이 없다면 개인적인 시간은 철저히 개인적인 시간으로 남겨두고, 사격이나 연습하는 듯. 오히려 그런 행동이 간부들을 두렵게 하고 있겠지만 그는 별 상관없다고 했다.

1.5. 형사의 단면 침묵의 에이스

 

 

타이라노 타키야샤마루

그 놈 입만 닫으면 엄청 잘해라는 소리를 듣고 있는 머리 좋은 형사. 사건의 조사를 하면서도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로 넘어와 자랑을 하기 시작한다. 가령 피해자의 지갑을 찾았다면, 이것 봐. 지갑을 찾았어. 가죽으로 만들었네, 안엔 소량의 현금이랑동전도 조금. 그렇게 많은 돈은 아닌 것 같아. , 명함 있네. 여기, 그런데 말이야. 나도 최근에 이런 비슷한 지갑을 샀거든, 그게 얼마나 튼튼한지 언제는 꼬맹이들 노는 데에 총알받이도 해주더라니까. ? , 그거 있잖아. 꼬맹이 총알비비탄?

보통 이런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다가 아야베의 서류뭉치를 받고 툴툴거리며 그만두게 된다. 다만 실력만큼은 다른 형사들과 비길 데가 없어 다들 아무 말도 못하고 그의 이야기를 들어야 할 뿐. 그의 이야기를 끊을 수 있는 형사는 사이토 타카마루나 아야베 키하치로 정도다. 2팀의 미키에몬과 그다지 사이가 좋지는 않은 것 같다던데, 막상 둘이서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은 쉽게 볼 수 있다. 대부분 끝이 말다툼으로 끝나지만, 함께 일하고 있는 모습은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둘 다 실력자이니만큼 큰 사건은 실력자에게 맡긴다는 윗선의 지시 때문일까. 사실 이들만큼 고루고루 변호사와 검사에게 얼굴이 알려진 이들이 없어 고심하고 있는 듯하다. 그나마 안면이라도 익숙해야 정보를 얻든 말든 하지 않겠나. 특히이번 사건은 더더욱.

덧붙여서, 타키야샤마루는 변호사인 코헤이타와 약간 친분이 있었던 것 같다. 옛 학교의 선후배 사이었다고는 하는데, 그에 대해서는 자신의 입으로 직접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 눈치다. 아야베와 같은 형사 1팀에 소속되어 있다.

1.5. 형사의 단면 난폭운전의 대명사

 

 

하마 슈이치로

형사 2팀에 들어와 처음 그를 만나는 사람은 그가 의외로 침착하고 생각이 깊은 사람이라 평할 수도 있지만, 글쎄. 전혀 다르다. 생각하는 바는 온갖 함성을 지르며 추진하고, 운전대를 잡으면 안전한 드라이브는 꿈도 꿀 수 없다. 특히 차로 추격전을 할 때 가장 큰 공신이 바로 그. 조수석에 미키에몬을 태우고 앞에서 도망치고 있는 범인의 자동차 타이어에 총질하라 명령했던 그의 전설은 아직도 길이길이 까이고 있다. 무사히 아무런 사고나 사망자 없이 범인을 잡았지만, 그 뒤로 몇 번 징계를 먹었다고.

대부분의 작전은 그가 맡고 있는데 정상적으로 추진되는 일은 결단코 없다. 거의 그가 짠 모든 얼토당토않은 작전이 미키에몬에게로 넘어가, 그 다음에는 타키야샤마루, 그 다음은 아야베에서 타카마루로 순차적으로 넘어가 점차 수정되어 정상적인 작전으로 돌아오곤 한다. 허나 그렇게 해서 바뀐 작전을 슈이치로는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이런 생각은 어떻게 한 거냐! 대단한걸! 이라고 말하며 좋아하는 경우가 부지기수. 생각을 간단하게 하는 법을 모르는 걸까 싶기도 하지만 다들 이해해주는 편이다. 독불장군같은 그의 추격전은 누구나 인정하는 바이니까. 여태까지의 파트너들은 제발 다른 사람과 협력 좀 해달라고 애원하고, 화내고, 심지어는 그에게 발길질까지 해댔지만 이건 그의 아이덴티티이자 습관이라 개선될 여지가 없어 보이니 다들 떠나버리고 들어찬 파트너가 미키에몬. 슈이치로는 자신과 이렇게 잘 맞는 파트너는 여태껏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다며 가끔 친구들에게 자랑하곤 한다.

1.5. 형사의 단면 바가지는 한 우물에서만

 

 

아야베 키하치로

어릴 적 형사였던 부모 아래에서 태어나 처음부터 형사의 꿈을 키워 왔던, 지식도 많고 어느 정도 몸에 밴 실력도 있는 형사. 1팀에 속해 있지만 간혹 사망한 시체의 부검을 총괄하기도 하는 등 다재다능하다. 형사과에 들어왔을 때의 성적은 그만그만했으나, 그와 지내다보면 느껴지는 것은 그 성적이 진짜가 맞나? 하는 생각. 나쁜 의도가 아니라 좋게 말이다. 분명 그런 성적이라면 다른 사람들과 다를 게 없는데, 더 냉철하고 확실히 생각이 깊으며 무언가에 대한 열망이 있다.

지나가는 말에 의하면 형사 일을 하다가 아버지와 어머니, 둘 다 돌아가셨다고 하는데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 자신의 일에 대단히 자부심과 함께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제 일이 아니면 어떻게든 다른 사람에게 넘기려고 하는 편. 굳이 부탁받은 일이 아니라면 되도록 자신에게 불똥이 튀지 않게 피하려고 한다. 말수도 적고 가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정도로 무표정의 대가이지만 의외로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내고 있다. 특히 같은 시기에 함께 같은 사건을 수사하게 된 동료들과는 조금 더 끈끈한 우정을 느끼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라고 말한 바가 있지만그건 타키야샤마루를 진정시키려고 대충 던진 말인지, 아니라면 진심일지 아직은 아무도 모를 일이다. 듣기로는 변호사 타치바나 센조와 이웃사이라 그런지 가끔 전기세 이야기를 하며 툴툴대는 일이 많다고.

그래서, 이걸 어쩐다?”

센조는 시선을 옮겨가며 케마와 이사쿠, 그리고 그들 뒤에 서 있는 감시관을 보았다. 곧 둘은 분리되어 수감되겠지.

상황으로 봐서는, 너희들이 유력한 용의자야.”

같은 변호사로써 너무하지 않냐, 센조?”

맞아, 뒤에 있는 쵸지도! 무슨 말 좀 해 줘!”

쵸지가 센조의 옆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그리고 천천히 다가왔다. 으음, 하고 생각하나 싶더니, 고개를 내젓는다. . 심장이 덜컹거린다. 절망. 그야말로 절망이 이사쿠의 온몸을 짓눌렀다. 케마가 철로 된 판을 거세게 한 번 내리쳤다. 빠드득, 이를 가는 소리.

좋아, 그래서변호 따윈 개나 주겠다, 이거지?”

아직 그렇게 결정된 건 아니다.”

철컥,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몬지로, 금방 왔군. 하는 센조의 중얼거림에 케마는 몬지로를 자세히 살펴본다. 그가 들고 있는 서류는뭐지.

부겸결과가 나왔어. 둘의 이동 동선과 시간에 조금 어긋난 부분이 있더군. 감시카메라를 확인하면 더 확실해 질 거다.”

그래서, 확인은 누가?”

코헤이타가 하는 중이야. 담당 형사에게 실수로 맞은 척 하면서 보여주지 않으면 변호사로써 고소하겠다고 협박을 했다고.”

.”

다들 잠시 침묵했다. 잘못 걸린 형사에게 약간의 애도를 보내고, 유치장의 유리 너머에 있는 서로를 바라본다.

더 확실한 증거를 구해 오도록 하지.”

!”

같은 변호사 동지, 아니냐.”

변호사들은 슬프게 웃었다. 안타깝게도 그들의 동료가 용의자가 된 것에 이를 갈며, 진범을 절망의 나락까지 떨어뜨릴 것을 무언으로 약속했다.

2. 변호사들은 결심했다

 

 

평소에도 자주 오긴 했던 구치소. 하지만 이렇게 안까지 들어와 수감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저 의뢰 편지를 받고 그 때 함께 사무소에 있었던 케마와 함께 나왔을 뿐인데, 마침 일어난 살인사건에 휘말려 용의자가 되어 버린 불운이라. 어휴, 이사쿠는 푹 한숨을 쉰다.

상황을 대충 머릿속으로 정리해보자. 편지에 적힌 대로 나랑 케마는 옥상에 가서 의뢰인을 기다렸고, 의뢰인은 없었다. 기다렸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고, 혹시 문자라도 했나 싶어 휴대폰을 보았지만 아무런 연락이 없다. 급하면 나중에 연락하겠지. 싶어 아래로 내려왔더니 갑작스러운 형사들의 진압에 말문이 막혀 이렇게 결론적으로 수감.

