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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아카] 열병(熱病)

 

  

 

Commi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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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재판

 

 

[ 가류 쿄우야 X 호우즈키 아카네 ]

 

 

 

 

< 열병(熱病) >

 

웅성거리는 선술집의 한 식탁. 혼자서 조용히 잔을 채우고, 마시기를 반복하던 아카네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가 단숨에 한 잔을 들이켰다. 추억이라고나 할까. 그런 기억을 떠올리며 입맛을 다셨다. 검사국이었던가, 그곳을 찾아가선. 반짝거리는 장신구를 몇 개나 치장하고 있던 그 사람에게 다가갔고.

좋아해요.’

말을 꺼냈을 때, 떨리던 눈동자와 거두어지는 손길. 그게 또 생각나버려서, 에이씨, 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이대로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결국엔 찾아가보기로 혼자 결심해본다. 섣부른 결정일까? 글쎄. 지금의 그녀에게는 절호의 기회일지도 모른다. 적당히 취기도 오른 것 같고. 꽤 솔직하게 말해볼 수 있지 않을까. 사실 그에게 직접 물어서, 확인해보고 싶다. 카드를 대충 긁어 값은 확실히 지불한 다음 발걸음을 천천히 옮겨 향했다. 계속해서 뇌리에 맴돌던 그곳으로.

 

 

, ! 나갑니다!”

쾅쾅, 심하게 문이 덜컥였다. 안에서 급하게 걷는 소리와 함께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 맞게 찾아오긴 했구나. 하고 그녀는 속으로 조금 안도했다. 눈 앞에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세워진, 여전히 달빛 아래에서 살짝 비쳐 보이는 금발. 언제나 곱게 웃고 있는 것 같은 눈매. 검사이자, 유명한 밴드인 가류웨이브의 리더. 가류 쿄야.

아카네는 문이 열리자마자 그 본인에게 쓰러지듯 안겼다.

! 형사 군, 술 마셨어?”

그게 뭐 어때서요.”

부루퉁한 표정으로 고개를 올리며 볼멘소리를 내뱉었다. 쿄야의 손이 자연스럽게 아카네의 어깨 위로 내려앉았다. 조심스러운, 상냥한 손길.

나쁠 건 없지.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

부드러운 손길이지만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안긴 채로, 옅게 들리는 그의 심장소리. 이게 온전히 나에게로 뛰는 걸까. , 그를 밀쳐내고는 손가락을 세워 쿄야의 심장 쪽을 꾹 찌르곤 입을 열었다.

검사는 나에 대해서, 도대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거예요?”

?”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되물으려 하는 쿄야에게 기회를 주지 않으려는 듯, 아카네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다른 질문을 꺼냈다.

우리 사귀는 게 맞긴 하죠?”

그러니까, 형사 군.”

쿄야는 그녀가 심하게 취했다고 판단했다. 아마도 자고 일어난 내일이면 엄청 부끄러워할 게 뻔한데. 이걸 어떻게 대처한단 말인가.

날 뭐라고 생각해요?”

잠깐만.”

잠시 다른 일을 고민하는 사이에 또 다른 질문이 들어와서 사고회로가 끊겼다. 그녀를 진정시키는 게 우선인 것 같다. 지금 그녀가 원하는 게 도대체 뭘까.

좋아하긴 하는 거냐고요!”

잠깐, 잠깐. 형사 군. 진정해.”

아카네는 손을 내밀어 쿄야를 벽으로 몰아세웠다. 벽과 자신을 사이에 두고 끼어 버린 상황이 된 쿄야는 잠시 놀란 기색을 표했으나 평소처럼 웃으며 아카네를 마주본다. 오히려 그게 버튼이 되어버렸는지, 아카네는 언성을 조금 높여 그를 향해 말했다.

웃긴 왜 웃어요! 지금 진지하게 묻고 있는 거, 안 보여요?”

많이 취한 것 같아. 지금.”

말 돌리지 말고요.”

밤도 늦었는데, 자러 가야 되지 않을까?”

대답 듣기 전까진 안 잘 거예요.”

그럼 내일 많이 졸릴 걸.”

그런 식으로 대답하지 말라고요!”

아차. 쿄야는 조금 움찔한다. 너무 건성으로 대답해버렸나. 그녀의 화를 더 돋구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미안해진다. 사실 이런 식으로 넘겨버리기는 싫었는데. 굳이 그녀에게 이 주제를 꺼내어 신경 쓰이게 하고 싶지 않았으니 자신의 잘못일지도 모른다. 어떻게든 그녀의 기분을 나아지게하기 위해서 그는 열심히 고민했으나, 쿄야가 잠시 멈칫하는 사이에 아카네는 재차 쿄야를 밀어붙여 침대로 눕혀버린다.

형사 군?”

날 사랑해요?”

. 눈물 한 방울이 아카네의 볼을 타고 내려와 떨어졌다. 몇 초 지나지 않아 수차례 떨어지는 눈물. 눈물보다도, 아카네의 한마디가 마음에 박혀버려서. 쿄야는 입을 다물었다.

검사는 자기 애인이 탑 아이돌이라는 게 무슨 느낌인지는 알아요?”

