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도이]아침

닌타마 2015. 10. 1. 23:59

*twitter @Redoi_S2, @EeuU___ 이유님 리퀘


[ 야마다 리키치 X 도이 한스케 ] 현대AU




아침





" 야마다 리키치-!! "


귀를 찌르는 익숙한 목소리에 리키치는 화들짝 놀란다. 비명의 원인은…. 물론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모르는 척하며 묵묵하게 주걱을 밥솥에 넣어 꼼꼼히 밥을 담았다. 쿠당탕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문을 박차고 거실로 나온다. 씩씩거리는 소리를 듣자하니 화가 많이 난 것 같다. 리키치는 활짝 웃으며 평소처럼 대답했다.


" 안녕히 주무셨어요? 밥 다 됐으니 드시… "

" 밥은 무슨! 지금 시간이 몇 신데! 그리고 이거…! "


리키치의 말문을 가로막는 도이. 그는 손가락으로 제 목 아래쪽을 가리킨다. 리키치는 식은땀을 삐질 흘리며 그의 눈을 피했다. 어젯밤의 울긋불긋한 흔적들이 붉게 찍힌 피부…. 밥그릇을 식탁 위에 조심스럽게 놓으며 리키치가 헛기침을 했다. 도이는 이마를 짚으며 털썩 식탁 앞에 앉는다.


" 이래서 어떻게 학생들을… 보겠어…. "

" 자, 잘 가리면 되지 않을 "

" 조용히 해. "

" 네…. "


단단히 화가 났다. 리키치는 숟가락을 앞에 놓으며 웃을 수 밖에 없었다.


" 그리고, 내가 학교가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알고 있으면서, 왜 안 깨웠어…! "

" 네? 아, 그게 말이죠. "


도이는 리키치를 곁눈으로 흘겨본다. 리키치는 어깨를 으쓱하며 다른 쪽으로 눈을 돌렸다.


" 자는 모습이 예쁘길래. "

" …. "


도이는 숟가락을 들고 신경질적으로 밥을 퍼 먹기 시작했다. 한 숟가락, 두 숟가락…. 결국 몇 숟가락을 채 못 넘기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 일단 지금 바쁘니까 봐 준다…. 씻을 거야. "

" 네네. 옷하고 가방 챙겨드릴 테니까, 씻고 나와요. "


덤덤한 말과는 다르게 헐레벌떡 화장실로 들어가 칫솔을 물고 나오는 도이. 재빨리 옷장에서 옷을 꺼내 주는 리키치에게 다가가 홱 옷을 빼앗아들어버린다. 그리고는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칫솔을 그대로 문 채 옷을 입기 시작했다. 무어라 웅얼거리는 말소리에 리키치는 피식 웃으며, 챙겨둔 가방을 현관 앞에 놓았다.


" 선생님. 치약 떨어지십니다. "


입에 칫솔을 물고 있으니 제대로 된 말은 못 하겠고. 도이는 다시 한 번 리키치를 쏘아보다가 화장실로 들어간다. 이게 다 누구 탓인데. 하고 원망하는 소리가 절로 들렸다. 옷 입고 세수하면 다 튈 텐데. 왜 다 씻고 나서 입지 않고. 중얼거리며 시간을 보니, 음. 어쩔 수 없네…. 늦긴 늦었다.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나오는 도이의 머리카락이 물에 흠뻑 젖어 있다. 리키치는 가방을 그의 손에 쥐어주며 머리카락의 물을 탈탈 털어주었다. 느긋한 리키치를 보고 도이가 묻는다.


" 그런데 너는…? 오늘 안 나가? "

" 저는 오늘 공강이라 한가해요. "

" 그렇게 빠져나가겠다 이거지. 어휴…. "


도이는 허리를 숙여 신발을 신었다. 팔짱을 끼고 그를 바라보는 리키치. 한참 보다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일어서서 문을 열고 나가려는 도이를 불러세운다.


" 아, 선생님. 잠깐만요. "

" 응? 왜? "


도이의 넥타이를 잡고 끌어오는 리키치. 두 손으로 다시 넥타이를 바로잡아준다. 꾹 누르는 손길.


" 자, 다 됐다. 비뚤어졌었잖아요. "

" 아…. 고마워. "

" 그리고 하나 더. "


잡고 있는 넥타이를 다시 잡아당기며 얼굴을 끌어당겼다. 한순간 입술과 입술이 가볍게 맞닿은 뒤 떨어진다.


" 잘 다녀오세요. "

" 어어? …응. "


리키치의 얼굴이 도이와 이마를 붙인 채로 웃었다. 잠시 얼어버린 도이가 얼굴을 살짝 붉힌다. 이런다고 내가 화가 풀릴 줄 아냐며 한 마디 쏘아붙이려고 했는데….


" 이러니까, 우리. 부부같네요. "


그의 한 마디에, 속에서 무언가 펑 터져버렸다. 새빨갛게 익어버린 얼굴을 숙이고 가방을 휘두르며 리키치를 뒤로 물러서게 하는 도이.


" 뭐, 뭐라는 거야…! "


홱 고개를 돌리고 현관문을 열어젖히며 빠른걸음으로 나가 버렸다. 뒤에서 조그맣게 들리는 조심히 다녀와요! 하는 목소리. 부끄러움을 누르고 손목시계를 보며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누른다. 초침이 째깍째깍, 계속 흘러가고 있는 시간이 원망스럽다. 이런, 지각하겠잖아, 큰일…. 하는데, 문득 눈에 보이는 거울 속의 자신.


" …. "


목 부근의 옷매무새를 다시 가다듬었다. 살짝 보이는 붉은 자국이 다시금 그를 생각나게 한다. 리키치…. 오늘 학교 나간다고, 안 된다고 했는데. 정말. 깊은 한숨을 쉬었다. 어쨌든, 뛰자. 1층에 도착하자마자, 도이는 버스정류장으로 뛰기 시작한다.


-


" 아아- 달려가시네. 버스 타시려는 건가? 이 시간이면 택시 정도는 타셔도 괜찮은데. "


리키치는 베란다로 나와 창문을 연 채, 달려가는 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웃었다. 이를 악 물고 있는 그의 표정이 필사적이라 그런지 미안하기도 하다. 목에 난 자국…. 학생들에게 들키지는 않겠지? 턱을 괴고 생각하다가, 괜찮겠지 뭐. 하고 시선이 쫒아가는 곳까지 도이를 계속 본다. 그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창문을 닫는 리키치.


" 아, 침대 정리도 마저 안하시고…. 이런. "


베란다에서 이어진 침실. 눈에 띄는 흰 침대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침대 시트는 비뚤어져 있고, 덮는 이불은 완전히 뒤집어져선…. 어제의 흔적. 그리고 아침의 도이의 흔적이다. 리키치는 어젯밤 생각이 나서 입가를 씰룩이며 웃었다.


" 눈에 안 보일 때도 무책임하시다니까. "


침대를 정리하며 고개를 천천히 좌우로 흔들었다. 자꾸만 누워있던 그가 생각나 미소가 지어진다. 오늘은 피곤하다며 밀어내던 그 손길. 살살 할게요. 하고 귓속말하니 조금 풀어져선 의심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는 그 시선이 머릿속에서 맴돈다.


" 오늘은 어떻게 구슬려야 잘 될까…. "


침대를 바라보며 고민하는 그 중얼거림이 과연 도이에게 닿을지는 의문이였다.




Fin.

Posted by MD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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