케마도 이사쿠처럼 막막하긴 마찬가지였다. 분명 자신들은 제대로 된 알리바이가 없었으며, 마침 그 때의 감시카메라 또한 꺼진 상태여서 확인할 수가 없다고 한다. 고로 피해자가 떨어진 추정시각에 아무런 알리바이가 없는 자신들이 붙잡히는 게 당연한 것. 이해한다.

허나 왜 형사들은 사람이 떨어졌음에도 자살이라 단정 짓지 않고 곧바로 용의자를 찾았을까. 그 점은 아직도 알 수 없다. 피해자에 대한 정보는 전혀 모르는 상태에다가, 피해자의 시체에 대한 정보 또한 그들에게 알려진 바가 없으니 어쩔 수 없으리라.

구치소에 수감된 그들이 나름대로 고민을 거듭하는 동안 센조는 몬지로와 함께 형사과에서 받은 조서를 훑었다. 시체의 상태는 배에 총알이 한 방, 얼굴에 칼로 난도질 후 옥상에서 떨어뜨려 살해. 동봉된 봉투에는 떨어진 직후의 시체를 여러 각도에서 찍은 사진이 세 장.

어떤 놈이길래 이렇게 얼굴을 망가뜨려 놓은 거야?”

지독하기도 하지.”

센조는 손으로 입을 슬쩍 가리며 눈을 내리깔았다. 몬지로는 서류를 마저 읽었다. 탄환은 배에 박혀 있었고, 부검단계에서 발견한 총알의 선조흔을 확인 중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이제 어떤 총에서 나왔는지, 그 총은 어디에 있는지만 알면 조금 더 수월해지겠지. 몬지로는 손톱을 잘근잘근 씹으며 질렸다는 듯이 서류를 책상 위로 널브러뜨렸다.

일단, 이런 짓을 할 놈은 이사쿠나 토메사부로가 아니야.”

동감해. 코헤이타라면 할 법 하지만 그 녀석은 같이 있었으니까.”

못마땅한 듯 몬지로는 센조를 슬쩍 째려보다가, 어휴, 하고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중얼거린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런 농담은 적당히 해 둬. 심장 떨어질 뻔 했잖아. 가끔 코헤이타가 옆에 있는 걸 잊을 때가 많다니까. 제일 시끄러운 놈인데도 말이야.

센조는 몬지로의 볼멘소리를 들으며 싱긋 웃었다. 그래, 그 코헤이타는 지금 진범을 찾기 위해 열심히 감시카메라를 돌리고 있겠지. 그의 습관과도 같은 형사들에게의 협박을 조절하기 위해, 쵸지가 그의 뒤를 따라붙고 있을 거다.

코헤이타, 어때?”

으음, 사건이 일어났던 시간에 마침 감시카메라 점검이 있었던 모양이야. 그래서 그런지 남아있는 건 거의 잘라먹은 영상 뿐.”

쵸지는 아무 말 없이 코헤이타의 등을 토닥였다. 에휴, 하고 코헤이타가 답지 않은 한숨을 쉰다. 일단 신분을 알아내야 왜 그가 거기에 와 있었는지, 어째서 옥상까지 올라가 총을 맞고 칼부림도 맞고 그대로 떨어지기까지 했는지.

일단 알아낸 건 감시카메라에 이사쿠와 케마가 찍혔단 거야.”

불리.”

입술을 잘근 씹었다. 이대로라면 빼도 박도 못하고 그들이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유죄를 받아 끝나버릴 거야.

막자, 최대한 증거를 찾고, 찾고 또 찾아서, 그들의 무죄를 입증하고 진범을 찾아 족쳐버리는 거야. 코헤이타의 눈빛이 날카로워진다. 쵸지도 그의 눈빛을 보고, 그와 다르게 약간 풀어진 눈으로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2.5 변호사의 단면 상냥한 불운

 

 

젠포우지 이사쿠

이 글을 읽는 모두가 알고 있듯 그는 여전히 불운의 대명사. 평소에는 상당한 입담으로 증인의 증언을 술술 이끌어내며 꽤 실력 있는 변호사라 불리고 있지만, 간혹 증거품을 건네러 나오다가 넘어져 도자기 같은 증거품이 깨져버리거나 할 때가 있어 큰 낭패를 보기도 한다. 허나 그 자신도 그걸 알고 있기에 증거품은 무조건 모조품 하나를 의뢰해 제출용 증거품을 만든다. 법조계에서 이 일로 한 번 발칵 뒤집힌 일이 있었으나, 실제 증거품을 되도록 자신의 손이 아닌 다른 사람의 손에 맡기고 그 도우미를 무조건 옆에 세워 두어 좋지 않은 의심을 사지 않도록 엄청나게 노력한 결과 예외가 되었다. 그 대신, 재판을 진행할 때에는 꼭 누군가를 옆에 세워 그 사람에게 증거품을 전달하라. 하는 지시가 개별적으로 내려오곤 한다.

케마 토메사부로와 대부분 함께 다니는데, 이번 사건도 그 덕에 감옥에 갇혀버리는 신세가 되었다. 변호사 공부를 하고 있던 시절부터 함께 친하게 지냈던 사이였기에 꽤 각별한 사이였으나사실 이사쿠는 케마에게 어느 정도 의문점을 품고 있다. 자신의 이야기는 한없이 그에게 풀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그의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하지만 남의 비밀을 함부로 캐는 것은 비매너라는 걸 인지하고 되도록 궁금해 하지 않으려 노력중이다.

다른 변호사 멤버들과는 도움을 주고받는 사이. 이사쿠의 말은 한없이 다정하고 잠에 빠져들기 쉬워서, 사건을 종결한 뒤 고단한 마음을 안고 이사쿠에게 찾아와 두런두런 이야기하다가 그대로 사무실에서 잠에 빠져드는 때가 많다.

사무소의 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

2.5 변호사의 단면 무한의 무죄

 

 

케마 토메사부로

단호한 어조가 특징인, 현재 한창 뉴스에서 대두되고 있는 변호사. 본래 센조와 몬지로 둘의 변호 활약상에 묻혀 달리 이야기는 나오고 있지 않았으며, 자기 자신도 능력이 그들보다는 낮다는 걸 인정하고 있었으나 이번 사건으로 인해 자신의 이름이 신문에 나온다는 것을 신기해하고 있다. ‘변호사 젠포우지에게 휘말려 이제는 용의자까지?!’라는 헤드라인은 조금 불쾌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어쩔 수 없나라며 약간 씁쓸해하는 중이다. 의외로 형사과에 아는 사람이 꽤 있는데, 그들과 큰 친분은 쌓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 하마 슈이치로는 같은 학교에 다녔었지만 이름을 적당히 기억하고 있던 것 뿐. 사이토 타카마루는 이사쿠가 망가뜨릴 뻔 한 증거품을 자신에게 대신 건네줄 때마다 안면을 틔어 어쩔 수 없이 친해지게 된 케이스. 솔직히, 어디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하고 서로 생각하고 있긴 하다.

케마 혼자서 변호 일을 할 때도 있는데, 그 때마다 대부분 성공적으로 변호를 끝마친다. 실제로 의뢰인이 무죄이기도 했고, 그 전에 의뢰인이 믿음직하지 못하면 아예 싹을 끊어버려 의뢰를 받지 않는 편이기도 했다. 그만큼 그는 믿음을 중요시 여기고 있다.

남을 휘어잡는 데에 입담이 좋은 나나마츠 코헤이타를 조금 부러워하고 있다. 막상 상황이 닥치면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못하는 얕은 임기응변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여러모로 그에게서 배우고 있는 중인데, 그의 성격 상 성공적으로 배울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현재는 이사쿠와 함께 전력으로 자기무죄를 주장하고 있는 중.

2.5 변호사의 단면 장발의 냉철

 

 

타치바나 센조

깔끔한 일처리로 유명한 장발의 변호사. 남자이면서도 상당히 출중한 외모에 가꾸기도 게을리 하지 않아서 그의 외모에 반해 법정을 참관하는 자들이 일부 있다. 물론 얼굴만이 아니라 그의 탁월한 변호실력도 한 몫 했겠지만 말이다. 가끔 시오에 몬지로와 함께 변호사석에 서는 모습이 보이는데, 이때는 그의 확실한 판단력으로 도움을 받기 위해서라고 한다. , 의뢰인이 실제로 죄를 저질렀을 때 어떤 요소를 사용해 어떻게 의뢰인의 죄질을 가볍게 만들고 최대한 형량을 줄이게 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다. 그런 문제에 대해서는 무조건적으로 무죄를 주장하는 게 아니라 힘들다는 것이 소견.

의외로 냉혈한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전술했듯 센조는 유죄인 사람을 변호하기 싫어하며 거의 다른 변호사들에게 맡기려 하는 편이다. 불가피하게 그가 유죄인 것을 간과하지 못하고 변호를 맡아버렸을 때는 꼭 다른 인물의 도움을 구하는 것이 그의 원칙. 유죄를 받을 사람에게 형량을 줄여 가벼운 죄질을 씌우는 것이 그에게 있어서는 너무나도 수치스럽고 괴로운 일이다. 그만큼 그는 범죄자를 혐오하고, 경멸하고 있다.