떨리는 목소리가 그녀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다. 위에서 저를 바라보고 있는 아카네가 안쓰러워져서, 손을 뻗으려고 했다.

불안해요.”

멈췄다. 불안이라. 그저 손으로 뺨을 어루만져 주는 걸론 끝나지 않겠다 싶어, 그녀를 끌어당겨 안았다. 조금씩 들썩이는 어깨가 느껴져 등을 토닥여주며, 쿄야는 대답하기 시작했다. 조곤조곤, 그녀에게만 알려주겠다는 듯이.

형사 군이야말로. 내가 당신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아?”

숨을 삼키는 미약한 소리가 귓가에서 들린다.

열 번 넘게 찍었는데도 넘어오게 만들기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카네는 손을 움직여 쿄야의 어깨를 짚고, 힘을 주어 거리를 둔 채 그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조금은, 멍한 표정이라 생각하며 그는 미소지었다. 아카네의 떨리던 어깨가 사그라들면서, 점차 코를 훌쩍이기 시작한다. 고개를 살짝 들어, 눈을 옮긴다. 시선이 마주친다.

날이 갈수록 좋아지는데, 그 사이에 다른 사람이 채 가진 않을지. 얼마나 불안했는데.”

그리고 그런 상상이 무서웠고. 가류는 작게 덧붙였다. 아카네의 눈이 커졌다가, 시선이 다른 곳으로 돌아갔다. 자기 생각만 했던 것 같은 미안함 때문이었을까. 쿄야는 그저 그녀를 꼭 안아주었다. 숨소리가 서로의 귀에 가깝게 들린다. 가끔씩 코훌쩍이는 소리.

그래도. 마침내 내 여자가 되었으니까. 고백해줬을 때, 얼마나 꿈같았는지. 그날 밤에도 몇 번이나 생각했는지 몰라.”

아카네는 잠자코 쿄야의 말을 들었다. 이 사람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글자 하나, 단어 하나, 문장 하나, 목소리 한 올까지도 야금야금 귓속으로 눌러 담았다. 부드럽게 가슴으로 타고 흘러가선, 심장을 더 뛰게 만들었다. 등에 닿은 손의 열이 이렇게 뜨거울 줄이야.

그래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으니까. 조급하게 다가갔다간 다시 떠날 수도 있으니까.”

쿄야는 아카네를 안은 손으로 그녀를 간간히 쓰다듬었다. 곧 다시 말을 이어간다.

사실 지금도 믿기지 않아. 이렇게 함께 있는 게.”

쿄야의 손이 아카네의 이마를 쓸어 올렸다. 그리고 가벼운 입맞춤이 이마에 닿았다. 조금 주춤하는 아카네. 그래도 이제는 기분이 조금 풀렸는지, 마른 눈물자국만 한가득인 아카네의 볼이 뾰로통해졌다. 볼을 부풀린 그녀의 모습을 보고 언제나의 미소를 짓는 쿄야. 그녀의 모습이 귀여웠던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이제는 괜찮겠구나. 하고.

우리 형사 군, 불안했던 거야?”

전혀요.”

여전히 공기로 부풀어 오른 붉은 뺨을 손가락으로 톡 찔러본다. 정말로? 하고 되묻자, 귓불까지 빨개져서는 고개를 쿄야의 품으로 푹 숙여버리는 아카네. 그러다가 손으로 주먹을 쥐어 화풀이를 하듯 쿄야에게로 내리치기 시작한다. 별로 아프진 않지만.


사실, 그는 슬슬 참을성이 없어지고 있었다.

아카네.”

아카네의 손이 공중에서 얼어버렸다. 익숙하지 않은 자신의 이름. 갑작스럽게 들려온 본인을 부르는 소리에 그녀는 눈썹을 찡그리며 쿄야를 바라보았다. 왜 불러요? 라고 묻는 듯한 표정에 쿄야는 그저 웃었다. 그의 손이 그녀의 손목을 붙잡고 삽시간에 자세를 뒤집어버렸다.

검사?”

이제 술도 완전히 깼겠다. 쿄야는 아카네의 얼굴을 뚫어져라 보며 관찰했다. 부끄러워서 그런 건지, 여전히 붉은 빛이 도는 뺨. 그의 팔에 갇힌 모양새가 된 아카네는 시선을 온전히 고정하지 못하고 좌우로 쿄야의 팔만 번갈아보고 있었다.

뭐예요. 정말 하나도, 안 불안하니까.”

눈동자가 떨리고 있잖아. 그렇지?”

그건 그 쪽이 잘생겨서.”

아카네는 말끝을 흐렸다. 대답이 나쁘진 않았던지 쿄야는 낮은 웃음소리를 울렸다.

괜찮아. 절대로 그런 마음 못 먹게 해 줄 테니까.”

장담할 수 있어요?”

당연하지.”

쿄야의 손이 아카네의 뺨에 닿았다. 그리고 쓰다듬어졌다. 오늘의 그 어떤 때보다도, 더 뜨거운 것 같다고. 그녀는 생각하며 그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겹쳐 올린다. 이리저리 피하고 있던 시선이 마주친다. 도저히 떼지 못하고, 무언가의 찌릿한 전율이 흐를 정도로 둘만 있는 세상.

아마도, 생각하고 있던 것은 둘 다 같았으리라.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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