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쵸센] 햇볕

닌타마 2017. 3. 20. 00:24

*닌타마 란타로


[ 나카자이케 쵸지 X 타치바나 센조 ]




< 햇볕 >



  숨을 내쉬면 폐 속에 따뜻한 공기가 가득히 차는, 막바지의 여름. 센조는 닌복을 벗은 채 새까만 민소매를 손가락으로 집고 펄럭거렸다. 끝이라 하지만 덥지 않다곤 할 수 없는 날. 방금 전 물을 끼얹고 와서인지, 머리카락이 축축히 아래로 쳐져 무겁다. 고개를 흔들어 조금 털어 봤지만 묶은 채로는 역부족이다. 풀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 중에, 문득. 머리 위로 그림자가 졌다.

  "…센조."

  깊고 낮은 목소리가 목 뒤를 훑고 지나가, 흠칫 놀라며 고개를 든다. 눈을 내리깔고 있던 쵸지와 눈이 마주쳤다. 한동안, 아무 말 없이 가만히. 눈동자를 그 눈에 고정하고. 깜빡. 깜빡. 그렇게 가만히 보기만 하다가. 센조는 나즈막히 입을 연다.

  "쵸지."

  다시 정적이 찾아들었다. 찌르르 하는 벌레 소리가 둘의 귓속을 멀리서나마 파고들었다. 쵸지는 센조를 보기 위해 숙였던 자세를 바꿔, 천천히 그 곁에 앉았다. 센조는 그가 하는 행동을 하나하나, 놓칠 세라 눈을 떼지 않는다. 곁에 오기 위해 두 발자국 걸어서, 무릎을 굽히며 뒤로 기우는 상체. 땅에 살짝 댄 손바닥과 털썩 앉아버리는 엉덩이. 그는 무릎을 세운 뒤 무릎 위에 조심스럽게 손을 놓았다. 얌전한 자세. 고양이 마냥.

  "…더워."

  센조는 눈을 끔뻑이다가, 살짝 웃었다. 그러곤 저의 젖은 머리카락을 가리키며 대답한다.

  "난 이미 한 번 했으니까."

  그는 센조가 가리키는 머리카락으로 시선을 돌리다가, 살짝, 손을 댔다. 손가락이 머리카락 사이를 가로질렀다. 촉촉하면서도, 공기의 열기에 식어버린 차가움이 지문을 잠식한다.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쵸지.

  "그럼…."

  센조는 익숙하게 눈을 감았다. 머리카락을 훑던 쵸지의 굵은 손가락이 목 뒤에서 턱 아래를 쓸어온다.

  "이상 없음."

  장난스럽게 한 마디를 덧붙여주며,

  얼굴을 겹쳤다.

  노란 해바라기 밭이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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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D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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