이런 성격이라서인지 이사쿠나 쵸지에게 가서 상담을 할 때가 가끔 있다. 자신의 푸념을 아무 말 없이 묵묵히 들어주고, 가끔 눈물을 흘릴 때면 조심스럽게 손수건을 건네주는 그들은 센조에게 있어서 더없이 소중하고 변호사 멤버들 중에서도 가장 아끼는 친구들이다.

그만큼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법의 심판에 놓이게 된다면, 최대한 그들을 빼내어오려고 한다. 그들은, 절대로 유죄가 아닐 거라고 굳게 믿으며.

2.5 변호사의 단면 변호의 교사

 

 

시오에 몬지로

아주 교과서적인 변호를 하는 전형적인 변호사. 무죄라면 무죄를 따내고, 유죄라면 형량을 감하여 의뢰를 맡은 바를 다한다. 물론 범죄를 싫어하나, 의뢰를 맡았으니까, 어쩔 수 없지. 하는 생각이 크다. 타치바나 센조와 함께 뉴스의 헤드라인을 가끔 장식하는 실력파 변호사. 같은 변호사 사무소 멤버들 중에서 가장 변호를 한 기간이 길며, 가장 먼저 사법고시를 패스했다. 유학 경험까지 있으니 엘리트 중의 엘리트. 가끔 서류를 확인하며 안경을 쓰는 모습도 보이는데, 스탠드 하나만 켜 두고 책을 많이 읽어서 그렇다고. 그만큼 그는 잡지식이 많다. 가끔 형사들과 섞여 부검 결과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형사들이 놀란다고. 이 사람, 전직 형사 아니야? 하는 물음도 간간히 터져 다른 이들은 웃고 넘긴다. 저 사람이 그러는 게 한 두 번인가. 하고.

의외로 검사들과 친분이 있는데, ‘변호사는 검사들과 앙숙이 아녔나하는 질문에 같은 법조계의 사람들인데, 반대편에 서 있다고 그들이 추구하는 바와 우리가 추구하는 바가 반대인 것은 아니다라고 답변하여 많은 이들의 지지를 얻었을 때가 그의 변호사 경력 2년 째였을 때. 참으로 올곧고 정직하게 그의 할 일을 차근차근 해내고 있어 억지로 그를 건드려 비난을 받고 싶어 할 사람은 절대로 없을 거다.

케마 토메사부로와 상당히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만, 의외로 케마 쪽에서는 별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아 자제하고 있다. 사실 몬지로는 사람을 사귀기 전 혹여나 범죄이력은 없는지, 더군다나 변호사라면 더더욱 그렇지 않았는지 그 사람의 행적을 찾아보는 좋지 않은 버릇이 있는데, 케마의 행적이 이사쿠와 만나기 이전으로는 거의 불명이었던 거다. 현재 그는 이 사실을 함구하고 있으며, 의심의 눈초리로 그를 보고 있는 중이다.

2.5 변호사의 단면 우회 공격? 협박!

 

 

나나마츠 코헤이타

꽤나 입이 험한, 검사 중 한 명의 말을 빌리자면 협박하는 변호사이다. 검찰 측에서 돈을 먹은 증인이라도 그의 협박 앞에서는 맥을 잡지 못하고 무너진다. 그래서인지 검사 측에서 가장 성가셔하는 존재이기도 한 변호사. 그가 어떻게 변호사가 되었는지는 미지수인데, 일단 사법고시를 패스했으니 이렇게 버젓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겠지.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때가 많아 사무소 멤버들 사이에서는 약간 함께하기 어려운 유형이지만, 그것도 사무소 초기 때 뿐. 지금은 모두가 코헤이타를 이용하고, 코헤이타가 모두를 이용한다.

생각없어 보이지만 자칭 우회 공격이라 하는 협박은 거친 욕설은 나오지 않지만 상당히 압박감 있고 공포감을 불러일으킨다고 전해진다. 사무소에서는 언제나 웃고 떠들며 활기를 불러일으키는 역할이지만 사건에 맞닥뜨리면 언제나 선두는 나나마츠 코헤이타. 그것이 암묵적으로 그들 사이를 지배하고 있다. 혹여나 증인들이 검찰 측에게 불리한 증언을 입막음당하고, 변호 측에게 불리한 증언을 부풀려 전달하도록 당부를 받았을 때 코헤이타는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코헤이타가 믿고 있는 사람은 당연히 한정적이다. 변호사 사무소의 그들과, 형사과 몇몇과 특정 인물. 굳이 언급하자면 옛 선후배 사이였던 타이라노 타키야샤마루. 그리고 그가 용의자와 증인과 협상하고 있을 때 항상 문 앞을 굳건히 지켜 주는 나카자이케 쵸지. 모두 배신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어 생각보다도 더 그들을 소중히 여기고 있다.

2.5 변호사의 단면 침묵의 폭격수

 

 

나카자이케 쵸지

가장 과묵하고 생각이 깊은 변호사. 대답은 가장 느리지만 그의 답변은 그 누구도 반론할 수 없을 정도로 묵직하고 단단하다. 그가 변호를 맡았다면 당연한 무죄를 뉴스의 헤드라인으로 걸 정도였으니 말을 줄이겠다. 하지만 그는 최근 변호 일을 잘 맡지 않고 있다. 몇 년이나 되었을까. 코헤이타의 곁에서만 가끔 조언을 주며 변호 활동을 하던 때가. 사람들은 이제 그의 법정을 잊었고, 그는 그 혼자만의 무언가를 키워나가고 있다.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은 능력과,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누군가에게 대물림하기 위한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렇게 그는 이 변호사 사무소에 몸담고 있다.

법정 외적인 면에서도 그는 꽤 과묵한 편인데, 그래도 법정 때처럼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는다. 모두가 일 분 동안 숨죽이고 그의 대답을 기다려야 하는 그런 일은 법정 이외에는 절대 없을 일이다. 대답이 짧기는 하나 그 대답에 버려야 할 부분은 없을 정도로 확실한, 사족이 붙지 않는 깔끔한 대화는 고민이 많은 사람에게 있어서 눈물 날 정도로 진한 청량감을 준다. 그의 앞에 해결책 따위는 필요 없다. 상대방과의 공감과 그에 필요한 단어 몇 마디 정도라면 쵸지의 암묵적 추종자들은 지금도 점점 늘어나고 있을 것이다.

언제나 한 발 앞서 뭔가를 알고 있는 현자와도 같은 느낌이지만, 설마. 그도 엄연한 사람이다. 하지만, 남들보다 조금 더 빨리 뭔가를 알아채는 일이 많긴 하다. 쉽게 입 바깥으로 새어나가지 않게 하는 것 뿐. 그를 대할 때는 당신의 비밀이 드러나진 않았는지, 조심해야 할 거다.

감시카메라는 어떻게 됐어?”

뭔가 문제가 생긴 모양이야.”

사부로는 고개를 까딱 움직이며 무슨 말이냐는 듯 쿠쿠치에게 다가갔다. 방금 넘어 온 메시지. 요약하자면, 용의자의 변호사에게 협박당해 감시카메라 영상을 본래 보여주기로 약속했던 다른 검사와 함께 보여주기로 했다라는 건데.

협박? , 누군지 잘 알겠군.”

뻔하지 않겠어.”

하치자에몽이 키득거리며 무언가가 담긴 봉지를 흔들거렸다. 짜잔! 하고 전쟁의 전리품을 가져 온 사람처럼 당당한 손짓으로 쿠쿠치에게 그것을 건넨다.

피가묻어 있군. 그거, 흉기구나?”

칸에몽이 전해 달라고 했어. 아직 조사 중인 것 같던데.”

잘 하고 있나 보네. 지시하는 데엔 그 녀석이 제일이지.”

잘못 걸리면 히스테릭하니 말이야.”

한참 그들의 대화를 듣다가, 사부로가 다시 고개를 까딱였다. 뭔가 이상하다 싶더니, 그제서야 알아챈 듯 하치자에몽에게 묻는다.

라이조는? 증인이랑 상담할 게 있다더니?”

아마 아직도 하고 있을 걸. 용의자한테 갔나?”

하치자에몽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 녀석이라면 괜찮겠지. 확실히 정하는 게 힘들긴 해도 생각이 깊은 녀석이고. 분명 제대로 된 증인이 올 거야.

완벽하진 않겠지만, 그 정도는 우리들이 보완할 수 있겠지.”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용의자. 그 놈들이, 확실히 범인이다. 언제나 법정에서 만나던 변호사 중 두 명. 눈살이 찌푸려졌다.

이번에는, 안 져.

3. 검사들은 이를 갈았다

 

 

칸에몽은 감시카메라가 꺼지기 직전의 영상을 돌려보았다. 역시, 이거야. 나오는 영상은 찍히지 않았지만, 젠포우지 이사쿠와 케마 토메사부로 변호사가 건물 안으로 들어간 직후에 영상은 끝난다. 이거야말로 최고의 증거이자 자신이 범인이요 하고 광고하는 게 아닌가. 좋은 걸 입수했다. 슬쩍 웃으며 관리자에게 영상을 경찰에 넘기라 말한다. 그리고 분명 방금 전까지는 옆에 있었던 코헤이타의 자리를 본다. 그들이 찍혀 충격을 먹은 걸까나. 이번 유죄는 따 놓은 당상이네.

, 칸에몽! 감시카메라는 어땠어?”

건물을 나서는 칸에몽에게로 라이조가 총총 뛰어왔다. 서류가방 안에, 살짝 비집고 나온 종이 한 장. 증인을 구했구나.

꽤 괜찮았어. 확실하게 들어가는 게 찍혔던걸.”

그건역시 변호사측도 힘들겠네.”

그러니까 우리가 빨리 끝내주자고.”

라이조는 살짝 웃었다. 그래, 우리가 빨리 끝내서, 그들을 감옥에 보내자. 그들이 진짜 그랬다면 말이야.

 

우와, 너무 오랜만이라 복잡해. 서류,”

그래도 담당검사로서 힘내야지! 사부로.”

하치자에몽남 일이라고 너무 쉽게 말하는 거 아냐?”

사부로는 입을 삐죽이며 하치자에몽에게 볼멘소리를 내뱉었다. 하지만 그들 중에서도 가장 실력이 좋은 검사 중 한 명인 사부로는 이번 일의 선두에 서지 않으면 이상했다. 물론 쿠쿠치 또한 그에 뒤지지 않는 실력이었지만, 그는 자리를 비켰다. 나서기보다는, 자신은 조금 더 사건의 해결에 중점을 두고 싶다고 의견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칸에몽한테서 문자 왔네.”

? 너한테? 어디, 뭐라고 왔어?”

“‘쿠쿠치, 걔네 건물 들어가는 거 제대로 찍혔어.”

쿠쿠치는 칸에몽에게서 온 메시지를 또박또박 국어책읽기로 읽었다. 그에 딱딱하다며 질색하는 사부로를 무시하고 쿠쿠치는 생각에 잠긴다. 건물로 들어가는 영상? 그렇다면 나오는 영상은 전혀 찍히지 않은 건가? 도대체 어찌 된 일일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정말 그들이 범인일까. 그들이 살인을 저지른 걸까? 동기는? 피해자와의 관계는? 그저 우연인가? 아니, 시체에는 총에 맞은 흔적과 함께, 얼굴의 난도질이 뚜렷했다. 그건 분명히 살의였고, 분노였다.

정말 그들이 범인일까.”

쿠쿠치는 종이에 이사쿠’, ‘케마’,라는 단어를 하나 하나 적으며 그들의 이름에 동그라미를 쳤다. 하치자에몽이 다가와 그 종이를 보고, 그들을 가두는 네모를 그린다.

범인이어야 해.”

그 답지 않게 단호하다. 그래. 그래야 할 텐데 말이야. 증거가 너무 부족해. 괜찮을까? 잘 될까?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또 지는 거야.”

하치자에몽은 연필을 그 이름 위로 툭 던졌다. 연필심이 새하얀 인쇄용지 어딘가에 콕 검은 점을 찍고 그대로 데구르르 굴러 책상 아래로 떨어진다. , 심이 부러졌다.

질 수야 없지.”

사부로는 그들에게로 다가와 부서진 연필심을 밟았다. 그리고 신발바닥으로 그 연필심을 비벼 부숴버린다.

연필심은, 연필가루가 되어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깨부숴줘야지.”

사부로가, 중얼거렸다.

3.5 검사의 단면 궁금증은 시원하게!

 

 

하치야 사부로

빠른 정보력이 특기. 검사들 사이에서는 뭔가 막혔다면 하치야 사부로를 찾아가세요!’라는 얼토당토않은 대사가 암암리에 널리 퍼져있다고 한다. 장난 같지만 그는 나름 진지하게 그 문장을 퍼뜨렸다. 실제로는 자신에게 아무런 정보가 없음에도, 사람들은 그를 찾아와 물었다. 그러면 사부로는 대강 좋은 말을 지어내어 방문자에게 답변을 해 주었고 그들은 만족스러워하며 사부로에게 정보를 흘리고 갔다. 그것이 쌓이고 쌓여 지금은 실질적인 정보가 되어서는, 완전히 사부로가 쥐어 잡고 있는 판도가 된 것이다.

서술했듯 그는 오랜 시간을 들여 계획을 짜는 편이다. 이렇게 해 두면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반응할 거고, 그게 반복된다면 몇 년 후에는 이렇게 되어서 나한테 이익이 되어 돌아오겠지. 하는 대기만성.

다만, 임기응변에 약하다. 차근차근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에 따라서 행동하려 하다 보니 일부 변호사들의 갑작스러운 제안과 임기응변에는 놀라우리만치 대응을 못해서인지, 그들과는 상성이 좋지 않다. 특히나 자신들과 함께 맡은 사건이 많은 그 변호사 사무소의 그들과는 약간의 증오심마저 가지고 있는 상태. 어째서 그들이 한꺼번에 맡은 사건은 항상 무죄로 끝나는 것인가? 하지만, 용의자는 실제로 무죄였다. 아니야, 그가 엄청나게 일처리를 잘 해서 다른 사람에게 너무나도 성공적으로 죄를 뒤집어씌운 채 일반인으로 살아가려던 게 아닐까? 끊임없는 의심은 매일매일 피어올라, 지금은 잠시 다른 검사들의 조력과 정보 제공 정도만을 맡고 있는 상태. 하지만 이번 사건은 조금 불타오른 것 같다. 자처해서 담당 검사까지 되었을 정도라면 말이다.

3.5 검사의 단면 평등한 독설가

 

 

쿠쿠치 헤이스케

냉정하면서도 가끔 핀트가 어긋난 모습을 보여주는 평범한 검사. 아니, 일단 검사가 된 부분에서 그의 학습 실력은 평범 이상으로 보장되어 있다고 봐야겠지만 말이다. 매사에 꽤 적극적이고 동료 검사들도 잘 챙기는 편이라서인지 싫은 말을 듣는 일도 별로 없다. 그 주변의 소문도 딱히 없는 편이고.

가끔 내뱉는 말이 화살이 되어 자신에게 돌아오는 일이 많다. ‘촌철살인이라고 할까. 유죄였던 용의자였으나 무죄를 주장하던 그에게 반론하던 도중 붙인 사족에서, 그 용의자 본인이 큰 충격을 받고 죄를 뉘우치다가 자살해버렸다던 이야기가 있었던 듯하다. 도대체 무슨 말을 했어? 하며 간혹 동료들이 물어보기도 한다지만 그는 그 때의 사건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하고 싶어 하지 않는 눈치다.

뭔가를 보관하는 데에는 확실해서 그런지 같은 사건을 맡은 검사들 사이에서 증거품 보관을 맡기는 사람은 항상 쿠쿠치. 확실하기도 하고, 그는 절대로 증거품을 조작하거나 하지 않는 의리의 대명사이기 때문이라고 다들 믿고 있기 때문이다. 쿠쿠치 그 자신도 딱히 증거품을 위조해서 얻을 만한 게 없는데다가 위조해서 유죄를 따낼 만큼 간절하지는 않다. 죄를 지었으면 죄를 받고, 무죄라면 그냥 놓아 준다. 변호사와 검사 간의 승패를 따지지 않는 몇 안 되는 검사. 가끔 승부욕이 불타오를 때가 있다면 부패 음식점의 사장 정도일까. 의외로 먹을 것에는 장난치면 안 된다는 주의인지 그런 일엔 꼭 발 벗고 나서는 편이라고들 말한다. 한 번은 고기의 원산지를 속여 파는 사람이 있었는데영업 정지 이전에 쿠쿠치에게 한 뭉치 독설을 받아 지금은 가게를 버리고 근근하게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중이라고.

3.5 검사의 단면 과거의 판결사

 

 

타케야 하치자에몽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검사들의 현 위치와 얻은 정보, 그리고 전달할 물품을 미리 맡아두는 이른바 꼭 필요한 여러 가지의 운반책. 언제나 친절하게 웃으며 사건은 잘 되어가? 하고 진행상황을 물어보는 사람 중 하나. 피를 보고도 의외로 잘 놀라지 않는 자. 여러 가지 별명이 많다만 그 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별명은 유죄 도장이다. 그가 맡고 있는 사건은 지극히 적었지만, 그만큼 그가 사건을 선별에서 가려 받고 있다는 의미였다. 동물 애호가여서인지 집무실에 한가득 토끼들을 풀어 둔 타케야는, 토끼를 쓰다듬으며 무자비한 사형판결을 내리는 검사로도 유명했다. 형무소의 죄수들에게는 가장 두려운 검사 중 한 명으로 꼽혔을 정도였다고.

그래도 그는 일반인들에겐 친절하고 같은 검사들에겐 유용하며, 변호사들에게 있어서는 자신이 맡은 용의자의 진위여부를 알아내는 척도가 되어주는 중요한 역할이기도 했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위에서부터 주의를 받은 듯하다. 그가 맡은 사건의 판결은 모두 사형. 무언가의 비리가 있지는 않은가 간부들이 의심하기 시작했고, 임의로 그에게 사건을 지정해주기 시작했다. 결국 타케야는 수많은 사건서류 덕에 무죄인 사람들에게 무자비한 판결을 요구하기에 이르렀고, 상대 변호사들에 의해 밑바닥까지 큰 수치심을 얻게 된다. 이제 그는 죄수들에게 무서운 대상이 아니게 되었다. 현재는 그저 적당히 증인을 구워삶아 대충 변호 측에 유리한 증언을 하게 만들어 재빨리 법정을 끝내버리는 시원시원한 검사가 되었다.

아직 그의 옛 모습을 잊지 않고 있던 죄수가 있을 진 모르지만.

3.5 검사의 단면 얼굴 없는 검사

 

 

오하마 칸에몽

현장조사의 대가. 형사와 함께 현장을 누비는 사설탐정이라 해도 좋을 만큼 증거에 대한 집착이 대단하다. ‘솔직히 이거 빨리 끝내고 뒤풀이로 맛있는 식당이나 찾으러 가고 싶다.’라며 항상 툴툴대지만, 대부분의 결정적인 증거는 그의 수사에서 발견된다. 관찰력이 뛰어나며 가끔 일반인처럼 행동하면서 목격자처럼 보이는 사람에게서 정보를 캐낸다. 이전엔 그러다가 공범을 찾아 기소한 적도 있었다고. 되도록 그는 얼굴을 알리려 하지 않아 최대한 검사 일은 뒷전으로 두고 있지만, 윗선에서 불만이 많은 것 같다. ‘그러다간 잘라버릴 거다라는 말을 듣긴 하는데, 못 자를 걸 알고 있으니 더욱 현장에서 활개치고 다니는 걸까. 아직까지 수수께끼다.

변호사들에게 자신의 동료 검사가 지는 걸 보고 싶어 하지 않고, 그리 좋아하지도 않는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칸에몽에게 있어서의 유죄는 승리이고, 무죄는 패배다. 일부 검사, 변호사들과는 사상이 다를지 모른다고 그 자신도 생각하고 있긴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런 생각이 떠오른다고 가끔 술자리에서 말하곤 한다.

옷을 꽤 느슨하게 입는 편이다. 그가 현장에 나올 때면 언제나 조사 일은 예정되어 있는 것이니 평소 법정에 참석할 때 입는 정장은 맞지 않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그는 더더욱 일반인처럼 수사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말인즉슨, 그저 호기심 왕성한 일반인이 수사를 하는 것처럼 보여 마을 주민들에게도 별다른 경계심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특수한 위치인 거다. 그가 일부러 매스컴에 얼굴을 보이지 않고 있는 이유도 이 짓을 계속 하기 위해서일 것이라고, 동료 검사들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3.5 검사의 단면 심각한 해결사

 

 

후와 라이조

증인과 용의자를 맡고 있는 건 언제나 라이조. 칸에몽이 수사를 한 뒤 찾아낸 목격자를 설득해서 증인으로 만드는 것도 이 사람이다. 감정에 호소하며, 당신이 꼭 필요합니다. 당신의 증언으로, 범죄자들을 잡을 수 있답니다.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하는 그의 말을 듣는 증인들은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 그런 심리를 라이조는 교묘하게 이용할 줄 알았다. 언제는 증인들이 영웅 심리에 심하게 심취해서, 위증을 해버리는 경우도 생겼으나 그 때는 가차 없이 벌금과 함께 그 증인 또한 죄를 묻게 된다. 그러니 라이조의 앞에서는 할 말만 하고 빠질 수 있도록 하자.

하지만 용의자들과 대화하는 건 썩 내키지 않아하고 있는데, 이번 사건만 해도 그렇다. 변호사들이 용의자라. 정말 그들이 살인을? 그런 끔찍한 살해를 저질렀을까? 몇 년이고 그들을 봐왔던 라이조에게 있어서는 꽤나 깊은 고민이 생기기 마련이다. 직업에 상관없이 고루고루 친하게 지내고 싶어 했던 그이기에 심문에 조금 거부감이 들었을지도 모르는 일. 그래도 여태 함께 법정에서 지내왔던 세월이 있었기에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하러 간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덧붙여서, 라이조는 여러모로 고민이 많다. 죄를 저지른 게 확실한 사람에게 어떤 말을 해주어야 할지 몰라 고민하면서 한참을 침묵으로 있다가, 덜덜 떠는 용의자에게서 사과를 받아내어 버렸을 때도 있는데, 그의 고민하는 얼굴만큼은 그렇게 심각할 수가 없다. 동료 검사들은 언제쯤이면 저 얼굴 표정 버릇을 고칠 수 있을까하며 증인들의 저 사람 지금 많이 화난 거 아니죠?’의 오해를 풀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의외로 배신이라는 키워드에 크게 반응하고 있기도 하다.

 

 

4. 그래서 이런 역전재판 AU를 사랑합니다.

 

부검결과를 받을 때 팩스로 결과지를 보내 준 아야베를 제외한 모든 4닌들은 자리에 모여서 침통하게 있을 것 같다. 얼굴 난도질은 날카로운 단도로 추정. 난도질된 상처의 벌어짐으로 봐서는 총을 맞은 이후에 난 것이지만, 아마도 총을 맞고 나서 즉사하지는 않았을 테니 고스란히 고통을 받았을 피해자. 잠시 동안 묵념하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을까. 게다가 건물 옥상에서 떨어졌으니 온 몸에 나 있는 멍과 타박상. 안쓰럽기 그지없을 듯.

그래도 그 결과 보면서 제일 침착해할 사람은 타카마루일거다. 가장 경력이 많고, 이런 큰 사건을 다른 4닌 형사들보다는 많이 겪어 봤을 테고. 심지어는 시체도 많이 봤었으니까 이제는 시체 사진을 보는 데 거리낌이 없을 것 같다. 맨날 고양이입처럼 귀여운 표정 지으면서 잔인함에 대해선 면역력 100%인 베테랑 타카마루가 좋다. 다른 형사들 많이 챙겨주고 눈웃음 지어주면서 힘들어하는 형사들은 도담도담해주고얼마나 의지가 될까. 그래도 가끔 자기가 맡은 형사 3팀 향해서 단호하게 명령하는 일도 많을 것 같아서 여러 가지로 설렌다. 가끔 아직 안 익숙한 형사들이 시체 보고 토하면 등 두들겨주기도 하고. 실수 저질렀으면 부드럽게 괜찮아?’하면서 걱정해주는데 증거품 훼손했다거나 정보 잘못 입력해서 윗선에 혼동 줬다거나 하면 엄청 화내는최고다. “내가 제대로 하라고 했지?”하고 웃으면 싹 굳어버릴걸.

아야베는 언제나 시체 부검하니까 별 말 않겠지만 이번 시체는 보긴 보는데 눈살 찌푸리면서 빨리 끝내자.”하는 아야베. 그러면서도 착실히 부검결과 시트에 적어 내려가면서 현장에 나가 있는 동료들한테 팩스 바로 부쳐줄 준비 하고 있고. 팩스 부치자마자 시체 보관해두고 바로 출동할 준비. 짤막한 곱슬머리 휘날리면서 경찰차에 멋들어지게 타는 장면은 상상되는데, 사실 아야베는 운전 안할 것 같아서 다른 형사에게 운전은 맡기기로 하고 아야베는 한 숨 잘 것 같다.

남은 세 명인 타키야샤마루, 미키에몬, 슈이치로는 고루고루 편하게 지내고 있긴 하지만 역시 타키야샤마루와 미키에몬은 잘 싸우고 있지 않을까 한다. 대화는 하는데 틱틱거리고 그러다가 싸우고. 결국 중간에 슈이치로가 나와 중재해서 싸움 중단. 거의 일상일 것 같다. 슈이치로는 미키에몬과 같은 2팀이라 되도록 싸움에 말려드는 일은 없게 하려고 애를 쓸지도 모른다. 이제 막 부검결과를 받은 시점에서는 다들 혼란스럽기도 할 거고. 그래도 일단 사건은 일어났으니 뭔가 열심히 수사하자. 하고 있는데 검사들이 차를 타고 도착한다. 형사들은 쭉 긴장하기 시작. 왜냐하면 검사가 상관이니까. 되도록 수틀리지 않도록. 차례차례 검사가 몇 명 내리는데, 생각보다 많이 와서 놀랐으면 좋겠다. 제일 처음 내리는 검사는 쿠쿠치. 검은 가죽장갑 쭉 당기면서 손에 끼고 약간 날카로운 눈매로 수사하던 형사들 훑어보다가 아냐, 아냐. 할 일들 해!”하고 방긋 웃어주고. 그대로 차 문 앞에서 비켜서면 이제 사부로가 나올 차례. 나오자마자 잘들 하고 있었을까 모르겠네.”하면서 피식 웃으면 형사들은 조금 울컥하지 않을까. 그래도 딱히 악의는 없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묵묵히 있다. 그 다음에 하치자에몽이 토끼 한 마리 안고 내리면서 천진난만하게 웃는 모습 보여줬으면. 솔직히 하치자에몽이 매일 바깥에 나올 때마다 집무실에 있는 토끼들 중에 한 마리씩 골라 데리고 세상구경 시켜줘서 그걸로 가끔 잡지 인터뷰에 뜨기도 할 듯. 어쨌든 여느 때와는 다름없는 검사들 모습에 형사들은 안심하고하치자에몽은 그대로 차 문을 닫고 부르기 전까지 어디 가 있으라며 운전수에게 넌지시 뭔가 이야기한다. 그 사이 타카마루는 부검결과 서류를 봉투에 넣어서 쿠쿠치에게 전달하고. “이건?” 하면서 무심하게 받는데 [부검결과]라고 찍혀져 있는 도장 보고 섬뜩해할 것 같다. “, 그래. 맞아. 이걸 받아야 했었지.”하는데도 사부로한테 넘겨서 읽어보자.”할 듯.

사부로가 아무 데나 걸터앉아서 부검결과 서류 꺼내보고, 옆에서 하치자에몽이 같이 보고 있는데 쿠쿠치는 열심히 누군가 찾고 있겠지. 그러면 후드 티 입은 누군가가 와서 나 찾아?”하고 후드 눌러썼던 거 확 벗어젖혔으면. “찾았잖아. 칸에몽. 감시카메라 영상은?”하고 곧바로 물어보는데 옆에 있던 형사들이 헉했으면 좋겠다. “저 사람 일반인 아니었습니까?”하고 물어보는 형사들도 있을 듯. 그런데 4닌 형사들은 다들 익숙해서 그냥 응 일반인 아니야.”하고 고개만 끄덕끄덕하고 있겠지. 칸에몽은 괜히 또 놀라는 사람 있으니까 머쓱해서 하하 웃고만 있다가 그보다 증거품은 잘 전달됐어?”하고 묻는다. 형사들은 다시 한 번 흠칫하고, 서로서로 묻기 시작. ‘우리 찾았던 증거품이 있었나?’라고 소곤거리거나 아니, 그 전에 저 사람한테 준적은 없었는데하면서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우거나 뭐가 어떻게 된 거지?’하면서 혹시 뭔가 빼먹어버린 건 없는가 생각하는 형사들. “, 걱정하지 마. 독자적으로 찾아낸 증거니까 곧 상부에 올라갈 거다. 너희들 공으로 쳐 줄게.” 칸에몽이 이렇게 말하면 전부 벙 찔 듯. 그래도 우리 공으로 쳐 준다니 다행이다. 하면서 안심하고 있는데 계속 미심쩍게 생각하고 있던 타키야샤마루가 물어봤으면. “그 증거품이 뭔지 설명해주실 수 있습니까?”

칸에몽은 뜸들이다가 고개를 끄덕여주고. “이 근처 쓰레기장에서 찾은 피 묻은 단검.”이라 선선히 답한다. 물론 형사들 사이에서 발칵 뒤집어졌겠지그런 중요한 증거를 왜 저희한테 안 맡기고?!”하면서 노발대발하는데 이런 차림으론 안 받아줄 게 뻔하잖아? 게다가 내가 새로운 용의자라면서 잡혀갈 수도 있는 거고. 어차피 결과적으로 나는 검사고. 증거품을 빼돌린 게 아닌 맡은 거야. 그러니 너희들이 나에게 화낼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가면 갈수록 냉랭해지는 칸에몽의 말투에 분위기가 조금 서늘해지고, 너희가 화낼 건 알았어. 미안해. 이 사건은 우리 개인적인 사건이기도 하니까 이해해주지 않을래?”라 마무리하는 칸에몽. 쿠쿠치는 푹 한숨을 쉬며 역시 그대로 하치자에몽한테 준 거였냐.”하고 칸에몽을 나무란다. 그 사이 사부로와 하치자에몽은 부검결과를 다 읽은 다음 쿠쿠치에게 넘겨주러 자리에서 일어났고. 사부로는 휴대전화를 켜서 누군가에게 연락하기 시작한다. 화면에 뜬 이름은 라이조.

라이조는 그 시각에 이사쿠랑 케마 앞에 있었으면 좋겠다. 정확히는 이사쿠와 케마 앞에 있는 유리벽 너머에.

적어도 우리가 저지른 일은 아니야.” 케마가 단호하게 이야기했지만 이사쿠는 울상만 짓고있고. 라이조는 이사쿠를 가리키면서 말하겠지. “그런데 이사쿠 씨는 왜 아무 말도 안 하고 계시나요?” 이사쿠는 고개를 들며 라이조의 얼굴을 바라보려다가, 울컥. 울음이 터져버린다. “그냥, 편지만 받고 그 사람 얼굴은 한 번도 못 봤단 말이야.” 완전히 펑펑 울지는 않고, 참아 삼키듯 목으로 자꾸 넘기는 울음소리. 하지만 라이조는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나름 친한 사이였지만, 그래도. 이들은 아주 가능성이 없는 게 아니니까. 그들이 그 건물에 들어갔으니까. 그게 찍혔다고 했으니까. 라이조는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그리고, 웃었다. “나머지 말은 법정에서 듣도록 할게요.” 철렁하는 두 사람. 케마는 최대한 냉정하게 있으려고 했지만, 속이 부글부글 끓는 것을 참을 수가 없다. 결국 이렇게 되는 걸까. 우리는, 아무도 죽이지 않았는데. 찝집함만 남기고 라이조는 떠났다.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돌변할 수 있을까. 믿던 사람이었는데, 배신당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 이런 고민은 하등 쓸모없다 판단하고 케마는 숨을 들이쉬었다. 어쩔 수 없지. 그래. 법정에서 전부 말하면, 다들 알아 줄 거야. 라이조가 오기 전 찾아와줬던 같은 변호사 동료들이. 벌써부터 그리워지고 있다.

5. 법정의 시작

 

변호 측, 준비되었습니까? 하는 물음에 센조는 몬지로와 함께 서서 답했다. , 변호 측. 준비 완료되었습니다. 이어서 판사는 검사 측을 향해 똑같이 물었다. 혼자 팔짱을 끼고 인상을 찌푸리며 검사석에 선 사부로는 볼멘소리로 말했다. 준비 완료되었습니다.

재판의 준비는 확실한 것 같군요.”

재판장의 목소리가 울리고, 장내에 긴장감이 낮게 깔린다. 용의자석에 앉아 있는 이사쿠와 케마가 걱정스럽게 둘을 보고 있고, 몇몇의 증인이 안쪽에서 기다리고 있겠지. 불안감 속에서 법정이 시작된다.

그렇다면, 사건정리부터 시작하도록 하지요.”

알겠습니다.”

아무리 같은 동료가 용의자가 되어 있더라도, 사건의 설명은 검사가 해야 한다. 기소한 자의 의무이자 법대로. 지금은 모든 것이 검사의 손에 쥐여져 있다. 센조는 몬지로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하겠지.

반론거리, 확실하게 생각해 둬.”

당연하지.”

괜찮을까? 손에 식은땀이 쥐어진다. 자칫하다가는 동료 두 명이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들어가 사형에 처해질 수도 있다. 그저 동료인 것뿐만이 아닌 친구니까. 그러니까 열심히. 최대한 열심히 변호해야 한다. 그들을 구해내야 한다.

그렇게, 둘은 숨을 죽였다.

사건정리가 시작된다.

6. 사건정리

 

발단은 변호사 사무소로 온 편지 한 통. 그 날은 케마 토메사부로 혼자만 사무소를 지킬 예정이었지만 젠포우지 이사쿠의 의뢰자가 약속을 변경해서 함께 사무소에 있게 됨. 잠시 쓰레기통을 비우러 나갔다 오는 도중 발견한 편지봉투는 별다른 표식이 없었지만, 그 안을 열어보니 장황한 의뢰가 적혀 있었음. ‘자신이 일하고 있는 한 건물로 와서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한다.’ 약속시간은 그 날 저녁 19시경. 편지를 받은 시각은 곧 1720분을 넘어가는 중. 약속된 장소인 건물까지는 약 30분 거리이니 느긋하게 준비하고 한 시간 뒤인 1820분에 출발함. 회사 건물은 5층 높이의 평범한 건물이며, 두 사람이 건물의 입구에서부터 엘리베이터 쪽으로 진입하는 장면이 감시카메라에 기록되어 있음. 시간은 정확히 185237초경. 이후 회사의 감시카메라는 출구 쪽에서부터 순차적으로 점검에 들어감. 의뢰인이 서술하기를, 옥상에서 만나길 원한다고 서술했다 함. 하지만 이사쿠와 케마는 옥상의 문이 잠겨 있어서 다시 1층으로 내려가 경비원에게 열쇠를 받으러 감. 하지만 열쇠는 다른 누군가가 가져갔다고, 아마 이 회사의 직원일 거라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 이사쿠와 케마는 그 사람이 의뢰인일 것이라 판단하고 다시 옥상으로 올라갔다가, 옥상 문을 열고 들어갔으나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게 1915. 5분 정도 의뢰인을 기다리다가 보일 기미가 없어 혹시 몰라 의뢰인이 편지에 써 둔 연락처로 문자를 보내 보았지만 답은 오지 않았고, 문자를 보낸 6분 뒤에 옥상에서 내려오기 위해 옥상 문을 닫아두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4분을 기다림. 하지만 엘리베이터는 그 사이에 점검에 들어갔었고, 한참 기다리다가 점검을 확인한 이사쿠와 케마는 계단으로 1층을 향해 내려감. 그 때 뭔가 폭죽이 터지는 것 같은 소리를 한 번 들었다고 증언함. 1층으로 내려온 직후 케마와 이사쿠는 경찰에 둘러싸여 체포당함. 체포시각 1935. 이상, 증인을 부르도록 함.

7. 첫 번째 증인 형사 아야베 키하치로

 

. 맞아요. 제가 경찰에 신고했거든요. 물론 저 자신도 경찰 축에 속하긴 하지만 말이죠. 일단 저는 사건이 일어난 옆 건물에 있었습니다. 거기 있었던 이유는, 조금 설명이 길어질 것 같지만 짧게 줄여보도록 할게요. 사건이 일어난 옆 건물의 옥상에서는 경찰청이 한 눈에 보입니다. 그 경찰청에서 최근 들어 공포탄 불발사건이 자주 일어나고 있죠. 그런데 오늘은 시에서 폭죽을 쏘아 올리는 날이어서 폭죽 소리와 공포탄 소리를 구별하려고 감시하기 위해서 거기 올라가 있었다는 겁니다. 젠포우지 이사쿠와 케마 토메사부로가 옥상 문을 열고 들어오는 걸 봤고, 그걸 확인한 뒤 경찰청 건물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총소리가 울리더군요. 그렇게 뒤를 돌아봤더니 사람이 건물 옥상에서 막 떨어지려고 했고, 그 때 제 뒤에서 폭죽이 쏘아 올려 졌죠. 시간도 기억합니다. 폭죽이 쏘아진 시간은 정확히 30분이라고 알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오후 7. 1930분이네요. 아마 시의회에서 확인하면 나올 겁니다. 이 정도면 됐죠?

 

그래서당신은 젠포우지 이사쿠와 케마 토메사부로가 범인이라고 확정짓는 것입니까?

 

아니. 확정은 아니지만 옥상에 있었던 사람이 그 둘 밖에 없었으니까요. 당연하지 않나요.

 

아야베는 느긋한 목소리로 증언을 풀어나갔다. 몬지로가 센조에게 눈짓을 주었다. 센조가 고개를 끄덕인다. 사부로가 그들을 보고 숨을 죽였다. 몬지로가 센조와 자리를 바꾸었다.

 

8. 이의 있소!

 

이의 있소!”

몬지로의 목소리가 울렸다.

 

아야베 키하치로. 몇 가지 물어볼 게 있는데.”

흐음. 뭔가요.”

확실하게 이사쿠와 케마를 본 겁니까?”

물론이죠. 잠시 목 인사도 했는데.”

정말이냐?”

몬지로가 용의자석을 보며 물었다. 이사쿠와 케마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이건 어쩔 수 없이 넘어가야겠군. 하고 입술을 깨무는 몬지로.

그렇다면, 어째서 이사쿠와 케마가 내려가는 걸 못 봤지? 둘은 폭죽이 쏘아진 시각이었던 1930분엔 1층으로 내려오는 계단에 가 있었어.”

그야, 저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겠죠. 저들 이외에 옥상에 올라온 사람은 피해자 말고 없었을 걸요?”

피해자가 올라오는 건?”

본 적 없네요. 안타깝게도.”

그렇다면 완전히 확신할 수는 없다는 거군. 이유가 뭔가?”

처음 목 인사를 하고 나서, 바로 뒤돌아서 담배 폈거든요.”

믿음직스럽지가 않군.”

어쩔 수 없네요. 그럼,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몬지로는 입맛을 쩝 다셨다. 영 얻은 게 없이, 증인 한 명을 보내버린다.

9. 두 번째 증인 변호사 나나마츠 코헤이타

 

코헤이타, 네가 왜 거기에 서 있는 거냐?!

 

그가 증언대에 올라서자마자 몬지로는 그에게 윽박질렀다. 옆에 있던 센조가 쉿, 하고 주의를 줬고 코헤이타는 그저 멎쩍게 웃었다.

 

어흠그러니까, 마침 그 근처에 내가 있었는데 말이지. 사건이 일어난 옆 건물 1층 식당에서 후배랑 밥 먹고 있었거든. 저녁. 딱 그 시간대잖아? 물론 후배란 건 형사의 타이라노 타키야샤마루(그걸 왜 말합니까, 코헤이타 씨! 하고 누군가가 외쳤다). 가끔 만나서 밥을 먹지. 그런데 그날따라 영 기분이 안 좋더라고. 그래서 바깥 창문을 보고 있었는데 시체가 하나 툭 떨어지지 뭐야. 썰고 있던 스테이크를 한입에 쳐 넣고(크흠! 하고 재판장이 단어선택에 주의를 주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재빨리 밖으로 나갔지! 3에서 4분 정도 지났었을까? 이사쿠랑 케마가 쇠고랑을 차고 있더라고.

 

조금 더 자세히, 전후 상황을 말씀해주시지 않겠습니까?

 

, 물론. 물론이지. 전후 상황이라고 하면 건물 들어가기 전에 아야베를 만났던 걸까나. 사실 제대로 만난 건 아니고 그냥 봤어! 타키가(코헤이타 씨, 이제 제 이름은 그만! 하고 누군가가 또 외쳤다) 아야베를 보곤 바로 내 뒤에 숨어서 그대로 조심조심 식당에 들어왔거든. 나랑 만난다고 말하고 나온 게 아니라 들키면 안 된다고 했던가? 푸하하!

10. 잠깐!

 

잠깐!”

으엉? 하고 코헤이타의 얼빠진 소리가 센조를 향했다.

제대로 된 시각을 알려줬으면 하는데, 나나마츠 코헤이타.”

. 그럼. 그럼. 타키야샤마루가 혹시 몰라서 메모를 해 줬지. 어디여기 있다. 읽어 줄게.”

 

코헤이타가 메모에 적혀 있는 글을 낭독하기 시작한다.

 

만난 시간, 1915.

주문 시간, 1919.

요리가 나온 시간, 1927. 정확히 8분 뒤에 나옴.

폭죽 소리가 나는 시간, 1930분 예정.

코헤이타 씨가 뛰쳐나간 시간, 1934.

 

이 정도면됐나?”

 

센조는 관자놀이를 짚고 고개를 저었다.

몬지로도 마찬가지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타키야샤마루를 증인석에다 세우지. 뭐하러 코헤이타를하며 검사석을 보는데,

씨익 웃고 있는 하치야 사부로.

그는 도대체 뭘 생각하고 있는 걸까.

11. 끝났습니까?

 

끝인가요?”

사부로가 빙그레 웃으며 변호사석을 쳐다보았다.

 

낭패다. 하고 변호사는 생각한다. 결국 목격담만 장황하게 들었지 제대로 반박할만한 거리는 찾질 못했다. 둘의 증언을 맞대어 모순된 부분도 없어 보이고.

 

입술을 잘근 씹으며 몬지로는 코헤이타를 마음껏 노려보았다. 저 녀석은, 감시카메라까지 확인해 놓고도, 그게 제일 불리한 증거가 돼 버리다니.

 

이상, 젠포우지 이사쿠와 케마 토메사부로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영상이 찍힌 파일을 증거품으로 내겠습니다.”

사부로는 예의바르게 나서서 재판장에게 파일을 건넸다. 채택하겠습니다. 하는 그 목소리가 얼마나 청천벽력 같았을까.

12. 기력이 딸리기 시작했다

 

어쩌다보니 의식의 흐름으로 글을 쓰고 있어서 다시 썰로 돌아옴. 이러다가는 시기를 좀 더 미뤄서 책을 하나 쓰는 게 더 나을 것 같았습니다. 간략하게 서술해봄.

 

이사쿠와 케마의 의심은 계속해서 깊어지는데 그 이유는 달리 변호할 거리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아서. 특정한 증거도 없고, 게다가 마침 그 날 건물의 감시카메라가 이사쿠와 케마가 가는 구간마다 줄줄이 꺼져서 방청객들은 암묵적으로 저들이 범인이라고 믿고 있는 상태. 심리적 압박감이 엄청 대단하지 않을까. 거의 포기상태로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갑자기 쵸지가 라이조를 끌고 들어와서는 묵묵하게 라이조를 재판장 앞으로 툭 밀어버리겠지. 라이조는 쭈뼛쭈뼛하면서 재판장 앞으로 가고.

사건이 일어난 하루 전날에 대대적으로 청소를 했다고 합니다. 혹시 몰라 형사들이 옥상에 쌓인 먼지의 족적을 찾으려고 했다던데, 족적도 확실하게 발견하고 누군지 모를 머리카락도 몇 가닥 찾아냈습니다.

재판장은 막 화내겠지그런 중요한 걸 왜 이제야 말하냐고. 그러니까 쵸지가 대답해주지 않을까. 그들은 불리한 증언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는 주의니 말입니다. 묵직한 그의 말이 라이조의 등쌀을 떠미는 것 같다.

이렇게 라이조랑 사부로는 당황하고 재판은 다음 날로 넘어가고이제 족적 확인하는데 알고 보니 피해자가 옥상 바깥을 향하고 있을 때 총을 맞았다는 걸 확인하게 되고. 아야베가 의심받게 된다. 왜냐하면 옥상 바깥쪽은 그 옆 건물 쪽이니까. 그래서 새로운 용의자로 의심받게 된 아야베는 막 짜증내면서 저는 거기서 담배만 피다가 갔다고 이사쿠랑 케마도 봤을 거 아니냐고 그러는데 다 등 돌리고 있고. 전부 아무 말 없이 아야베를 보니까 아야베도 괜히 위축돼서는 말없이 바닥만 노려보고 있는데 이번엔 새로운 증거가 도착했으면 좋겠다. 쿠쿠치가 보관해뒀던 흉기의 혈흔조사로 피해자의 신원이 확인됐다는 소식. 알고보니 피해자는 그 건물 소속 직원도 아니었고 오히려 직업이 불분명한 사람. 개인 계좌 여러 개에는 몇 억씩 하는 돈이 나누어져 들어가 있었고, 그 때문에 또 논란이 일어남. 피해자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며, 이런 사람을 죽인 범인은 또 어떤 사람인가.

그렇게 하치자에몽이 조사해온 피해자의 신상내력을 간간히 읊어주는데, 피해자 이름을 중얼거리던 칸에몽이 태클. 그 이름, 몇 년 전에 들은 것 같거든.

이렇게 검사들은 옛 사건기록을 찾아보고, 하마 슈이치로와 타무라 미키에몬의 이름을 피해자의 이름과 함께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이 사건은 차 사고로, 피해자의 가벼운 경상으로 끝났으며 슈이치로와 미키에몬의 몇 개월 근신으로 끝. 혹시 몰라 둘을 불러서 그 때의 피해자에 대해 물어봤지만, 다쳤으면서도 끝까지 마스크와 모자를 쓰고 있었던 게 기억난다며 혹시 어떤 사건의 범죄자가 아닐까 싶어 빨리 사건을 끝내려고 했었다고.

그런데 칸에몽이 그 사건은 아니라고 또 태클. 그래서 다들 빡쳐하며 찾고 있는데 타카마루가 심각한 얼굴로 아야베를 쳐다보고. 아야베는 또 흠칫해서 눈길 피하고.

그러다가 감식반이 DNA검사를 들고 왔는데, 피해자의 머리카락과 함께 이상하게도 타치바나 센조의 머리카락이 발견되었다고. 사람들이 전부 센조를 쳐다보고. 센조는 약간 질린 얼굴로 그 감식반 바라보고감식반 엄청 식겁하겠지 맞는 말 한건 맞긴 한데.

센조는 계속 입 다물고 있고 이사쿠와 케마는 확실히 총이 발사되기 전에 계단에 있었다는 걸 계단 내려가던 직후의 쵸지와의 전화통화 녹음으로 증명. 새로운 용의자로 떠오른 사람은 첫 목격자 증인이었던 아야베와 머리카락이 발견된 센조.

검사 측에서 아야베를 기소하려고 하는데 센조가 저지했으면 좋겠다. 그냥 내가 말할 테니까, 아야베는 끼어들게 하지 말라고.

13. 사건 전말

 

센조는 피해자에게 원한이 있었다고 밝혔다. 혼자 살고 있었던 대학생 시절 자신을 많이 챙겨주었던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어느 날 자살해서 큰 근심에 빠져 살았었다고. 유서까지 발견되어선 웬 이름 모를 친척에게로 집과 돈이 전부 넘어가고, 그 사람의 아들이었던 아이는 한 푼 없이 자신의 집으로 오게 되었다고. 줄줄 말하기 시작.

아야베. 네 부모 이야기야.”

이렇게 한 마디 해줬으면 좋겠다. 센조는 덧붙여서 말하겠지. 그런데, 그게 자살이 아니었던 겁니다. 자살이 아니라, 그 유산을 상속받은 친척이 교묘하게 그 사람을 살해했던 겁니다. 그래, 이해가 안 됐었지. 내일 또 보자. 했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목을 매달았을까? 그토록 사랑하던 아들을 두고 별로 만나지도 않던 친척에게 집과 돈을 전부 주고 싶어 했을까? 이해가 되지 않았고, 나는 찾아냈습니다. 그 친척을. 바로 지금의 피해자죠.

센조가 말하면서 점점 언성이 높아졌으면 좋겠다. 그 놈은 죽어도 쌌습니다. 제가 그 놈을 구슬려서 옥상으로 꾀어냈어요. 당신을 죽이려는 사람이 있는데, 곧 이리로 올 거라고. 그러니까 건물 옥상 같은 곳에 가서 숨어있어야 한다고. 그 놈은, 잘 따라오더군요. 저를 철썩 같이 믿고는 계속해서 따라왔어요. 그리고 옥상에 왔죠. 이사쿠와 케마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으니까, 얼른 그 자를 데려가 구석에 숨기로 했어요. 그 사람, 정말 끝까지 잘 믿더군요. 둘이 옥상을 나갈 때까지 숨죽이고 있었으니.

그런데 건너편에 아야베가 보였죠.

이 말 할 때 센조가 조금 슬프게 웃지 않을까. 자기 부모를 죽인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을 죽이겠다고 데려온 센조를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 하면서.

그래서 저는 아야베 쪽으로 다가갔다가, 뒤로 돌아서 저를 보는 그 자를 향해 쐈습니다. 미리 편의점에서 사 둔 식칼을 꺼내면서 바로 그 자를 덮쳤죠. 쉴 새 없이 얼굴을 긋고는, 충동적으로 던졌습니다. 건물 아래로. 그게 끝이에요. 아야베가 본, 말하려고 하지 않았던 제 모습 말입니다.

팔 활짝 벌리면서 센조가 웃을 것 같다. 이제 복수는 끝났다고, 그 놈을 죽였고, 그 놈 뒷조사도 이미 다 해 둔 상태라고. 게다가 자신이 의심받지 않기 위해서 사무실에 누군가를 시켜 의뢰장을 놓도록 지시했었다고. 처음부터 용의자가 될 사람은, 랜덤이었지요. 하면서 웃는데 엄청 소름 돋을 것 같다.

 

센조는 체포당하고 아야베는 충격 먹고, 이사쿠랑 케마는 풀려났는데 센조가 잡혀 들어가 버린 데다 진범인이 센조였으니까 얼마나 멘탈이 우수수 털렸을까. 쵸지도 코헤이타도 충격먹었을 거고 반대편에 있던 검사들도 착잡한 표정 지으면서 센조가 끌려가는거 보고만 있을 것 같다.

 

아야베가 중간에 달려와서 센조 붙잡으면서

 

괜찮습니까? 이걸로, 정말 괜찮은 겁니까?”

 

하고 묻는데

 

그럼. 이제 됐어. 그 사람 돈은 네 부모 거였고, 이젠 네 거야.”

 

하면서 활짝 웃어주겠지.

14. 필자 사담 에필로그

 

뭔가 흑막이 난무하는 닌타마 스토리를 써내려가고 싶었습니다. 너무 압축됐지만 역시 이런 게 좋네요! 역전재판이 실제로 이런 전개로 가서 정말 재밌답니다 다들 한번만 해보세요 역전재판 파시는 분들은 이참에 닌타마도 한번 보실래요?

 

이후 간략한 에피소드들이 개인 홈페이지에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그 때는 암호를 걸어서 썰북 구입해주신 분들만 보실 수 있도록 하는 글도 몇 개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하마슈&미키에몬 형사콤비를 정말 귀여워하고 있습니다스피디하게 차를 몰며 포효하는 슈이치로와 창문 너머로 고개를 내밀고 총을 투다다다 발사하는 미키에몬을 상상하기만 하면 얼마나 시원한지 모릅니다.

 

사실 필자의 최애캐는 칸에몽이었으나(후략)

 

그래도 올캐러 너무 좋아합니다 정말 좋아합니다! 기력만 있다면 123닌도 포함해서 쭉 쓰고 싶은데 워낙 역전재판 세계관이 암울한지라 도저히 힘 기운 푱푱하는 쪼꼬미들을 넣을수가 없었습니다 ㅠㅠ 언젠가는 다른 AU로 전부 넣어보고 싶네요!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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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D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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